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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May 10. 2020

[인터뷰] ‘라흐마니노프’ 이해준, 진심을 다하는 배우

[인터뷰②] ‘라흐마니노프’ 이해준, 진심으로 다가가는 배우

이해준./아시아뉴스통신=최지혜 기자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Q. ‘쓰릴 미’에 이어 ‘라흐마니노프’ 2인극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쓰릴 미’ 인터뷰 때 2인극 부담이 없는지에 대해 제가 말도 안 되게 “재미있을 거 같다, 설렌다”고 말한 영상이 있는데 그걸 지우고 싶다. (웃음)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배우로서는 행복한 작업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극의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해야 하는 건 나뉘어 있는데, 온전히 둘이 채워 나가는 자체가 똑같은 시간에서 더 많이 배운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배울 수 있는 기회이지만 무서울 수도 있다. 용기가 많이 필요한 게 2인극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2인극을 해보면서 느낀 건 ‘재미있다’였다. 의지할 게 둘밖에 없으니 오롯이 상대방을 서로 믿어야 한다. 긴장도 되고 떨릴 때 한 번이라도 상대방의 눈을 보고 서로 얼마나 의지하고 무대에서 같이 호흡하고 살아있느냐가 관객들에게도 느껴지니까 이게 2인극의 매력인 거 같다."


Q. 세 명의 달 박사와 호흡은 어떻게 다른가.


"유성재 배우는 실제 성격도 위트가 있는데 무대에서도 위트가 기본적으로 있다. 실제 그런 부분을 캐릭터에 잘 녹여서 긴장을 풀어주고 유연하게 해주는 섬유 유연제 같은 느낌이다. 피아노 치고 있을 때도 토닥여주고 진심으로 칭찬해줘서 너무 감사했다. 달 박사로서는 무대에서 나오는 유연함도 있지만 실제로 나이 차이가 있어서 좀 더 저를 보듬어준다는 느낌이 든다. 유성재 배우에 대한 이미지는 따듯함, 유연함, 봄 같은 느낌이다.


정민 배우는 중심이 잘 잡힌 배우라 무대에서 서있으면 멋있다. 그리고 일단 쯔베레프 선생님을 할 때 너무 무섭다. 역시 형들의 공연 내공에 비하면 전 아직 멀었다고 생각된다, 무대에서 나오는 형만의 아우라가 있다. 달 박사로서 치료하는 방법이 여러 개가 있을 텐데 따뜻함보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정확히 해주는 거 같았다. 창문을 깨지듯 제가 순간 깨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한테 자극을 주는 달이다. 해머로 현을 때리는 느낌이다.


임병근 배우는 ‘원스어폰어타임 인 해운대’에서 같은 역의 배우로 만난 적이 있다. 워낙 선배님이고 경력도 많아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에 있어 연습하면서도 많은 도움이 됐고, 연습 하면서도 아는 사람이 병근 배우뿐이라 의지를 많이 했다. 같이 연습실에서도 많이 맞추기도 하고. 형도 똑같이 따뜻하고 우직한 면이 있더라. 무대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있어 시몬스 침대 같은 느낌이다. 나를 어디서든 품어줄 거 같다. (웃음) 그리고 저보다 큰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병근 배우는 저보다 키가 크더라. 제가 까치발을 들면서 안긴다. 병근 배우의 달 박사는 라흐마니노프의 과거를 같이 함께 이해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의지를 제일 많이 했던 형이다."


이해준./아시아뉴스통신=최지혜 기자


Q. 같은 배역의 박규원, 정욱진 배우의 라흐마니노프와 이해준의 라흐마니노프는 어떻게 다른가.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너무 다르지 않게 하는 게 연출진분들과 저희 배우들의 목표이긴 했지만, 박규원 배우 같은 경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염색도 특이하기도 하고, 형만이 갖고 있는 호흡들이 신선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유독 무대에서 배우로서의 당당함이 멋있더라. 무대에서 제스처나 포즈, 서있었을 때 그 사람이 가진 당당함이 너무 멋있더라. 배우로서 라흐마니노프라는 사람이 자만에 빠져 있다 무너져 내렸을 때 얼마나 더 날카로워 보일까 생각이 들었다.


정욱진 배우는 한참 선배이다. 그리고 ‘쓰릴 미’ 선배이기도 한데 동갑이라 친하다. 피아노에 대한 조언도 제일 많이 받았고, 순간순간 나오는 감정들이 다 진심이더라. 연습과 공연을 하다 보면 가끔은 나도 모르게 나오는 기계적인 반응이 있는데, 정욱진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


정욱진은 대본을 빨리 떼는 편이 아니라는데 이번에는 빨리 대본을 떼고 무대 안에서 인물로서 순간순간 느끼는 집중력을 많이 찾더라. 늘 설득력이 있으면서 매번 다르게 하는 게 신선하더라. 동갑이지만 내공은 무시 못 한다. 그래서 많이 자극이 되고 의지가 됐던 친구다.


저는 고양이 같은 라흐마니노프라면 정욱진은 안아주고 싶은 느낌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향이 모성애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는 거 같다.


저의 라흐마니노프는 속을 알 수 없긴 하지만, 길냥이가 개냥이가 되는 과정인 거 같다. 길고양이도 누군가 참치 캔을 따주면 그 사람을 절대 못 잊지 않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치료를 해주기 위해서 왔을까?’에 생각을 해봤다.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한 사람들이 있었을텐데 ‘왜 결국 치료가 안 됐을까?’에 대해서는 결국 ‘진심’인 것 같다. 처음 표현하고 싶었던 게 첫 장면에서 ‘똑똑’ 노크를 들으면 저는 한숨을 먼저 쉰다. 저의 라흐마니노프는 예민하고 날 섰지만 누구보다 사랑의 손길이 그리운 사람이다."


이해준./아시아뉴스통신=최지혜 기자


Q. 달 박사가 노크하고 들어올 때 한숨을 쉰다고 했는데, 달 박사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닫혀 있는 줄 알았는데 열려있네요”라고 한다. 이 의미가 문에 대한 말과 라흐마니노프 마음에 대한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제 생각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왔을 텐데 귀찮아서 열어뒀을 거라는 생각도 처음에 했다. 두 번째에는 누군가의 손길이 그리워서 열어놓지 않았을까. 문이 닫혀있는데 부시고 들어올 사람은 없으니까. 또 때로는 닫아놓은 적도 있었을 거 같다. 닫혀 있어서 그냥 갔던 사람도 있었을 거고, 사람이 한 달을 마음이 힘들어도 얼마나 지내기 힘든데 3년 동안 강박과 우울증으로 힘들면 솔직히 해볼 만한 거 다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달 박사도 사람으로서 같이 끌리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서로 속내를 감추면서 라흐마니노프가 궁금하고 과거가 궁금했기 때문에 계속 건드리고, 단계별로 열어두기 때문에 라흐마니노프가 달 박사의 방으로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됐다. 선택을 하자면 저는 제 캐릭터에서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을 것 같다. 문을 확실히 잠그지 않고 누군가 진심으로 다가와주기를 기다렸을 거 같다."


다음은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https://www.anewsa.com/detail.php?number=2096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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