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과 시작
서른아홉이 되자
불안은 더 이상 소란스럽지 않다.
대신 조용하고, 무겁고, 오래간다.
스무 살의 불안은 “될 수 있을까?”였고,
서른의 불안은 “잘하고 있는 걸까?”였다면,
서른아홉의 불안은 조금 다르다.
“이 정도가 끝일까?”
요즘 나는
‘아직 남았다’는 말보다
‘이제 별로 안 남았다’는 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간도, 기회도, 체력도.
모든 게 유통기한을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서른아홉의 불안은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착각에서 온다.
사람도, 일도, 꿈도.
한 번 어긋나면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그래서 괜히 몸이 먼저 늙는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피곤하고,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아, 나는 이제 회복력 없는 나이가 되었구나.
그렇게 스스로를 단정해버린다.
또 하나의 불안은
비교가 아니라 정산이다.
누가 더 앞서갔는지가 아니라,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쌓아왔는지 계산하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생각보다 많이 해냈다는 사실과,
생각보다 비어 있다는 사실을 동시에.
서른아홉의 불안은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라
“나는 여기서 멈추는 건 아닐까”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상하게도
이 나이가 되어야만 생기는 용기도 있다.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무언가를 놓을 수 있는 용기.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적당히 괜찮은 삶을 선택하는 용기.
요즘 나는 성공보다 지탱을 생각한다.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텨낼 수 있는지.
서른아홉은
불안을 없애는 나이가 아니라
불안을 데리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나이다.
불안하지만 도망치지 않고,
초조하지만 대충 살지 않고,
두렵지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가려는 마음.
나는 오늘도
내 나이만큼의 불안을 등에 업고
아무 일도 아닌 하루를 살아낸다.
그리고 그게
서른아홉의 가장 큰 용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