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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연 Mar 08. 2022

순례자





순례자







우리의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이 있는 것은 순례자이기 때문이다. 각자 이 땅에 보내어진 아름답고 귀한 소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보내어졌다는 것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 수도 없는 걸음을 걷는다. 모두가 안정과 평안을 꿈꾸지만 영원한 정착은 삶에 허락되지 않는다. 


순례자임을 잊은 사람들은 삶의 불안정함을 다른 것으로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부함과 권력, 사회적인 성공과 힘이 어느 곳에 정착시켜 줄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 어느 지점에도 정착할 수 없다. 순간은 말 그대로 순간이며 살기 싫은 오늘은 주어지고 살고 싶은 내일은 사라진다. 


사람에게서 얻는 안정 또한 영원하지 않다. 삶은 떠나고 떠나는 것의 연속이다. 어린 시절 든든히 지켜주던 부모의 품도 어느 순간 떠나야 한다. 정들었던 친구들과도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삶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집을 떠나고, 직장을 떠나고, 이웃을 떠난다. 


떠남을 인정하는 것, 이 땅에서의 나는 순례자임을 기억하는 것에서 새로운 걸음은 시작된다. 


마을 어귀에 있는 커다란 고목나무를 보자. 아마 저 나무는 우리보다 더 오랜 세월 이 세상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저 나무처럼 오래도록 뿌리내릴 수 조차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나무를 가꾸는 것이다. 우리가 이 땅을 머물다 간 그 순간에 한 아름다운 일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우리의 두 손으로 더 아름다운 가치를 뿌릴 수 있다. 


당장 내가 손에 쥔 어느 것 하나도 본래 내 것이 아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곁에 있는 사람도 영원한 안정이 되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다. 부모와 보내는 시간도, 친구와 보내는 시간도, 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순간도. 우리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순간의 모든 것을 우리는 선하게 만들기 위해 살아가야 한다. 순례길에서 만난 들꽃 하나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으로 걸어가야 할 것이다. 


삶에 끝에서 마침내 그 평안과 안식을 만났을 때, 너의 삶은 어떠하였냐는 물음에 나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그리고 너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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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박수연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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