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원 Dec 19. 2020

디카프리오에게 오스카의 영광을 안겨주다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리뷰

영화를 사랑하는 직장인들 직면하는 가장 큰 비애 중 하나는 좋은 영화를 제 시간에 스크린으로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흔히들 독립예술 영화라 불리는 장르의 영화들은 항상 자본의 힘에 밀려 제대로 상영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보는 사람이 있어야 스크린에 걸려 있는 법. 사람들이 보지 못한 많은 영화들이 며칠이 채 되지 않아 극장 상영표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런 점에서 설 연휴는 그들에게 극장에서 영화를 볼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6, 이하 <레버넌트>) 스크린에서 빠르게 내려갈 뻔한 영화 중 하나였다. 불행 중 다행인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하 디카프리오)가 우리나라에서 가진 티켓 파워와 오스카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 영화를 스크린에 더 오래 붙여 놓았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무려 200만 명의 관객이 디카프리오에게 오스카 수상의 영광을 안긴 작품을 감사했다. 물론 설 연휴 기간 동시에 상영한 <검사외전>(2016)이 매진이라 차선책으로 이 영화를 택한 가족들도 있었겠지만 이러나저러나 그들에게도 <레버넌트>는 여러 가지 의미로 많은 충격을 안겨줬을 것이었다.  
 
영화 내내 큰 화면을 채우는 건 1823년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아메리카. 사냥꾼 휴 글래스(디카프리오 분)는 인디언 아내 사이에서 낳은 자식 호크(포레스트 굿럭 분)를 데리고 백인들의 가이드가 되어 가죽 포획을 돕는다. 정찰을 돌던 중 그는 회색곰의 습격을 받은 그는 목숨이 위태로워지고 동료들이 떠난 자리 지키는 건 휴를 따르던 짐 브리저(윌 폴터 분)과 오로지 돈을 위해 남기로 결심한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 분)이다. 그러나 동행 내내 휴를 못마땅해하던 피츠제럴드는 휴가 보는 앞에서 휴의 아들 호크를 죽이고 짐을 속여 휴를 버려둔 채 도망쳐 버린다. 상처와 싸우던 휴는 마침내 다시 살아나고 죽음에서 돌아와 복수를 다짐한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이하 이냐리투) 감독의 <레버넌트>는 개봉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디카프리오는 이미 <레버넌트>를 통해 2016 골든 글로브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고 여기에 더해 이냐리투 감독은 68회 미국감독조합상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최우수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로 인해 <레버넌트>의 오스카 수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고 사람들은 은근히 디카프리오의 오스카 첫 수상을 기대하게 되었고 이는 곧 현실이 되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건 수상 이력을를 배제하더라도 <레버넌트>가 주목 받아 마땅한 영화라는 점이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전설로 남은 실존 인물 휴 글래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마이클 푼케의 소설 [더 레버넌트]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레버넌트>. ‘레버넌트’는 말 그대로 저승에서 돌아온 자 혹은 망령을 의미하는 단어로 광활한 대자연에 버려져 홀로 살아난 인간 휴 글래스를 가리킨다. 이냐리투 감독에게 ‘평생 예술적으로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는 [더 레버넌트]. 서부 개척 시대 백인과 인디언, 잔혹한 자본주의 논리와 대자연 앞에서 작아지는 인간의 존재와 그 나약함을 이겨내는 인간의 본능까지 거대한 대 서사시 [더 레버넌트] 안에서 이냐리투 감독의 심금을 울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영화가 담은 방대한 이야기 속에서 시종일관 등장하는 건 휴의 죽은 아내다. 그녀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휴의 환상 속에 나타나며 휴에게 메시지를 속삭인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부러지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녀의 부족을 덮친 백인들은 무자비하게 인디언들을 죽이고 그녀마저 백인의 손에 목숨을 잃지만 그녀가 남긴 이야기는 휴의 안에 살아 그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아들을 죽인 피츠제럴드를 향해 복수의 칼날을 가는 휴는 몇 번이나 피츠제럴드의 악행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혹독한 자연 속에서 그의 생을 잇게 만든 건 그를 향한 복수심이 아니었다. 그저 복수는 그가 살아야 할 계기가 되었을 뿐 가장 중요한 건 그의 아내가 남긴 생의 의지에 대한 메세지였다. 부러지지 않는 나무가 되어 살아가라는 그녀의 속삭임은 휴가 죽음과 조우할 때마다 나타나 그를 다시 일으킨다. 한 아버지의 복수극으로 그려진 이야기가 결국 인간의 생존 본능 그리고 그 의지로 확대된 것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보는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경이로운 자연과 웅장한 음악을 담아 <레버넌트>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촬영 장소를 찾기 위해 5년을 헤맨 이냐리투 감독은 <버드맨>(2014)에서 호흡을 맞춘 엠마누엘 루베즈키를 섭외해 19세기 미국 땅을 스크린에 옮겨왔다. 또한 <마지막 황제>(1987)로 이름을 알린 일본의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이 더해져 눈과 귀를 충족시키는 예술로 다시 태어난 <레버넌트>. 그 명성과 뒷 배경을 내려놓고라도 충분히 그 스스로 힘을 가진 영화는 상업 영화의 홍수 속에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은 어디에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