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웃는 사람은 잘 숨긴다

by 김성훈


아침부터 옷매무새를 다듬고, 향수를 뿌리고, 지갑과 회중시계를 챙기고, 불쾌한 편지를 읽고, 신문을 펼쳐 정치 칼럼을 훑는 한 인물이 있습니다. 그는 아내와 심각한 갈등 중입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스테판 아르카디이치는 아침 일상을 완벽하게 수행합니다. 그는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고, 미소도 잊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소화가 잘 되었다는 생리적 쾌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의 마음속에 이렇다 할 유쾌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소화가 잘 되었다는 생리적 쾌감으로 유발된 미소에 지나지 않았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우리가 얼마나 많이 미소로 마음을 숨기며 살아가는지 떠올렸습니다. 일이 많았던 하루, 감정이 복잡한 순간, “그래도 웃어야지”라는 말로 자기 마음을 미루는 날들이 생각났습니다.


이 장면 속 스테판은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은 엉망입니다. 딸에게 건네는 상냥한 말과 초콜릿, 아들에게 보이는 의식적인 애정,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오히려 그가 감정을 어떻게든 유지하려 애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눈치챕니다. 딸은 “엄마는 바람이나 쐬고 오래요”라고 말하면서 얼굴을 붉힙니다.

그 붉어진 얼굴은, 이 가족 안에 무엇이 틀어졌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가족이란 뭘까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함께 살아야 하는 관계 일까요? 여러분은 무언가를 잃었는데, 그 잃은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채로 하루를 넘긴 적이 있으신가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스테판이 딸과 나누는 몇 마디 말보다 그가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 미소를 짓고 나서 다시 생각에 잠겼다”는 부분이 더 인상 깊었습니다.


“모든 게 엉망이다.”

“가봐야 할까, 가지 말아야 할까.”

“허위와 거짓말 외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모순되고도 망설이는 문장들. 이것이야말로, 감정이 무너지는 사람의 전형적인 목소리가 아닐까요. 읽다가 저도 모르게 생각했습니다. 저도 한때 저런 사람처럼 “모든 게 괜찮은 척”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감정은 엉망인데, 일은 해야 했고 몸은 괜찮지 않은데, 자꾸만 누군가를 웃게 하려고 애썼던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잘 웃는 사람은 잘 숨긴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저는 이 문장을 안고 하루를 버팁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감정을 조용히 들여다보며.

오늘 하루, 내 웃음은 어디에서 왔는지를 조용히 되짚으며.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2화그날, 침묵은 괜찮지 않았던 나를 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