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보기] 직업 안정성은 떨어졌지만 기회는 공평해졌다

by 타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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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콘텐츠 제작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때 소설가가 되고 싶어, 괜한 글을 주야장천 써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대에 좋은 작품을 써서 등단에 성공한 여러 작가와 달리 나는 실패했다. 그리고 취업을 선택했다. 꽤 흔한 이야기다.


그래도 글을 아예 놓진 못 했던 것인지 잡지사와 언론사에서 몇 년간 일했다. 경력을 살려 페이가 나쁘지 않은 회사의 홍보팀에서도 일했었다. 하지만 조직생활이 잘 맞지 않았다. 돈 벌러 출근해서는 사내 인간관계 천착하는, 흔한 기업 문화에 회의감을 느꼈다.


회사가 아니면 정녕 굶어죽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꼭 그렇진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회사를 관두고, 그동안 해온 직무를 살려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했다. 약 2년 전의 일이다.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각종 필요한 텍스트를 제작해 주는 게 주 업무다.


기업에는 각종 자료집, 결과집, 백서, 홍보자료 등을, 개인에게는 출간을 위한 단행본을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지난 2년간은 나름 업으로 삼기 괜찮았던 것 같다. 일을 차츰 키워나가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성형 AI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다소 난관을 만나게 된 듯하다.


생성형 AI가 대체할 만한 업무 분야 중 나의 일은 꽤 선순위에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처럼, 또 한 번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 찾아온 것이다.


물론 영원한 건 절대 없어, 라는 GD의 노랫말을 좋아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그 시기가 조금 일찍 찾아왔다. 나는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빅데이터와 AI 관련 트렌드를 살펴보게 되었는데, 이 분야를 주의 깊게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한 분 있다. 스스로를 '마인드 마이너'라고 칭하는 송길영 박사다. 그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람의 마음을 캐는 일을 업으로 삼아 몇 년 전부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나는 이렇게 자기 일을 만들고 키워가는 사람들에게 큰 매력을 느낀다.


송길영 박사가 어느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AI가 우리 삶의 어떤 부분부터 대체하게 될까요, 와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이었던 것 같다.


이에 대해 그는 '구체적으로 설명 가능한 일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일종의 명령어 개념인 '프롬프트'에 따라 동작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설명하기 용이한 일일수록 AI의 성능이 더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송 박사는 'AI는 중간층부터 가져갈 것이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어떤 일의 정점에 있는 영역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을 대체하기 어렵고, 일부 하위 영역에는 비효율을 무릅쓰면서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속해 있는, 나와 같은 중간층의 일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이라도 하러 가야 하는 걸까.


송길영 박사는 '안정성은 떨어졌지만 기회가 공평해졌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과연 맞는 말이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전에는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역량을 키워가다 보면, 타인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쟁 상대가 더 이상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다. 셀 수 없는 데이터량과 기계화된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AI가 우리의 상대다.


그렇다면 우리는 AI와 경쟁할 것인가, 에 대한 깊은 고민이 이어진다. 과연 AI와 경쟁해서 승산이 있는가, AI와 꼭 경쟁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필요하다.


오히려 내가 AI를 활용해서 다룰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는 것도 한 방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전문 영역을 다른 비전문가가 AI를 활용하여 얼마든지 넘나들 수 있다면 나 또한 다른 영역을 도전해 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AI에게 맡기고, 여러 분야를 결합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또 다른 기회가 열린다. 우리는 각의 분야에서 AI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롬프트를 잘 구상할 줄 알면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AI에게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CHAT GPT의 제작사인 OPEN AI의 샘 올트먼을 비롯한 AI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 내에 대다수의 직업들이 AI로 대체될 것이라 말한다. 우리는 이 경고성 멘트들을 단순히 허황된 말로 흘려 들어선 안 될 듯하다. 이미 AI의 시대는 시작된 지 오래고, 미리 대비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미래는 꽤 달라져 있을 테니 말이다. AI는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가족사진을 지브리풍으로 변환하며, 순수하게 놀라워하는 단계를 넘어, 한 걸음 더 내딛어야 할 때가 도래했다.


※ 본 포스트는 논객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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