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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포근 Mar 27. 2020

교사가 보는 코로나 사태 속 개학

4월 개학을 준비하는 학교의 모습

3월 2일로 예정되어있던 개학이 5주나 연기되었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4월 6일에는 개학을 강행할 눈치다. 개학을 대비하라는 취지의 각종 연락과 공문들이 학교로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고 학교는 전염 예방 대책을 세우느라 매우 분주하다. 나만해도 오늘 정신없이 월요일 전체회의 자료를 준비했다.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며 학교가 준비하는 이런저런 대책들을 전해듣는데, 걱정이 하나씩 늘어간다.


코로나 사태 속 학교는 어떻게 대비를 하고 있을까. 단언컨대 학교는 할 수 있는 총력을 기울여 대비하려고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하게 되면 전국에 학교의 이름이 널리 (나쁜 쪽으로) 알려지는 것은 물론이요 아이들 학업에 지장이 생기니 강력한 민원 사유가 만들어질 것이다. 학교는 민원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곳이다. 그래서 학교의 각 부서는 머리를 맞대고 앉아 제각기 분주하게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최선책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렇게 총력을 다해 대비를 하고 개학을 한다면, 정말 우리는 학교에서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을까. 정말 이대로 개학하는 것이 정말 괜찮을까. 더 미뤄지는 것이 초래할 여러 악영향을 알면서도 회의감이 불쑥불쑥 찾아온다. 학교의 각종 대비책을 보며 여러분이 판단해보시기 바란다.



1. 교육과정의 변경

학교 별로 다르지만 보통 5,6월에 수련회 및 수학여행이 잡혀있는데, 이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학교가 대부분이다. 단체로 밀폐된 공간에 2박 3일을 붙어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수업시수를 확보하기 위해 입학식 날부터 정상수업을 강행하고 예정되어있던 재량휴업일 이틀 중 하루를 삭제했다. 이외에 사생대회, 백일장, 과학의 날 등의 학교 행사들을 전면 취소하여 교과 수업시수를 확보했다. 전교생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자 했던 설명회는 가정통신문이나 온라인 영상 등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중간고사를 폐지하고 과정중심평가로 대체하기로 했다. 중간고사 대신 수행평가를 보라는 것인데, 객관적으로 딱 떨어지는 평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수행평가는 늘 민원의 소지가 컸다. 아이들도 깔끔히 받아들이기 힘들고 교사들도 애매한 상황에 직면하여 과도하게 무거운 책임을 지게되기도 한다. 아이들과 교사들 모두에게 자칫하면 아주 큰 갈등의 소지가 될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2. 일과시간 변경

조회시간을 축소하여 원래 9시가 시작 시간이던 1교시를 8시 40분 시작으로 변경하였다. 이렇게 확보한 20분에 10분을 더해 점심시간을 기존보다 30분을 늘렸다. 그 결과 아이들의 일과시간은 10분이 더 늦게 끝나게 된다. 조회시간이 아주 축소될 뿐더러 짧은 10분 동안 전면 발열체크를 하도록 했다. 발열체크를 바쁘게 마치고 바로 수업에 들어가야하는만큼 아침시간이 아이들에게도 선생님들에게도 매우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이 간다. 늦잠을 자서 10분이라도 지각을 한 아이는 수업에도 높은 확률로 늦게될 것이다. 잠에서 깬지 얼마되지 않아 뇌를 깨울 시간도 없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그래도 이 정도의 변경은 아이들이 견뎌주지 않을까 싶다.

어떤 학교는 5분씩 단축 수업을 해서 급식시간을 더 확보하는 방식으로 일과시간을 변경했다.

3. 급식 대책

30분을 추가해 넉넉해진 급식시간에 아이들은 학년별로 식사를 한다. 담임 혹은 당번 교사의 지도하에 아이들은 일렬로, 그리고 양 옆 한 칸씩을 비우고 앉게된다. 학년별 식사가 끝나면 식탁과 의자 등을 모두 전면 소독한다. 아이들은 개인용 수저를 지참해와야한다. 시끌벅적 웃음이 가득한 급식시간이 시라지고 조금 어색하고 떨떠름한 식사시간이 시작될 듯 하다. 물론 교사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지도한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 그러나 급식실을 나오는 순간 아이들이 마스크를 성실히 착용해줄지는 의문이다.


4. 수업 형태 변경

학교는 시험 대형으로 책상을 만들고 간격을 최대화하여 수업을 하도록 권장한다. 모둠별 활동이 주된 수업의 방식이었던 나와 같은 교사는 당황스럽다. 학생 참여식, 협동식 수업을 지향하기 위해 열심히 수업을 개선해왔는데, 아이들 간의 대화와 접촉을 최소화해야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일렬로 앉은 아이들이 '살아 숨쉬는 교육'을 받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처음부터 고민하는 중이다. 아이들이 영어로 발화를 많이하고 그들의 생각을 공유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였는데. 일방적인 강의를 해야할지도 모르겠다는 같은 느낌에 왠지 힘이 쭉 빠진다.

영어교사인 나는 물론 체육교사인 동료 선생님들도 고민이 많다. 마스크를 낀 채 하는 체육활동이라니. 체육 시설들이 폐쇄된 마당에 아이들이 체육관에서 땀흘리게 하기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전 학년이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기엔 운동장의 상황이 여의치 않다. 언급하지 않은 다른 교과교사들 역시 해답없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래고래 소리를 크게 내고 화난 표정을 지어도 집중하기 힘들어 하는 우리 아이들, 마스크를 쓰고 하는 잔소리는 얼마나 들어줄까 걱정이다.

5. 쉬는 시간 대책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수업 시간에는 교사가 있으니 아이들의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강력하게 지도할 수 있다. (이마저도 어떤 선생님들에게는 벅찬 힘든 일일 것이다. 힘든 아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는 시간은 어떻게 할까. 학교는 요일별로 오전, 오후를 나눠 층별 순회 담당 교사를 배정했다.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도록 순회하며 지도하라는 것이다. 교사들의 쉬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사방으로 퍼져 놀고 있는 아이들을 선생님이 지도하여 마스크 착용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싶다. 시도는 해보겠지만 이렇게 마스크를 관리하느라 아이들의 생활 지도와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일은 더욱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늘 마스크 왜 안쓰냐고 다그쳐야하는 학교 생활이라니. 사로 웃는 얼굴을 마주하며 숨통을 트게 하는 아이들의 '쉬는 시간'은 여전히 잔소리를 들어야하는 시간이 되리라.


이렇게 다양한 대책을 학교가 짜내는 것을 보면 사실 학교선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온 학교가 이만큼 분주하게 움직이고 대비하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이렇게 총력을 기울여 생각해낸 대책들이 정말 학교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면 자꾸만 무력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다. 더이상 개학을 미룰 수 없다면 온라인 개학을 하는 것이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적으로 좀 힘든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이 기회에 유사시 인프라를 구축해두는 것이 좋겠다 싶다.


일개 교사 나부랭이로서 개학을 강행하면 군말없이 위 대책들을 성실히 실천하며 학교 생활을 하게 되겠지만, 교사로서 아이들간의 단절과 거리두기를 부르짖어야할 내가 어딘지 우습게 느껴진다.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하는 공간인가. 이 시기에 학교에 오는 것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가. 생각이 깊어지는 금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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