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이 없는게 아니야
서른을 넘기고부터, 내 연애는 점점 모양을 잃어갔다.
예전에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을 향해 뛰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마음이 앞서서,
이유도 없이 보고 싶고, 만나면 그냥 좋았다.
앞뒤 생각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만 행동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좋아하는 마음보다 계산이 먼저 앞선다.
계산이라고 하면 섭섭해질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야 할 게 많아졌다고 하자.
이 관계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 사람이 내 일상에 들어와도 괜찮을지,
함께 있는 게 편안한지 아닌지
감정보다 상황이 먼저 스쳐간다.
서른아홉의 연애는
감정의 불꽃이 아니라 내 일상의 온도로 움직인다.
뜨겁지 않지만, 쉽게 식지도 않는다.
때로는 설렘보다 안정이 더 중요하고,
사랑보다 배려가 더 커야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의 연애는
시작이 더 어렵다.
서로의 인생에 너무 많은 변수가 생겼고,
각자의 삶이 이미 단단하게 굳어버려서
그 사이에 누군가가 들어올 틈이 거의 없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정말 사랑이 어려워진 걸까,
아니면 내 마음이 어려워진 걸까.
이 나이의 연애는
대단한 이벤트나 자극적인 감정이 없다.
대신 조용히 안부를 묻고,
서로의 하루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선은 있지만 그 선까지 스며드는 사랑’ 이 된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스물의 설렘이 남아 있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때의 그 짧은 떨림,
어색하지만 기분좋은 설렘
이제는 그 설렘을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랑이란 결국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일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서른아홉의 연애는 형체가 없다'
하지만 그 모호함 속에서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믿고 싶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줄 용기를
조금씩 연습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