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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Dec 17. 2020

영화 속 이스터 에그를 발견하는 기쁨

영화 <무드 인디고> 리뷰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은 다양하다. 게임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게임에 재미로 숨겨 놓은 ‘이스터 에그’처럼 영화감독 역시 자신의 영화에 숨겨진 볼거리를 넣기도 하고 화면 미장센 하나하나에 자기 의도를 깃들여 넣는다. 그래서 영화는 알고 볼수록 보는 재미가 생긴다. 하지만 모르고 봐도 괜찮다. 또 보면 되니까. 일단 가장 먼저 영화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건 영상. 우리 눈을 사로잡는 영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무드 인디고> 역시 그런 영화들 중 하나. 화려한 영상으로 시선을 빼앗는 영화 속에 그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무드 인디고>의 원작은 프랑스 작가 보리스 비앙의 소설 <세월의 거품>. 보리스 비앙은 그 특유의 상상력을 탁월한 묘사를 통해 책 안에 그려냈다. 거르지 않은 생 날것의 상상력들은 집중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고 다양한 표현으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렇게 작가의 상상의 나래로 펼쳐진 <세월의 거품>은 그에 걸맞은 감독 미셸 공드리를 만나 한 편의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배제하더라고 한 편의 미디어 아트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영화 <무드 인디고>는 미셸 공드리가 가진 장점들로 재창조되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깊은 곳에 잠들었던 상상의 세계를 펼치게 만든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원작의 제목처럼 ‘거품’ 같은 한 남녀의 인생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 마치 무지개 빛을 한 비눗방울처럼 다양한 색을 지닌 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공드리 감독은 <무드 인디로>를 통해 주인공 콜랭(로망 뒤리스 분)과 클로에(오드리 토투 분)의 삶을 4가지 색으로 표현했다. 요리가 일품인 변호사 니콜라(오마 사이 역)와 작은 생쥐가 살고 있는 콜랭은 칵테일을 만드는 피아노를 발명해 행복한 삶을 이어가던 중 운명의 여인 클로에를 만난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의 만남은 매혹적인 파리를 배경으로 비비드(Vivid)하게 그려진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결혼에 성공하고 파스텔(Pastel) 톤의 행복한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폐에 수련이 자라는 병에 걸린 클로에에게 죽음이 다가오고 그녀를 살리기 위해 콜랭은 전 재산을 바치기에 이른다.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들수록 점점 모노톤으로 변하는 두 사람의 삶. 콜랭은 치료비를 대기 위해 노동을 시작하지만 삶의 색은 점점 흑백으로 변질되고 아름다웠던 사람은 이와 함께 빛을 잃어가 무채색으로 변하고 만다.  
 
<무드 인디고>는 손을 대기만 해도 톡 하고 터지는 덧없는 인생의 거품을 손으로 만드는 판타지로 다시 태어났다. 보리스 비앙이 묘사했던 상상들은 공드리 감독의 손끝에서 현실이 되었고 세세한 스톱모션과 눈을 자극하는 색감의 물건들의 배치를 통해 보는 즐거움을 만들어 냈다. <수면의 과학>이나 <이터널 선샤인> 같은 영화뿐 아니라 수많은 뮤직 비디오들을 통해서도 자신만의 영상 세계를 확고히 한 미셸 공드리 감독. 그는 <무드 인디고>에서 ‘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가령 클로에가 병에 걸리게 되는 날 2분할로 갈라진 화면이 비가 내리는 어두운 날씨와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날씨로 갈려 다른 온도를 그려내 이후 일어날 일을 암시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 점차 상황에 따라 달리하는 화면의 색뿐 아니라 콜랭의 집이 겪는 변화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사랑은 지금 무슨 색이냐’고 말이다. 100가지 사랑이 있다면 그 사랑에 걸맞은 100가지 색이 있는 법, 그리고 인생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인생의 색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거품의 색이 시시각각 변하듯 우리 인생 역시 시시각각 변하며 그 색을 달리하는데. 미셸 공드리 감독이 보여주는 다양한 색의 인생에 비추어 보는 우리 인생. 당신이 지닌 색은 과연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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