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바로셀로나로 데려다준 생각들
스페인 여행의 시작이자 끝, 그곳은 바로 바르셀로나였다.
드디어, 내가 그렇게도 오고 싶어 했던 도시로 출발한다.
세비야도, 리스본도, 포르투도 빠르게 스쳐 지나온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여행 중 내 마음이 계속 향하고 있던 단 하나의 도시, 바르셀로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쪽 스페인을 걸어 횡단하고, 다시 남동끝 세비야에 다다른 지금, 나는 마침내 이 아름다운 도시 바로셀로나 앞에 서 있다.
100년 전의 작가는 이제 없지만,
그가 남긴 건물과 숨결은 여전히 이 도시에 살아 숨 쉬고 있었고,
나는 그곳에서 시간을 넘는 듯한 생생함을 느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순간, 그동안 지나온 수많은 스페인의 도시들이 순간적으로 희미해질 만큼, 이 도시가 왜 전 세계의 여행자들을 매료시키는지 알 수 있었다.
세비야의 한적함이 분명 아쉬웠지만, 그 아쉬움조차 이 도시의 강렬한 매력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바다와 산, 도시와 예술, 문화와 삶이 동시에 살아 숨 쉬는 도시,
이토록 다채로운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곳은 정말 흔치 않다.
¡Vamos!
이제, 진짜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
순례길이었다면 모두가 일어나 길을 떠났을 시간, 모두가 한밤중인 호스텔에서 세비야를 떠날 채비를 했다.
포르토부터 리스본, 그리고 세비야까지, 내가 숙소 운이 좋았던 건지 밤에 놀고 들어와 시끄럽게 떠들거나 민폐 행위를 부리는 사람들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조용하며 좋은 룸메이트들 덕분에 그곳을 더 잘 기록하고 기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로셀로나의 숙소는 어떨지 알 수가 없었다.
운에 맡길 수밖에 없었으니까.
시골쥐가 막 도시에 상경한 주토피아의 토끼처럼 막연하게만 느껴졌다.
버스터미널로 세비야에 들어왔던 경로가 아닌 세비야 기차역을 향해, 아침 동이 트는 것을 보며 순례자 배낭을 매고 걷기 시작했다.
잔잔하게 떠오르는 세비야의 태양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만약 버스를 선택했다면 나는 세비야 근처에 있는 그라나다로 가서 알함브라 궁전을 관람하고, 버스 여행으로 해안 노선을 따라 여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몸은 지칠 대로 지쳐서인지, 빠르고 편하게 바로셀로나에 올라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곳에 왜 이리 집착하냐면?
첫 유럽여행 당시 3개월이라는 긴 여정을 계획했었고, 10월 중순에 영국으로 들어와 12월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여행을 두 달 넘게 다니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지치기 마련인데, 그때 나는 프랑스 니스에 머물고 있었다. 20살답게 말도 안 되게 엉뚱한 행동도 많이 했던 시절이었고, 나는 너무 지쳐버려 결국 니스에서 TGV를 타고 파리로 바로 올라가 여행을 마감하기로 했다.
스페인으로 내려가려다 한 결정이었다. 그때는 내가 한곳에 머물러 그 공간에 머물며 깊이 파는 일이 더 내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니스에서 파리행 기차를 타며 나는 스페인은 특별하게 남겨두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한 다짐이 있었지만, 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 타이밍이 맞아 떨어질 줄은 몰랐다.
12월 말, 한국으로 돌아가서는 스페인 예술영화 『스페니쉬 아파트먼트』를 보았다. 유럽 대학생들의 바로셀로나 유학생활을 그린 영화였는데, 이 영화를 본 후 바로셀로나는 자연스럽게 내 다음 여행지 버킷리스트를 정해놓고 20대가 지나갔고,
인생이라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게도, 한순간에,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걸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30대를 보냈다.
그때 나는 밤잠을 거의 자지 않고 코피가 날 정도로 열심히 일하며 커리어를 쌓아 올렸지만, 결국 그 질주가 허무하게 멈추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빠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멈춰서서 순례길로 향하게 되었다.
이번 여행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예전에 아빠와 함께 유럽 여행을 가자고 했던 약속을 되새기며 떠난 여행이기 때문이다.
아침, 세비야 기차역을 걸으며 마주친 Antiguarium(고고학 박물관)은 마치 벌집 위에 뚜껑을 얹어 놓은 듯한 독특한 외형으로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른 것을 보지 못했더라도 이 건물 외관만으로 세비야 여행이 만족스러울 만큼 아름다웠고, 그 덕분에 기차길로 향하는 새벽길 풍경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조용히 바라본 이곳의 풍경은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들었고,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품게 했다.
이 건물 내부에는 로마 시대 유적이 숨겨져 있어, 시간이 멈춘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한다.
그 신비함이 고스란히 건물 외관에도 배어 있어, 마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접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숙소에서 기차역까지는 약 2.4km 거리로, 천천히 걸으면 30~40분 정도 소요되었다.
6시 30분에 숙소를 나와 새벽길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걸었고, 기차역에는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했다.
바로셀로나로 가야한다는 목적의식으로 여지껏 흘러간 여행의 지침에 따라 이곳 세비야를 빠르게 지나쳐야 했던 점이 아쉬웠다.
다음 여행에서는 꼭 이곳에 오래 머물기로 다짐했다.
기차 출발은 8시 37분이었다.
역사에 있는 카페에 앉아 카페 콘 레체와 크로아상을 시켜 먹으며 전광판 시계를 지켜봤다. 8시 15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 기차를 타러 움직여야 겠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검색대 아래로 내려가 익숙하게 짐을 내려놓고 승강장 검색대를 통과했다.
몽파르나스에서 처음 바욘 역으로 향할 때의 정신없고 불편했던 경험이 몸에 익어, 새로운 공간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없다.
매번 기차나 버스 출발 시간이 정확하지 않은 이곳에서, 시간에 대한 느슨함과 스스로를 강박적으로 몰았던 내 사고의 허리띠가 조금은 풀어진 듯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중국인 관광객은 아침 기차라 피곤한지 앉자마자 코를 골며 잠들었다.
5시간을 가야 하는데, 여기서까지 이런 소음에 괴로워야 하나?
더는 참지 않기로 했다.
하하하!
결국 깨워서 조용히 해달라고 주의를 주었다.
코골이에 지친 여행자 옆에서 서라운드로 들리는 그 소리는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제 남부 스페인에서 다시 북동부 스페인으로 향한다.
드디어 바로셀로나 산츠역에 도착했다.
바로셀로나에 도착하기 전에 지하철 이용법을 미리 공부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스페인은 도시마다 교통카드 사용법이 달라, 미리 알아두고 준비하지 않으면 당황할 수 있다.
포르투갈이나 마드리드처럼 트래블 카드로 한 번에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도시들이 더러 있다.
파리 몽파르나스역만큼 크고 정신없는 바로셀로나 산츠역에서, 숙소가 있는 St. Christopher’s Inn Barcelona까지 지하철을 타기로 했다.
걸으면 30분 정도 거리였지만, 도시 생활에 다시 익숙해지기 위해 정신없이 얽힌 노선도를 들여다보고 길을 물어가며 까딸루냐 광장이 있는 Catalunya역까지 지하철을 탔다.
정말 많은 노선과 기차, 택시, 지하철이 혼재된 이곳은 소매치기로 악명이 높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했다.
바르셀로나의 심장, 카탈루냐 광장
**카탈루냐 광장(Plaça de Catalunya)**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중심이자 상징입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며, 바르셀로나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거쳐 가는 필수 코스입니다.
핵심 특징
교통의 요지: 바르셀로나의 핵심 교통 허브예요. 지하철, 버스, 기차가 모이며, 공항으로 가는 에어로버스(Aerobus)의 출발지이자 도착지이기도 합니다.
주변 명소
카탈루냐 광장을 중심으로 바르셀로나의 주요 명소를 쉽게 방문할 수 있어요.
람블라스 거리(La Rambla): 광장에서 이어지는 활기찬 거리로, 보케리아 시장 등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고딕 지구(Barri Gòtic): 중세 시대의 고풍스러운 골목과 건축물을 만날 수 있는 바르셀로나의 옛 심장부입니다.
그라시아 거리(Passeig de Gràcia): 가우디의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등 유명 건축물과 명품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거리예요.
카탈루냐 광장은 바르셀로나 여행의 시작점이자 핵심 경험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자료 출처: 구글 검색
마드리드에서도 그렇고, 늘 중심가를 벗어난 지역에 숙소를 잡아왔지만 이번만큼은 순례자가 아닌 여행자로서 진짜 바로셀로나의 중심에서 바로셀로나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었다.
바로셀로나는 정말 크고, 곳곳에 아름다운 건축물과 예술작품이 흩어져 있어 중심지에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컸다.
그만큼 숙소 가격도, 물가도 확실히 높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카탈루냐역에서 광장 밖으로 올라오자마자, 고맙게도 뜨거운 스페인의 태양이 나를 반겨주었다.
초행길이라 더 가까운 길을 찾아 구글지도를 따라 걷다 보니, 마치 구글이 나에게 광장을 구경시켜주려는 듯 광장을 한 바퀴 돌게 했다.
주변에는 까르푸 마트도 있었고, 백화점과 쇼핑센터가 사방에 포진된 진짜 '도시'였다.
‘자라(ZARA)’ 간판이 걸린 골목으로 숙소를 향해 들어설 때, 한국에서는 보기만 해도 불쾌했던 비둘기떼가 광장 한가운데 모여 기념샷을 찍는 관광객들과 어우러져 묘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내가 묵을 숙소는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대형 체인 호스텔이었다.
지하에는 휴게 공간과 주방, 세탁실이 마련돼 있었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내가 배정받은 벙커형 도미토리가 나왔다.
숙소 앞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대낮인데도 이미 술에 취한 듯한 관광객들이 숙소 앞에 늘어져 있었고, 손에는 맥주병을 든 채 큰소리로 웃고 떠들고 있었다. 이 숙소, 왠지 파티 호스텔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호스텔은 이름에 ‘유스(Youth)’가 붙으면 나이 제한으로 입소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숙소를 고를 때는 분위기나 이용 조건을 꼭 미리 확인해야 한다.
이 분위기라면 오늘 밤, 젊은 여행자들이 밤새 술을 마시고 잠을 자지 않을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도착하자 마자 프론트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역시나 도시세로 보증금 5유로를 받고 퇴실때 5유로를 돌려준다고 한다. 입구에서 부터 너무 사람이 많고 공유공간에서 여러 클래스와 무료 투어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게시판 안내로 꽉 채워져 있다.
내가 만약 20대였다면 이곳이 꽤 맘에 들어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순례를 마치고 조용히 유유자적 휴식을 즐기다가 갑자기 시끄러운 분위기에 조금은 정신이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09호로 들어가 문 바로 앞칸 1층 벙커 침대를 받았다. 남녀 혼숙이긴 했지만 커튼이 쳐져 있어서 상관없는 분위기였다. 나는 짐을 정리하고 이제부터 바로셀로나 관광을 즐기려고 한다.
세비야까지가 휴가 기간이었다면, 바로셀로나부터는 ‘관광의 시간’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2박 3일 동안 바로셀로나에 머물며, 바다와 예술, 가우디의 건축물들, 그리고 마리아와의 만남까지 이어지는 빼곡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 도시는 출발 전부터 유독 기대감이 컸다.
바로셀로나는 젊은 예술가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도시다. 오랜만에 현존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설렜다.
그리고 이곳의 목적은,
두 말할 것 없이 바로 **‘가우디’**였다.
다음 편에서는 바로셀로나의 가우디 건축물들,
바닷가와 구시가지 예술지구에서의 하루,
그리고 마리아와 함께한 시내 산책 이야기를 전해보려고 한다.
산티아고 프랑스길(Camino Francés)에 진입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나처럼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역에서 바욘(Bayonne) 역으로 내려가, 다시 **SJPP(생장 피에드 포흐트)**에서 길을 시작하는 루트다.
두 번째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역으로 입국한 후, 팜플로나(Pamplona)까지 기차로 이동하고, 그곳에서 생장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지인은 이 루트를 택해 순례를 시작했는데, 이 경로도 순례자들 사이에서 꽤 널리 쓰이는 방법이다.
그래서 그런지 바로셀로나 산츠역 근처에서는 배낭과 조개(순례자 상징)를 멘 순례자들이 걷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