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라진걸까?
서른아홉이 되니
주변의 속도가 유난히 또렷해진다.
친구들은 가족을 이루고,
자신의 이름 앞에 전문직 타이틀을 하나씩 얹어간다.
안정이라는 단어가 그들의 일상이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럼 나는?
이 질문은 요즘 매일같이 나를 붙잡는다.
나는 전공을 6년정도 붙들고 있다가 길을 꺾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으며
또 다른 길을 7년쯤 걸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어디에서도 끝까지 달려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예전의 나는
재미와 다양한 경험을 중요하게 여겼다.
한 가지에 묶이기보다
여러 세계를 오가는 삶이 나답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분명 최선이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서른아홉의 나는
그 선택들 위에 서서
다른 질문을 한다.
정말 그게 최선이었을까?
처음부터 꾹 참고 전공으로 갔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한 번 꺾은 그 길에서
10년이라도 채웠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 덜 불안했을까.
버티지 못하고 또 다른 길로 간 나를 두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건 타고난 운명이야.”
“니 성향에 맞는 길이었던거야.”
“여러가지를 할 수 있는 건 능력이야.”
위로인 듯, 위로 아닌 말들.
그 말들이 쌓일수록
내 마음은 더 어질어질해진다.
마치 내가 방향을 잃은 사람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사람이 된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하던 걸 다시 이어가 볼까?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걸 해볼까?
머릿속에서는 늘 같은 생각들이 맴돈다.
잘된다는 보장만 있다면 달려볼 텐데.
체력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걸 알기에
이런 생각이나 하고있다.
더 늦기 전에 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몸은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의지는 있는데, 확신이 없다.
용기는 있는데, 자신감이 없다.
서른아홉의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진 사람이다.
무작정 뛰어들기엔 너무 많은 실패를 봤고,
가만히 있기엔 마음이 계속 나를 흔든다.
그래서 가끔 묻는다.
나만 이런 걸까?
아마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을 뿐.
겉으로는 잘 가는 것처럼 보여도
속에서는 모두 한 번쯤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도 될까”를 묻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른아홉의 두려움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잃을 게 생겼기 때문에 더 무겁다.
그래서 예전처럼 가볍게 선택하지 못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끝까지 달리지 못했다는 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말일 수도 있다.
방향은 바뀌었지만
멈춘 적은 없었으니까.
아직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없다고 느껴질 뿐,
사라진 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이제는
확신이 아니라
두려움을 안고도 한 발 내딛는 용기가
필요한 나이가 되었을 뿐이다.
서른아홉의 나.
완성되진 않았지만
아직 끝난 것도 아니다.
그리고 이 질문을 붙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