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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속았수다' 속 빈티지 카메라 Petri 7S

드라마 속 카메라: 시대와 연출의 경계

by HaNd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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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속았수다'에 등장하는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폭싹속았수다'를 보다 보면,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1950~60년대 감성을 담은 다양한 소품들이 눈길을 끈다. 특히, 극 중 등장하는 카메라는 필름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한 요소다.


폭싹속았수다 속 카메라

‘폭싹속았수다’를 보다가 아이유와 박보검의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얼핏 보니 캐논 Canonet 'QL17'이나 'QL19'처럼 생겼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레인지파인더 느낌이 물씬 나는 외관. 그런데 렌즈 주변을 자세히 보니 올림푸스 'PEN-EE'에 달린 것 같은 '셀레늄 노출계'가 눈에 띄었다. 근데 이건 아무리 봐도 캐논이나 올림푸스 모델과는 뭔가 다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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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리 Petri 7S (Kuribayashi Camera Works, 후에 petri로 이름 변경)

조사 끝에 이 카메라는 1963년에 출시된 'Petri 7S'라는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로 보인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이 카메라는 당시 꽤 인기 있었던 모델이라고 하며, 고정식 단렌즈(45mm f/2.8)를 장착하고 있다. 그리고 셀레늄 노출계가 특징인데, 이건 광전지로 전력을 공급해서 별도의 배터리가 필요 없는 구조다. 빈티지 카메라 마니아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카메라다. 회사 이름마저도 처음 들어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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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렌즈?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점. 6화에서 아이유가 연기한 양금명의 대학교 입학식 장면을 보자. 양금명의 상대역 영범이 이 카메라로 오애순네 가족의 기념사진을 찍어주는데, 갑자기 줌을 하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심지어 “휭-” 하는 전자식 줌렌즈 소리까지 들린다.


잠깐, Petri 7S는 고정식 단렌즈 카메라가 아닌가?


배터리도 안 들어가는데 전자식 줌이 될 리가 없다. 심지어 발줌의 낌새도 없고, '땡겨 찍었다'는 대사까지 나온다. 이 정도로(?) 연출된 거면 단순 실수는 아닌 거 같고 제작진이 의도한 연출로 보이는데,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면서도 현대적인 연출을 넣은 요소랄까...? 당시 전자식 줌렌즈가 있었다면 방송용 카메라나 캠코더 정도는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이건 좀 과한 설정인 거 같다. 양금명이 막 태어난(3화) 시기의 카메라를 입학식에서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는 설정인데 1969년에 전자식 줌이 되었던 카메라라는 건 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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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ri 7S는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Petri 7S는 60년대 감성을 품은 카메라다. 셀레늄 노출계 덕분에 빛을 감지해 노출을 자동으로 맞춰주는데, 요즘 배터리 의존적인 카메라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셀레늄 셀이 노화되면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고, 수리도 쉽지 않다. (이래서 올림푸스 PEN-EE를 못 사겠다) 그래도 이런 소품이 아이유나 박보검 카메라로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여지는 충분히 있긴 하다. 뭐 그렇다고 내가 살 건 아님.


폭싹속았수다 3막을 기다리며...

사실 3막까지 다 완결되면 보려고 했는데 참지 못하고 지금 나와있는 2막까지 보고 말았다. '동백꽃 필 무렵'의 작가라는 말을 듣고 약간 걱정스러웠는데(동백꽃은 보다가 중도 하차) 이번에는 끝까지 볼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데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닌 거 같다. 재미는 있는데 왠지 그렇네...? 제주 배경을 한 드라마치곤 제주가 덜 느껴지는 느낌도 있다. '우리들의 블루스'가 진한 제주향이 났다면 그 정도는 아닌 거 같기도... 시대를 너무 올라가서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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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드라마 속 영범의 어머니 부용 역의 (故)강명주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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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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