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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an 05. 2021

미세먼지가 날려도 연애는 계속된다

영화 <서울연애> 리뷰

 한동안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삼포세대’. 삼포세대란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연애, 결혼, 출산 이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다. 먹고사는 것도 어려운 데 무슨 연애람. 툴툴거리며 인터넷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찾는 젊은 그대, 그래도 연애를 꿈꾸지 않는가? 먹고살기에 바빠 보여도 할 건 다 하려는 사람들이 아직 있기에 만들어진 영화, <서울연애>다.  



 <서울연애>는 6개의 단편 영화가 이어지는 옴니버스 영화다. 첫 번째 영화 <영시>는 룸메이트로 만나 뒤늦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게 되는 연인을, 두 번째 영화 <서울 생활>은 앞의 영화와는 반대로 이제 헤어지려는 연인의 모습을 그린다. 세 번째 영화는 <상냥한 쪽으로>라는 제목과 달리 결코 상냥하지 않은 두 사람, 그러나 결국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네 번째 영화 <춘곤증>은 앞선 세 영화가 젊은 커플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 것과 달리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연애, 그냥 쉽게 말해 불륜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한편, 다섯 번째 영화 <군인과 표범>에는 이별을 막으려는 남자와 그를 도와주는 남자가 등장하고, 마지막 영화 <뎀프시롤 : 참회록>은 복싱에 자신의 삶을 걸고 있는 한 남자의 인생 조각을 보여준다.  



 이처럼 각기 다른 6개의 영화가 모여 만들어진 <서울연애>는 2013년 제39회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던 영화다. 7명의 감독들이 모여 만든 6개의 영화는 하나하나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에게선 풋풋함을, 서로 등지고 돌아서는 연인에게선 이별의 담담함을, 사소한 일로 다투면서도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연인에게선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연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뻔한 이야기를 뻔뻔하게 풀어나가는가 하면 갑자기 시점을 바꿔가며 때로는 그 인물이 되고 때로는 제삼자가 되어 주인공들을 바라본다. 특히 <서울연애>는 현재 독립영화계에서 그 이름을 알리고 있는 감독들과 배우들이 참여한 작품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마지막 엔딩 크레디트에서 반가운 이름들을 볼 수 있기에 끝까지 시선을 고정할 것. 또한 영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서울연애>는 서울 그리고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특별히 서울에 초점을 맞춘다면 두 번째 영화 <서울 생활>에, 연애에 초점을 맞춘다면 세 번째 영화 <상냥한 쪽으로>에 집중하도록. 다른 작품들보다 조금 더 제목에 충실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서울연애>에서 보여주는 서울의 삶은 팍팍하다. 뉴욕처럼 멋진 해변을 거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파리처럼 아름다운 건물로 둘러싸여 있지도 않다. 정말 제목에만 연애라는 단어를 쓰고 있을 뿐이지 우리가 꿈꾸는 달콤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다. 인물들의 창 밖으로 보이는 건 빽빽한 달동네뿐. 이런 건조한 풍경이 오히려 지금 젊은이들의 연애 방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 같아 씁쓸한 마음까지 든다. 영화 자체도 마찬가지다. 영화 공식 포스터는 <사랑해, 파리>, <뉴욕 아이 러브 유>에 이어 <서울연애>를 소개하지만 영화는 그들과 조금 다른 노선을 타고 있다. 아기자기한 풍경, 마음이 따뜻해지는 빛을 그린 르누아르의 작품을 그린 줄 알았는데 막상 캔버스를 들여다보니 그 위에 담긴 그림은 강렬한 색과 거친 붓질로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마티스의 것이었다. 어쩌면 다듬어지지 않아 보이는 듯한 서울, 투박한 화면 안에 드러난 연애의 풍경에 한숨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그렇게 한숨을 쉬었다면 아마도 그건 그 이야기가 당신 이야기였기 때문은 아닐까? 영화로 꾸며진 연애가 아닌 진짜 서울, 그리고 연애 이야기. 영화 <서울연애>는 우리가 숨기고 싶은 모습까지 밖으로 꺼내어 보여주며 우리에게 묻는다. 그래도 아직 연애를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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