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한 번쯤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인생은 도대체 뭐냐고.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과 휴학하는 반년 동안 나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내가 꼭 답해야 할 숙제 같았다. 내 스스로 그 답을 찾지 못하면 다시 돌아갈 일상에서 온전히 '나'일 수 없을 것 같았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이런 내용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먼 훗날 내가 원해서 갔던 길을 되돌아보면 안 가는 것보단 간 길이 훨씬 더 고통스럽지만 좋았을 거다. 내 길을 너무 전략적으로 간 사람들은 오히려 함정에 빠진다. 얇아지고, 깊어지지 못하고. 그니까 그 길을 가보기는 해야 하는 것 같다.
영상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면 '이 절망을 겪기 위해 그렇게나 행복했었나'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겪었어야 하는 일이다. 가봤어야만 하는 길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비록 실패할지라도 실패 뒤에 결국 깨달음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 길을 가지 않았더라면 경험의 폭이 훨씬 작아졌을 것이다. 왜냐면 그 실패에서 깨닫는 게 너무 많았었기 때문에.
내가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던 그 사건도, 분명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그 길을 걷지 않았더라면 언젠가 더 크게 사람에게 상처받았을 거고, 내가 원했던 것에 대해 더 큰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그럼 그땐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겠지. 결국 내가 갔던 그 길의 끝엔 좌절만 남았지만, 또 다른 길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다시 나 자신이라는 중심으로부터 뻗어나갈 새로운 가지가.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란 건, 일차선이 아니고, 나무처럼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적어도 한번쯤은 실패한 길을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그 실패한 길이 몇 번이 될 수도 있겠지. 그 당시에 내가 좋아해서 했지만 끝은 결국 비참했던 그 길. 그치만 좋은 결과만 보면서 인생을 살 수는 없기 때문에 여러 실패를 해봐야 되는 것 같다.
즉,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자면 '하얀 도화지 위에 나무를 그리는 것'.
인생을 살면서 가는 여러 길이 있을 텐데 그 길들이 나무의 가지가 되는 것이다. 실패와 낙담이 남은 길은 그곳에서 마무리되는 나뭇가지로 그치겠지만, 가지가 시작되는 곳에서 또 다른 가지, 즉 또 다른 길이 펼쳐지는 거지. 그니까 결국은 life goes on 인 것이다. 삶은 계속되는 것. 인생은 성공과 실패의 연속인 것이다. 거창한 성공이 아니래도 그냥 소소하게 성취감을 주는 그런 것들, 살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결과들이 모여서 나무를 완성시키는 거다.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은 마침내 그 나무가 완성되는 순간일 것이다. 명확한 가지와 가지의 끝은 너무 깊게 생각하진 말자. 그냥 그렇게 나무를 그려가는 것이다.
아직 21년 밖에 살지 않은 내가 내린 인생의 이러한 정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렇지만 좌절이 찾아올 때마다 내가 내린 이 정의를 떠올리면 한결 숨통이 트인다. 그래도 다른 가지를 뻗을 수 있다는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