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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작가 Aug 08. 2024

달 보며 소원 빌기

나바레테 달빛추석


계획이 계획대로 된 적이 있었는가?

기운이 남아있었다면 미리 다른 숙소를 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한 발짝도 못땔듯 뜨거운 태양은 눈에 보이는 곳으로 빨리 들어가 몸을 식혀야 한다는 생각밖에 남아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나바라떼 마을 숙소 입구


9월 28일 / 3시 30분 / Albergue de Peregrinos de “Navarrete”


늦은 체크인을 마치고, 숙소로 올라갔다.

12인용 벙커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방 안에 포함되어 있는 샤워실과 화장실이 2개씩 있다.

나는 그것 만으로도 건물 층고가 높고 아름다워서 만족한다.


기대치가 낮아진 걸 지도 모르겠다.

0층 작은 로비를 지나 1층에 개인 화장실과 프라이빗 룸 그리고 주방이 있고 2층 우리 숙소방으로 들어가서 내 자리는 바로 문 옆 2층이었다.


언니는 1층 나는 그 위 2층침대로 배정을 받았다.

내 머리에 받은 열을 식히고 싶은 마음밖에 없는 상태다.

가방을 던져두고 익숙하게 시트를 깐 후 바로 샤워실로 향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날씨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습도만 빼고 태양의 자외선 농도만 치면 비슷했던 것 같다. 스페인에 씨에스타 시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몸으로 이해하면서 대부분 이곳에 도착한 순례자들 모두 시에스타를 가졌다.


침대가 12개인 것이 밤에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어제도 잠을 못 잔 상태라 걱정이 되었지만 이제 지레 짐작하지 않기로 했다. 방에는 큰 창문이 3개 있어서 환기가 잘되고 높은 층고의 숙소는 12개의 벙커침대가 있어도 환기가 잘되는 구조였다.


테라스에는 일찍 도착한 순례자들이 널어 놓은 빨래들이 줄지어 널려 있다. 창 사이에 들어오는 빛은 얼마나 바깥이 뜨거운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빨래를 널으며 테라스에 팔을 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참을 구경했다. 마을 사람들과 순례들이 간간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른한 시간이어서 더 잘보였을까?

어디선가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에스페란자의 남자친구였다.


나는 분명 오늘 로그로뇨에서 에스페란자와 기차를 타고 레온으로 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 왜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스티브였다.


나는 그때 당시 그의 이름을 몰라 연신 소리를 질렀지만 시에스타 시간에 본인을 부를 거라고 생각을 못하는 듯했다.

나 역시 굳이 이 뜨거운 바깥에 나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약간 의아하단 생각을 하며 내 침대로 올라갔다.


방배치도


룸메이트

이방은 꽤나 다국적 이었다.

나: 한국인 하갈:이스라엘 /아나: 브라질 2층 프랑스 젊은 남자/ 1층 폴란드 2층 프랑스 아저씨/1층 중국인여자 2층 임마누엘: 프랑스/마우이(가명):멕시코계 미국인(마이애미) 1층 필라델피아 미국여자/남아공 부자


여자 6명 남자 6명으로 방은 금세 사람들로 꽉 찼다.

그중 5명이 나포함 비아나에서 한방을 쓴 사람들이었다.  남아공 부자, 필라델피아 멋쟁이 미국인, 하갈 까지 우리는 다시 이곳에서 만났다며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반가워했다.

(잠은 다 잤네)


내 맞은편 2층침대를 쓰는 젊은 프랑스인은 종아리가 아픈지 크림을 바르며 침대에서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맨 오른쪽 끝에 위치한 폴란드순례자가 있는 오른쪽 전기플러그가 있어서 함께 충전을 공유해서 멀티탭으로 하기로 했다.


모아나에 나오는 데미갓 “마우이“


맨 왼쪽에 있던 필라델피아 분은 간밤에 잠을 못 잤는지 도착하자마자 바로 뻗어서 자고 있다.

2층에는 줄곧 내가 혼자 걸을 때 만났던 멕시코계 미국인 일명 마우이 아저씨가 2층을 썼다.

싸구려 철제 침대는 그가 침대를 오를 때 휘청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생김새를 설명하자면 나는 모아나에 나오는 데미갓 마우이가 바로 떠오를 만큼 큰 덩치에 곱슬머리를 길게 어깨 늘어뜨리고

군화를 신고 근육질 몸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정말 만화캐릭터가 떠오를 비주얼이었다.


100kg은 족히 되어 보이는 그가 침대에 올라가 휴식을 취하는데 필라델피아 미국분이 깔려 죽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정도였다.


남아공 아빠는 이제는 날 보곤 익숙하게 인사를 건네고는 나에게 권투 자세를 취하며 장난을 쳤다.

갑자기 급 친한 척이라 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방의 제일 정가운데 가로로 위치한 내 침대에서 모든 사람들이 한눈에 보인다.


근육 이완 마사지 용품



나무 괄사

종아리가 아픈 프랑스인에게 내가 쓰던 나무 괄사 마사지기를 빌려 주었다.


나: 이게 뭉친근육을 풀어주는데 도움을 줘요. 시도해보세요. 다 쓰고 내 침대에만 두심 되요.


프랑스인들이 차갑고 곁을 안 내준다고 다들 그러지만 나는 그들의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을 늘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먼저 다가가 친절을 베풀고 싶어 진다.

 심지어 길을 걷는 순간부터 끝까지 나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 역시 나의 기억에 프랑스 사람들이었으니까.


길을 걸으며 느끼는 육체적 고통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각자의 몫이지만


우리가 겪는 고통은 모든 순례자들의 고통이라 느낀다.


괄사를 빌려줬던 프랑스 청년과는 이날 이후 볼 수 없었지만 제일 마지막으로 도착했던 프랑스인 임마누엘과는 이곳에서 익힌 안면 덕분에 추 후 함께 걸을 계기가 되었다.


그늘만 들어오면 시원해지는 건조한 뜨거움이 얼마나 고맙던지 그늘 속에서 시원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어 행복했다.


아나

괄사를 문지르는 프랑스 청년 아래층 랩스커트로 침대 3면을 꽁꽁 닫아둔 사람이 누군지 알 길이 없었다.

커튼을 거치고 나온 사람은 "아나"였다.

우리는 로스 아르고스에서 수잔과 내가 이야기를 나눌 때 잠깐 인사를 나눈 사이였는데 이곳에서 다시 만나다니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나: 오늘 한국은 추석이라 나는 직접 음식을 해 먹으려고 해요.

하갈: 오늘은 밖에서 사 먹으려고.



나 바레떼 마을 배치도


산책


나는 마을을 산책할 겸 동네 구경에 나섰다.

동네 지형은 비아나 때처럼 언덕지대에 위치한 마을형태였다.


중심에 성당과 바로 왼쪽 아래로 내려오면 레스토랑과 통로에 숙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언덕 맞은편에는 광장이 있었다.

광장에는 늘 카페테리아와 마트, 과자가게, 정육점, 은행들이 모여 있다.

세세한 기억은 없지만 마을 자체가 아기자기해서

마을을 기억할 수 있는 것 같다.


광장에 카페테리아에는 순례자들이 앉아 여유롭고 시간을 즐기고 있다.

나는 자연스럽게 다가가 얼굴을 익혔던 순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우리는 각자 술을 권하기도 하고 몸은 어떤지 안부를 물었다.


나바레떼 영수증


나는 곧장 근처에 보이는 까르프로 가서 먹을만한 게 있는지 살펴보고, 바나나, 방울토마토와 샐러스를 구매했다. 그리고 숙소 앞에 있는 작은 슈퍼에서 특별히 추석기념 계란 6개를 구매했다.


그리고 여기는 복숭아가 아직도 탐스럽게 열리기 때문에 나는 좋아하는 복숭아도 한알 구입을 하고는 기분 좋게 마을을 돌아다녔다.


마을 지리 파악은 나중에 아침 일찍 길을 떠날 때도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마을에 도착하면 연례행사처럼 마을을 산책하는 것이다.


가볍게 샌들을 신고 늘 젖은 머리로 샤워 후 몸을 말리기 위해 나가면 금세 머리도 몸도 아무리 머리숱이 많아도 뜨거운 태양에 바싹 마른다.


명절 음식


추석

오늘은 아빠 없이 맞이한 첫 명절이라 나는 그래도 한국 음식이라도 먹어야겠다 생각했다.

과자 전문점에서 생크림이 가득한 아이스크림을 하나입에 물었다.


숙소로 돌아와 주방으로 내려가보니, 하갈언니와 아나가 주방에 앉아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나는 오늘 한국이 추수감사절이라 한국음식을 먹을 거라고 했다.


뭐 특별한 건 없지만 팜플로나에서부터 가져온 농심 순라면을 끓이고 샐러드를 함께 먹을 계획이었다.


아나와 하갈은 밖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마을구경을 할 거라고 했다.

오래간만에 끓여 먹는 라면이었다.

그리고 특별히 아까 슈퍼에서 구매한 계란 6알 중 3개를 라면에 넣었더니 라면은 계란라면이 되었다.

계란 농도가 짙어서 국물이 거의 없고 죽 같은 느낌이 났다.

요리를 마칠 즈음 중국순례자가 와서 죽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중국인

순례길에서 대만 순례자는 종종 봐왔지만 중국 순례자는 정말 손에 꼽을 만큼 흔하지 않은데, 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중국인 순례자를 만났다.

오래간만에 만난 동양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국적을 물어보니 중국인이어서 간단한 중국어대화를 나눴다.(언어는 많이 할줄 알수록 좋은것 같다.)


나: 와 쌀을 가지고 다니는 거야?

진짜 대단하다.

무거울 텐데…

나는 오늘이 한국의 추석이라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해 계란하고 토마토 좀 먹어 너무 많아..


중국인: 판매하는 거 중에 이 쌀이 제일 작은 용량이더라고, 어쩔 수 없이 가지고 다니는 중이야.

새우도 샀는데 먹을래?


우리는 추가적인 문화적인 설명 없이 같은 문화권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설명이 필요 없으니 편한 것도 있구나 싶었다.


계란이 신선해서인지 새우까지 넣은 라면은 정말 배가 불렀고 설거지를 마치고 나자 해가 뉘였 뉘였 지고 달이 떠있는 게 보였다.


 나는 창가에서 달을 보며 마음속으로 아빠에게 기도를 했다.


아빠에게
추석인데 거기서 맛난 거 드시고 계시나요?
무사히 이 길을 걸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성당(미사는 7시부터 30분간 진행된다)


배가 너무 불러서 다시 나가서 성당에 가기로 했다.

주말 미사도 있기도 하고 성당은 늘 새로운 볼거리이기 때문이다.


마을마다 각기 다른 양식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내부 인테리어디자인을 보는 것은 한국의 절 구경처럼 유럽여행의 특권같다.


그것도 공짜로


성당에는 순례자와 마을 사람들이 뒤섞여 미사 중이었다.  


그때 갑자기 크리스마스 같은 한국의 추석에 용서와 화합이라는 이미지 떠오르며 미사를 보는 동영상을 안나에게 보내며 미안함이 아닌 감사함을 문자로 보냈다.


안나에게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vale!

(스페인에서 쓰는 Good! Nice! Fine! 과 같은 모든 부분에 쓰이는 긍정의 단어이다):발레! 발레!


짧은 메시지였지만 진심이 담긴 메시지였다.

두둥실 나바레떼에 뜬 보름달이 요술을 부린 건지 나의 진심이 금방 전달이 된 건지 누군가 뒤에서 나를 툭 건드렸다.


“안나”였다.


아까 분명 로그로뇨에서 마주치고 나는 “나바레떼”에서 머무는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에 정말 깜짝 놀랐다.


안나는 이 마을을 좋아해서 머물고 있다고 했다.

마침 미사를 들으러 왔는데 내가 그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라틴어를 들으며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안나는 같은 숙소메이트 독일인순례자와 일본인순례자들과 같이 성당에 왔다.


독일인 순례자: 너 무슨 말인지 이해해?

나: 나 역시 가톨릭이 아니고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카미노를 걷고 있기 때문에 나만의 방식으로 그 길을 걷는 사람들과 내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거야.


일본인 순례자는 관심 없다는 듯 뒤편에서 몸을 풀다 나가버렸다.


미사 보는 중



달빛 한잔


안나와 나는 다시 만나 반가워서 한잔하러 맥주집으로 향했다.

맥줏집 테라스에 앉아 있으니 스페인 기센 4인방이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스페인 4인방: 올라! 깨딸~(저기! 안녕! 아가씨)


유럽 여성들은 젊을때부터 아주 진하게 아이라인을 그리고 다닌다. 게다가 선이 진한 스페인 사람들 특유의 강인함까지 더해 살짝 무서운 인상이 있다.

무섭고 쌘인상에 비해 가장 유럽에서 열정적이고 감성적인 사람들이 스페인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길을 걷다 잠시 멈춘 언덕에서 초콜렛과 과일을 나눠먹고 함께 단체사진도 찍었었다. 영어 한마디없이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여유롭게 마을 경치를 감상하며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 로스아르고스에서 함께 했던 안나의 친구 마리앤과 합석했다.


안나와 나의 서먹했던 기류는 이제 사라졌다.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이 느낌이다.

무슨 연유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안나는 나에게 스페인 여름 술 “Tinto de verano”를 추천했다.

여름 와인이라는 뜻으로  레몬주스와 +레드와인+얼음 조합으로 시원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나에게 추천해 나는 바로 이 음료를 마셨고, 안나는 맥주를 마셨다.


오늘은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이고, 안나가 마신 맥주를 내가 계산 하겠다고 했다.

두 어르신은 밤이 늦어 숙소로 돌아가고 언덕에 보이는 동그란 달이 살짝 오른 취기에 숙소로 돌아가는 성당계단을 내려가는데 아나와 하갈이 레스토랑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고 있었다.


와인 한 병이 다 비워진 상태였다.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모르겠지만 아까부터 꽤 진지한 얘기 중이었던 기억이 난다.


신선한 조합

우리는 브라질, 이스라엘, 한국 조합으로 친해진 순례자이다.

각 나라의 배경만큼이나 성향도 다르고 성격도 달랐다.


 이렇게 다른 세 명이 카미노라는 주제로 이곳에 모여 있다는 것도 신선하고 신기한 조합이었다.

두둥실 크고 밝게 떠있는 대보름달과 살짝 오른 취기에 기분이 좋아진 나는 성당 뒤편 전망대로 가서 달을 보자고 제안을 했다.


나: 한국에선 정월대보름에는 달한테 소원을 빌어야 해.


보통 한국의 달은 하얀 느낌의 손가락으로 찍은 듯 작고 멀리 떠있는데 비해 여기 스페인에서 봤던 달은 정말 치즈처럼 노랗고 진했다.

언덕계단을 오르다 보니 고급 주택단지가 나타났다.


아나는 정말 자유분방하고 통통 튀는 매력의 소유자다. 나와 하갈이 조용조용 이야기를 한다면 의상서부터 브라탑과 발리문양의 랩스커트를 입고 삼바춤을 춰도 될 것 노래가 들리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뒤에 달을 배경으로 셋이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숙소

한참을 달을 보면서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하갈과 아나는 방문을 걸어 잠그듯 일층침대에 쳐놓은 커튼을 걸어 잠그고 침대로 들어갔다.

이방은 마치 나 혼자 관객이고 11명이 모두 연극 무대에 있는 공연장 같았다.

누워서 잠을 자는 각국의 사람들 모습이 연기하는 연극배우들 같이 느껴졌달까?


어둠 속의 댄서 중

“어둠 속의 댄서”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이 일하다가 상상을 하면서 춤을 추는 씬이 있는데 마치 그런 장면처럼 사람들이 누워서 각국의 언어를 하듯이 코골이를 시작했다.


남아공 부자와 맨 오른쪽 일층에 중국인 순례자 맨 오른쪽 이층에 프랑스 아저씨 까지 어제보다 더 화려한 코골이 오케스트라가 펼쳐졌다.


한국에서 순례길행을 말했을때 이해하지 못하는게 부지기수 였다. 그길을 걸어본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그리고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걸은 길도 아니고 말이다. 소중한 보물처럼 가지고 있던 소망하나가 조심스럽게 손안에 품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 이곳에 있었다. 매일 매일이 꿈을 꾸는 것 처럼 비현실로 느껴지는 현실이었다.


코골이에 물집에 근육통에 너무나 고되고 힘든 나날이 계속 되지만 자꾸만 나를 앞으로 나가게 만드는 것은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어둠속의 댄서 처럼 진짜 내 삶을 구현해내는 이순간이 비현실적인 것 처럼 꿈같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밝게 하늘에 뜬 보름달 때문에 더 내가 감상적이 됬을지 모르겠지만 원래 명절이란게 한해를 되돌아보며 정리하고 소원를 비는 시기이니 나에겐 적절한 이벤트였다고 생각했다.


다짐

새벽 2시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난 나는 내일은 이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조금은 일찍 움직여야겠다 생각했다. 과도하게 받은 일광욕 덕분인지 귀마개를 귓구멍 끝까지 밀어 넣고 다시 잠이 들었다.


 내일부터는 정말 오늘 로그로뇨를 지나온 길보다도 더 심하게 뜨겁고 그늘이 없는 길들이 이어질 것이다.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Najera까지 17.1km를 가지 않을까 싶다.


숙소가 많은 동네니까 예약도 필요 없을 것이다.

그저 일찍 걸을 준비만 해두면 될 것 같다.

오늘 하루도 긴 하루였다.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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