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란 게 참 얄궂다.
굴곡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좋아졌다, 많이 좋아졌다' 생각하면 다시 훅 가라앉아버린다. 다시 허탈해진다. 분명 좋아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근데 그게 아닐 때가 오면 또 속상해진다.
어느 한 날 밤은 너무 가라앉았다.
도통 잠에 못 들겠어서 그냥 가만히 누워서 노래를 들었다. 눈을 뜨고 천장을 봤다. 아픈 순간을 함께 하던 사람들이 계속 생각나서 결국 소식을 찾아보고자 sns에 들어갔다. 그들은 여전히 함께 있다. 나도 그 순간을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정말 재밌겠다, 밤새 놀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sns를 끄고 다시 눈을 감았다. 계속 잠에 못 들겠어서 책장을 봤다가, 천장을 봤다가, 이리저리 뒤척이길 계속했다. 또 심장이 조였다. 숨고 싶은 기분. 세상에 나를 드러내지 않고 싶은 기분.
하루하루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레 살고 있지만 여전히 가끔, 꽤 자주,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버겁다.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겼던 날들이 있었지만 그냥 약의 일시적인 효과였던 것일까. 약을 조금 늘렸을 때 들었던 허황된 기대였던 것인가.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버겁고 부담이다. 부담인 일은 해치워버리면 되는 것. 근데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건 평생의 숙제다. 그 숙제를 포기하겠다는 건 내가 나를 포기하겠다는 건데 그럴 자신도 없다. 위태로운 나를 잡을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대도 나는 결국 나인 건데.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거니까. 버겁지만,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내가 잘 되었으면 좋겠고, 여전히 내가 애틋하고, 내가 괜찮았으면 좋겠다.
고요하게 쏟아내는 외침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