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교수님의 회복탄력성 강의를 들으며, 나는 ‘잘 버틴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회복탄력성이란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아니라, 크고 작은 역경과 실패를 통과해 다시 일어나는 마음의 근력이다. 도약하려면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는 말, 성공하려면 반드시 망해봐야 한다는 말은 잔인하게 들리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볼 때 부정하기 어려운 진실에 가깝다. 내려가야 올라갈 수 있고, 비가 와야 땅이 굳으며, 앓고 나야 비로소 몸의 약한 지점을 알게 된다.
인생에서 좋은 일만 계속되기를 바라는 건 현실을 거부하는 일에 가깝다. 무언가를 시작하자마자 잘되는 일은 거의 없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실수하고, 틀리고, 좌절한다. 그러나 우연히 얻은 성공과 달리, 실패를 통과한 뒤 얻는 결과에는 깊이가 있다. 무엇이든 배우고 익히고 숙성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은 대개 불편함과 불안으로 채워진다.
회복탄력성 강의에서 소개된 ABCDE 모델은 그런 순간을 해석하는 하나의 지도처럼 느껴졌다. A는 기분 나쁜 사건, B는 그 사건을 기분 나쁘게 만든 나의 믿음과 전제, C는 그에 따라 내가 취한 행동과 말, 그리고 그 결과다. 그리고 D 단계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반박한다. 정말 내가 그렇게까지 기분 나빠해야 할 분명한 증거가 있는지, 다른 해석은 없는지, 이 일이 내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지 묻는다. 마지막 E는 상황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의 긍정적인 스토리 재구성이다.
최근 아내가 새로운 분야의 기술을 배워 처음으로 일을 맡았던 일이 떠오른다. 마지막 10분을 남겨두고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아내는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과거에 겪었던 힘든 사람의 기억이 떠올랐고, 자신은 늘 그런 사람을 만나 시달리고 실수하게 될 거라는 믿음에 사로잡힌 듯 보였다. 나는 처음이니 실수하는 게 당연하고, 잘 모르는 분야에 도전한 것 자체가 대단하며, 마지막 몇 분의 실수만 있었던 것도 훌륭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나 그 말은 생각만큼 위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내를 회복시킨 것은 내 말이 아니라, 또 다른 경험이었다.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시 자신감을 회복했고, 기분이 좋아지자 주변 사람들 역시 좋은 사람들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바뀐 것이 아니라 해석의 기준점이 바뀐 것이었다. 마음이 회복되니 세상이 달라 보였고, 그 변화는 아주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실수했던 그 일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용기가 샘솟았고, 더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결의도 생겨났다.
어제는 주차된 우리 차를 누군가 박아 번호판이 떨어지는 일이 있었다. 보험사에 문의하니 차량 견인과 공업사 수리, 대체 차량 렌트를 권했다. 나는 요즘 아버지의 건강 악화와 할머니의 기력 저하까지 겹쳐 떠올라 괜히 우울해졌다. 왜 나쁜 일은 이렇게 한꺼번에 오는 걸까, 왜 하필 지금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 그때 아내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번호판 다시 달면 끝나는 일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결국 아내는 보험 처리도 하지 않고 아이들과 단골 공업사에 가서 번호판을 달고, 두쫀쿠를 사고, 맛있는 밥을 먹었다. 사고를 낸 이웃이 건넨 위로금 덕분에 결과적으로 오히려 더 풍성하고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다. 같은 사건일지라도 어떻게 접근하고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에겐 우울한 기억이 되고, 누군가에겐 훈훈한 추억이 된다. 회복탄력성이란 인생의 파도를 없애는 능력이 아니라, 그 파도를 견뎌내고 나아가 그 위에 올라타 자기만의 리듬으로 건너는 힘이다. 파도 없는 인생은 결코 그 짜릿함과 충만함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 인생을 수없이 두드려온 그 파도들에게도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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