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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May 24. 2020

[인터뷰] 심수영, '외쳐,조선!'의 감초 역할

[인터뷰] 심수영 "'외쳐,조선!'의 조노, 우습게 보이지 않았으면 해"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에 빠질 수 없는 감초 역이 있다. 바로 ‘룰루랄라 조노’역할이다. 다른 앙상블도 맛깔나는 연기를 펼치지만,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잠시 환기해 주는 조노 역은 다른 배우들도 탐낼 만큼 매력있다. ‘단’으로 연기 중인 양희준과 이휘종, ‘골빈당’의 ‘호로쇠’역의 장재웅, ‘순수’역의 정아영이 ‘조노’역을 해보고 싶다고 언급할 정도로 ‘외쳐, 조선!’의 감초인 ‘조노’로 연기 중인 배우 심수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다음은 심수영과의 일문일답이다.
 
Q. ‘외쳐, 조선!’의 많은 배우들이 조노 역을 탐내더라. 본인의 조노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저 자체가 유머러스하지 않아서 웃긴 것에 치중을 두기 보다는, 이 캐릭터가 희극적인 캐릭터지만 최대한 서사를 끌어내고 싶었던 캐릭터다. 앞에서 부담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 캐릭터만이 가지고 있는 실질적인 갈등과 고민, 깊은 고찰을 보여드리고 그 후에 진이 신념을 위해서 목숨을 던지는 걸 쌓아 올려서 풀어내고 싶었다. 최대한 이 캐릭터를 관객에게 어떤 캐릭터로 각인시킬 것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했었다. 나름 깊은 고뇌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Q. 일본 사무라이 출신 조노가 어쩌다 조선에 와 ‘홍국’ 아래서 일을 하게 되었을까.


"제 생각으로는 조노가 입을 열면 희극적인 요소(눈치 없는 성격)들이 일본제국이었을 때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실력은 괜찮은데 특히 일본 사무라이들이 진중함을 모토로 두는데 눈치 없는 말들을 뱉고, 흥이 가득한데 그 흥을 주체 못 하니까 사무라이 세계에서 쫓겨났다고 생각했다. 사무라이 세계에서 버림을 받았지만, 홍국은 말 그대로 조노의 실력을 보고, 쓸모 있는지 없는지만 판단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래서 흥국은 출중한 실력이 있는 조노를 거둬들이지 않았을까."


Q. 본인이 상상하는 조노의 서사는 어떤가.
 

"예를 들면 2막에 홍국에게 뺨을 한 대 맞고,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그 감정의 변화를 어떻게 표현할지 제일 많이 고민했다. 그래야 그 뒤에 골빈당 무리를 도와주는 원동력이 생긴다. 진이의 손을 붙잡고 갈등하는 장면을 제일 고민했다. 관객들이 조노를 보고 ‘변화가 생겼는데?’, ‘뒤에 변화가 있겠는데?’라고 느껴주길 바랐다. 갑자기 도와주는 것이 아닌 ‘전에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지금도 고민 중이다. 진이가 “너만의 길을 가”라는 말에 조노의 결심이 가볍지 않아 보이게 하고 싶었다."


Q. 조노에게 진은 단순히 홍국의 딸로만 느껴지지 않았을 거 같다.


"연출님과 그것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한 끗 차이지만 진을 사모하고 있는 것과 존경의 대상으로 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제일 많이 나눴다. 저와 연출님이 잡은 건 진에 대한 존경심이다. 조노에게 좋은 말들만 하고 뚜렷한 길로 신념을 지켜나가는 진이 선망의 대상이었을 거 같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스러웠고 진의 손이나 팔을 잡았을 때도 사랑의 감정처럼 안 보이게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Q. 조노가 골빈당을 도와주고 죽는데, 호패를 받아보지도 못하고 죽어서 아쉽지 않나.


"여기서 너무 손쉽게 죽임을 당하니까 어떻게 하면 아쉽지 않고 관객들이 봤을 때 납득이 갈 수 있게 조노가 죽어야 할까 고민하다 부상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나간다. 부상을 입어야 3대 1이지만 그나마 손쉽게 제압을 당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보는 분들도 ‘왜 이렇게 쉽게 죽지?’ 이런 느낌이 아닌 ‘부상 입었는데 어떻게 싸우려고…’ 이렇게 느껴졌으면 해서 처음부터 부상이란 설정을 추가했다. 죽을 때 빨간 조명이 있으니까 정말 죽는 거 같이 느껴져서 죽으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도 했다."


Q. 조노가 우리나라 말과 일본어를 섞어서 말하는데 외울 때 힘들지 않았나.


"대사를 입에 붙이기 힘들더라. 일반적인 말이 아니다 보니 일반적인 대사도 입에 붙이기가 힘들 때가 있는데 관객들도 알아들어야 하니 중요한 단어들을 입에 붙이느라 쉽지 않았다. 계속 모든 받침들을 빼느라 그걸 고민하다 보면 맞췄던 걸 까먹게 되고, 맞췄던 걸 생각하다 보면 한국말을 하고 있게 되고...(웃음)"


Q. 심수영에게 ‘외쳐, 조선!’은 어떤 작품인가.


"제 인생 작품이다.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대학생 때 이 극이 1막만 형성된 공연인 시절부터 봐왔고, 완성된 후에도 팬이어서 계속 봤고 또한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했던 작품이다. 학교에서 했었을 때 연출님께서 같이 하자고 했는데, 그때 다른 작품을 이미 하기로 했던 상태라서 너무 하고 싶었지만 못 했다. 여러 번 같이 하자고 하셨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아쉬워하던 중 앵콜 공연을 한다고 해서 이번에야말로 정말 오랜 기다림 끝에 같이 하게 되었다."


Q. 조노 역으로 러브콜이 들어온 건가.


"사실 조선시대에서 186cm는 쉽지 않다. 그래서 제가 미스 캐스팅 하신 거 아니냐하고 말했다.(웃음) 일본에 대해 조심스러운 상황이었을 때 캐스팅이 되었는데 그 당시 갈등의 고조가 심했었다. 186cm에 일본인 무사 캐릭터니까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까에 대한 생각이 제일 무서웠다. 하지만 어디나 돌연변이가 있듯이 돌연변이처럼 생각하고 연기하기로 했다."


Q. ‘외쳐, 조선!’에서 끌리는 역은 누구인가.


"‘단’이다. 이 작품에 참여하는 남자 배우들이라면 한 번쯤은 배우로서 진득한 서사를 한 번 끌어나가 보고 싶지 않을까. 천방지축인 단이가 점점 변화되는 게 큰 매력이더라. 저자거리에서 사고만 치다가 출생의 비밀도 듣고, 천부적인 시조의 재능을 타고났다고 진이가 이야기해 주지 않나. 그걸 드디어 펼칠 수 있는 장소가 생기고, 거기서 오는 억울함, 한국인 특유의 한을 보여준다. 또한 장면을 극적으로 보여줄 수도 있고 멋있기도 하고 음악이 너무 잘 짜여 있다. 음악과 안무가 단이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주고 매력이 있는 거 같다. 다른 캐릭터도 매력이 있지만 뮤지컬의 제일 중심축으로써 매력적인 거 같다."



Q. 마지막으로 조노에게 호패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삼았을 때 외교에 대한 배척감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버림받고 한국에 왔지만, 한국의 모든 것들에 정이 들고 분명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사람들과 말을 섞었을 때의 어색하지만 말을 섞었다는 것에 대한 흥분감도 있고, 저로 치면 영어를 배워서 외국에 가서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한국에 녹아들고 싶은 마음이지만, 관군들이 신분에 대해 물었을 때 왜놈이라고 핍박도 받았을 거고. 조선에서 호패만 있다면, 이제 조선인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나. 호패를 받고 나면 이런 일은 그만하고 조선인으로서 평범하게 살고 싶을 거라고 갈망하는 게 호패의 존재이지 않을까싶다. 조선인으로 녹아들고 싶은 간절함이었을 것이다."


한편,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은 5월 24일까지 서울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https://www.anewsa.com/detail.php?number=21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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