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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화 Feb 05. 2022

검사

검사를 받는 것은 잠에 드는 것과 비슷했다

일찍 도착했어도

들어가기까지 두 시간이 걸리고

1시 58분까지 아래층을 서성인다는 점에서


흥건한 손으로 문을 여니

새하얀 구름이 바닥과 벽에 붙어 있었다

생경한 내 방

같은 색깔의 탁자 또 흰색 의자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투명한

가운이 바짝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내 공간에 들어온 두 번째 사람에게

어깨의 좁아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마지막 치열까지 웃어 보이고

가방에서 마음을 재는 것들을 꺼냈다


- 4번 카드가 무엇으로 보입니까

- ……아버지의 손에 들린 매처럼 보여요.

대답까지 16초가 걸렸는데

헙 소리는 삼켰다고 적었을까

파일에 무엇을 적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청진기 끝은 다시 차가워진다


- 교회에선 그것조차 죄입니까?

옷을 갈아입다가 벌컥 열린 문을 보는 듯

내 눈망울은 경직되었다

입 밖으로 공기가 나갔지만 그것이 소리는

아니었다

네, 라는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알고

싶어 할까

문을 철컥 닫히는 소리가 났다


그는 나를 기다려주었다

다행히 50분까지만

-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오시면 됩니다.

파일이 탁 닫히는 소리에


흠칫 눈이 떠지고 창밖 검은 구름에 닿는다

나는 방문을 잠그고

침대로 와서 돌아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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