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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May 10. 2020

[인터뷰] 이해준, 피아노 초보에서 ‘라흐마니노프’까지

[인터뷰①] 이해준, 피아노 초보에서 ‘라흐마니노프’까지 연기 열정

이해준./아시아뉴스통신=최지혜 기자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가 슬럼프에 빠져있던 시기에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와의 만남을 통해 치유 받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으로, 피아니스트와 현악팀을 과감히 무대 위로 올려 마치 클래식 공연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로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 작품은 2인극임에도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 제 3의 배우라 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의 화려한 연주에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악 4중주가 함께하여 라흐마니노프의 아름다운 선율을 더욱 깊이 있게 들려준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얼어붙은 두 손의 천재 음악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역에 박규원, 이해준, 정욱진과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역에 유성재, 정민, 임병근이 출연하며 새로운 캐스트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7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해준과 만나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이해준은 자신을 “뮤지컬 데뷔한 7년 차 중고 신인”이라고 소개했다. 2013년 ‘웨딩싱어’로 데뷔해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알타보이즈’, ‘카라마조프’, ‘쓰릴 미’ 등으로 관객을 만나온 그는 “신인이라 하기도 애매하고 선배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제가 걸어 온 길을 되돌아보니 7년이 되더라. 이제는 뭔가 공연에 대해 내 집 같기도 하면서 아직은 보여줘야 할 게 많은 거 같다. 아직은 캐릭터를 많이 만나고 싶고 좀 더 도전하고 떠오르고 싶은 배우”라고 겸손하게 소개를 덧붙였다.


이해준./아시아뉴스통신=최지혜 기자


다음은 이해준과 일문일답이다.
   
Q.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


"제작진이 ‘쓰릴 미’라는 작품을 보시고 먼저 제의를 해주셨다. 이때까지 제의를 받았던 적이 없었는데 처음 받다 보니 저에게 새로운 경험이었고, 의미가 있었다. ‘라흐마니노프’ 연습을 같이하면서 병행할 수 있을지 처음에 제일 걱정이 됐다. 두 번째는 피아노를 쳐야 된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피아노 처음 치는 사람도 칠 수 있는 정도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박규원 배우와 정욱진 배우가 캐스팅된 걸 보고 사실 원망했다. 내가 이 선택을 잘 한 걸까? (웃음)


박규원 배우는 피아노를 전공했었고, 정욱진 배우는 피아노를 좋아하고 원래 잘 쳐서 저에게는 연습 시작 자체가 부담이었다. 그래서 저는 노래와 대사를 빨리해놓고 피아노를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피아노의 연습량을 더 늘려야겠지만, 무대에서 안 해본 걸 하는 게 더 어렵다. 안 하던 걸 하면 제 단점을 보여줄 수 있는 거라서 그런 부분에서 부담이 됐고, 꼭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Q. 피아노를 전혀 못 치다가 지금의 수준까지 오게 된 과정은.


"처음에는 도레미파솔라시도밖에 몰랐다. 한 손이 익숙해지면 다른 손으로 넘어가고, 그런데 양손 같이 하면 또 안 되더라. 게다가 페달까지 밟아야 된다고 들었을 때는 손도 안 되는데 다리도 말을 듣지 않아 바보 같이 느껴져 좌절할 때 팀원들이 많이 다독여줬다."


Q. 레슨은 따로 받았나.


"레슨을 따로 안 받고 바로 피아노를 샀다. 연습 기간이 한 달밖에 안 되어서 한 달 만에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더라. 그래서 집에 피아노를 바로 구입해 계속 연습했다. 그리고 비밀인데 음악감독님께 오른손 영상, 왼손 영상 따로 따서 운지법을 보고 외웠다. 그걸 보면서 오른손 외우고 왼손 외우다 보니 되긴 하더라.(웃음)"


이해준./아시아뉴스통신=최지혜 기자


Q.이해준을 연습벌레라고 하더라.

"벌레까지는 아니다. (웃음) 저는 평소에 제 이미지만 보고 ‘뺀질거리고 열심히 안 할 거 같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게으를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생각보다 철저하고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편이다. 연습을 많이 해야 무대에서 당당하게 살아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연습을 과하게 한다. 연습에는 적당량이 없다.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는 당연히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못 하면 잘 할 수 있게 그 시간을 투자하는 거다. 이번 작품에서 피아노 연주도 남들은 빨리 갈 수 있는 걸 저는 좀 더 연습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비슷해졌다고 생각한다. “더 했다”라는 표현은 좀 그렇다. 제가 공연하는 거에 있어서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다. 앙상블 때부터 이렇게 해오다 보니 익숙한 패턴을 깨기가 쉽지 않더라. 주변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한다”고 얘기할 때 저는 이렇게 해야 잘한다고 얘기한다. 처음에는 동료들이 “안 해도 잘해”라고 해주다가 나중에는 그렇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잘 한 거라고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좋다."


Q. 순간 라흐마니노프의 강박이 스쳐지나간다. 이해준이 갖고 있는 강박은 무엇인가.


"강박이라는 표현이 하나에 집착하고 자기만의 패턴이 정확히 있는 거 같은데 저는 연습량이 떠오른다. 평소의 강박이라고 하면 공연 있는 날에는 하루에 한 끼를 먹는다. 그 패턴이 무너지면 무대에서 집중도가 깨지더라. 밥 먹고 소화제를 무조건 먹는데 안 먹었을 때 무대에서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체할까봐 미리 먹는다.


지금의 강박은 무조건 모임 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가서 공연장에 있는 피아노로 연습한다. 집에 있는 전자 피아노와 건반의 무게감이 다르다보니 피아노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진다."


이해준./아시아뉴스통신=최지혜 기자


Q. 작품에 참고한 레퍼런스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초연, 재연에 올랐던 배우들의 영상을 봤다. 영상에서 피아노 치는 장면이 두 장면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처음에 ‘어? 괜찮은데?’ 싶었다. (웃음) 노래도 좋고, 현악 사중주와 피아노가 같이 무대에 있는 게 2인극이지만 절대 2인극이 아니지 않나.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 배우처럼 같이 호흡하는 게 매력으로 느껴졌다.


라흐마니노프가 유명한 건 알고 있었지만 어떤 사람인지 몰라 찾아보니 키도 198cm에 손도 엄청 컸다고 하더라. 저는 키에 비해 손이 작다. 극 중에서 보여 진 부분이 상처를 입은 상태로 실패한 상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전사가 없으면 상태가 만들어지기 쉽지 않아서 다큐멘터리를 찾아봤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3번이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봤는데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한 게 있더라. 저는 사실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 연주가 30분짜리인데 광고가 방해하는 게 싫어서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결제해서 다 봤다.(웃음) 그 때 보고 ‘아 클래식이 이런 거구나’싶어 정말 감동 받았다. 그런데 라흐마니노프의 그 곡은 본인의 신체 능력으로 작곡해 다른 사람들이 일부러 칠 수 없게 만들었다고 하더라.


외모도 비슷해야겠지만 성격적으로 어떤 게 나랑 비슷할까를 캐릭터에서 찾는 편인데 라흐마니노프는 천재로 띄워지고 잘난 사람이라고 비춰져 있지만 엄청난 노력파였다고 하더라. 그걸 사람들에게 숨기면서 살았다는 자료를 보고, 어떤 경지에 올라가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따라줘야한다고 생각되고 또 사람들은 결과만 알게 되니까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느껴졌다. 그런 부분을 비하인드로 알게 돼서 라흐마니노프가 천재지만 인간적인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또 대본에 근거해서 찾다보니, 라흐마니노프가 여린 사람이라는 느낌이더라. 사랑을 많이 받고 싶어 하는 사람, 어렸을 때 누나에 대한 사랑을 받긴 했지만 가정이 온전하지 않았을 때 성격적인 장애가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달 박사 이 전에 누군가가 진심으로 치료를 하려는 목적도 있고 한편으로는 본인의 연구가 성공하려고 하는 목적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다가와 줬던 사람은 달 박사였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아름다운 사실로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대본을 읽으면서 저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공연을 한다는 자체가 힘든 시기지 않나. ‘라흐마니노프’ 공연하는 저도 ‘언젠가는 이게 마지막 공연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 있어서 최선을 다했을 때의 감동도 있을 것이고, 관객분들이 조금이라도 힘든 걸 털어놓고 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https://www.anewsa.com/detail.php?number=209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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