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먹은 지 1년 하고도 세 달이 되어간다.
심하진 않았지만 며칠 전에 한번 우울이 왔었다. 평소가 잔잔한 바다 같았다면 그때는 파도가 좀 센 바다로 비유할 수 있겠다. 저녁쯤부터 우울하기 시작해서 자기 전까지 상태가 계속되었다. 우울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제는 좀 알고 있어서 다음날 어떤 것들을 할지 머릿속으로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서 실행한 게 실제로 도움이 되었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상태를 인지하고 방법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많이 나아졌다는 증거다. 아주 잘하고 있다.
요즘은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는다. 그런데 엄청 살고 싶다는 생각도 크게 들지 않는다. 그냥 살아 있으니까 살 뿐이라는 생각. 그렇지만 존재에 대한 이런 생각을 깊게 파고들지 않으려 한다. 깊게 파고들어 가지지만 끝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얼마 전 왔던 우울이 금방 사라졌듯이, 회복하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는 것 같다. 아예 우울이 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내 상태가 이런 걸 어쩔 순 없다. 그래도 우울이 오는 주기는 길어지고, 내 안에 머무는 시간은 짧아져서 다행이다. 종종 올 때는, 왔다가 얼른 가도록 우울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제 곧 개강이다. 우울증으로 반년 휴학 후 복학을 앞둔 시점에는 무서움, 두려움이 굉장히 컸는데, 지금은 용기가 생겼다. '한번 해보지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일어날 일은 일어날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용기와 기대, 설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