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썼던 글들을 읽다 보면, 끝까지 참고 읽기가 정말 쉽지 않다.
그땐 그랬구나, 맞아 그랬었지, 라는 생각은 순간일 뿐, 곧이어 왠지 모를 낯부끄러움이 벌떼처럼 몰려온다.
그럴 때면 얼마 지나지 않아 책장을 덮어버리거나, 화면을 꺼버리게 된다.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지만, 마땅히 그럴 수밖에 없을 일이다.
일기를 꾸준히 쓰는 분이라면 공감하실 수도 있을 법한 이야기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많이 담긴 글일수록, 그 낯간지러움의 정도가 대폭 증가한다.
나의 경우에는 오래전에 썼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정말 곤욕을 치른다. 당시에는 나름 꽤 열심히 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사고의 폭이 굉장히 협소하고, 플롯의 전개 방식이나 캐릭터 설정도 굉장히 제한적이다. 공모전에 출품할 때마다 왜 그렇게 떨어졌는지, 이제는 불을 보듯 뻔히 알 수 있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당시에 꽤 진심이었고, 나름 자신을 잘 담아낸 글이었던 터라, 전체적인 기둥만큼은 다시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아무리 이쪽저쪽으로 뜯어보아도, 그때의 생각과 감정을 그저 이해할 수는 있을 뿐, 온전히 다시 표현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는 꽤 기나긴 시간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중반은 변화무쌍한 격동의 시기이기도 하다.
결국 리모델링이 아닌 신축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로서는 어떤 이야기가 쓰고 싶은지 무척 종잡기 어렵다. 시야가 좁을 때는 응축되기 쉬웠던 에너지가, 조금 넓어졌다고 잘 모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시작하기에는, 또다시 그냥저냥 한 이야기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오는 작가들도 자신의 오래된 작품을 다시 고치거나, 아예 쳐다도 보지 않는 걸 보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늘 마음에 두고 있으면 언젠가 다시 쓸 날이 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넘겨본다. 이렇게 계속 미루다 간 아이를 위한 동화를 먼저 쓰게 될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