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안녕

일상을 지키며 주변을 둘러본 해

by 제로


올해를 회고하기 전, 그동안 연말 회고했던 글을 브런치에 아카이빙 했다. 21년도부터 쌓아놓은 기록을 매거진 <올해도 안녕>으로 정리했다. 처음 시작할 땐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밥벌이를 걱정하는 사회인이 되었다. 변화하는 모습을 기록해 두어 다행이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해인 것 같아도 조금씩 썼던 기록들을 한 데 모아 정리하면 뭐라도 한 게 있었다. '내가 이때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이런 일이 있었구나' 추억 여행도 하고 지난 고민들은 먼지처럼 날려 보낼 수 있었다.


그러다 혼자 놀란 부분은 3년째 쓰고 있던 회고 질문 출처가 '밑미'의 연말 회고 카드였다는 것(심지어 구 버전). 분명 밑미를 올해 처음 알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3년 전 누군가의 브런치를 보고 질문을 참고한 터라 출처만 남겨두고 자세히 보지 않았나 보다. 올해부터는 리뉴얼된 'end and 카드'의 end카드 질문으로 회고할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



TIP) 월별로 기억에 남는 일을 먼저 정리하면 회고 질문에 답할 때 편하다. 신년 다이어리와 휴대폰 캘린더를 함께 보며 정리한다.
*월별 일정

- 1월: F45 / 글쓰기수업 / 독서챌린지
- 2월: 새 직장(2/15) / 평창 눈썰매
- 3월: 제주 여행 / 싱어게인 3 콘서트
- 4월: 영상 소모임
- 5월: 편집 공부 / 밑미
- 6월: 플레이 재즈 페스티벌 / 김필선 공연
- 7월: 몽골 여행2 / 조카 첫 돌 / 공주 여행
- 8월: 오프더레코드 전시 기록물 / 몽골팸 캠핑 / 요가
- 9월: 문장메모 / 그림책 수업 / 남해 여행
- 10월: 가족 홍천 여행 / 강점검사 / 오프더레코드 전시크루
- 11월: 1:1 코칭 / 재택 / 건강검진 / 부산 마우스북페어
- 12월: 비상계엄 / 집회 / 전시크루 소모임 / 연말 모임 / 자우림 콘서트 / 안과 검진








Q1.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좋아한 것이 있었나요?

TIP) 그냥 좋아하는 걸 찾는 건 쉽지 않다. 아무도 안 시켜도 몸을 움직였던 것, 해야 할 일을 미뤄두고 하고 싶었던 것을 떠올린다.


요가

: 작년에 자율신경계 검사를 하고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되어 있다고 들었다.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자주 긴장되어 있어 몸을 이완하는 것이 나에겐 무척 중요하다. 운동보다는 휴식의 개념으로 요가를 등록했다. 처음에는 ‘사바아사나'를 하면 힘을 풀어내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몇 달 지나니 이완에 도달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무리하지 않고 여러모로 편안해지는 게 좋았다. 요가를 한 날엔 잠도 빨리 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쉬고 있는데 편두통+안압이 높아져서 다시 시작할지, 근력 운동을 위해 헬스를 다닐지 고민 중이다.


정리 정돈

: 안 쓰는 물건은 정리하고 필요한 물건으로 채우는 게 신년계획 중 하나였다. 대청소처럼 대정리(?)라는 말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대충 그런 걸 하려고 마음먹었었다. 4년 정도 쌓인 물건들을 싹 정리할 마음으로 구역을 나누었다. 부엌 / 옷 / 책 / 베란다 / 가구 / 욕실 등으로 나누고 물건을 팔거나 버리고 배치를 새롭게 했다. 포인트는 물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지, 동선이 편한지, 집이 편안하게 느껴지는지. 개인적으로 '청소 인간'과 '정리 인간'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정리 인간인지라(물건 흐트러진 건 싫어하는데 먼지 쌓이는 건 괜찮아하는) 물건을 비우고 정리하면서 마음도 가벼워졌다. 40권 정도의 책을 정리하면서 느꼈던 건 마케팅, 브랜딩 쪽에 흥미가 훅 떨어졌다는 것. 전공에 가까운 분야라 전공 서적, 교양서, 실용서가 꽤 많았는데 거의 다 정리했다. 대신에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이야기들이 책장의 위쪽(3단 책장의 가장 위칸에 요즘 관심 있는 책을 꽂아두는 편)에 자리 잡았다. 주로 독립출판물, 에세이, 형식이나 주제가 특이한 책들이다. 그 외에는 책등의 색깔 별로 정리했다. 보기 좋은 책이 읽기도 좋다ㅎㅎ


아날로그 기록

: 디지털이 훨씬 익숙해서 일정, 메모, 업무, 전자책(책은 반반), 연말 회고 등 기록할 때 주로 전자기기를 활용하는데 올해는 아날로그 기록을 제법 즐겼던 것 같다.

1) 밑미 오프더레코드 기록물 전시: 필요한 변화를 찾는 질문에 대한 답을 기록하는 리추얼을 하고 그 기록을 재구성해 전시에 냈다. 진 Zine 또는 콜라주 노트 형식인데 사진과 글을 구성하고, 종이를 고르고, 손으로 만드는 행위가 재밌었다. 의미를 형식으로 구현하고, 가장 어울리는 종이를 고르고, 여기저기 인쇄하러 다니고, 아침까지 이것저것 오려 붙이던 마음이 소중했다. 원래 책을 제외한 지류를 잘 모으지 않는데 이 경험 이후에 독립출판페어나 전시에 가면 작은 굿즈들도 유심히 보게 됐다.

2) 독서 기록(ft. 문장메모): 연초에 4개월 동안 독서를 하고 노트에 감상을 남기는 챌린지에 참여했다. 그 기간에 열심히 하고 잊고 있다가 9월부터 밑미 문장메모 리추얼을 하면서 다시 이어나갔다. 문장을 손으로 다시 쓰고 좋았던 이유를 생각해 보는 행위가 현재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리추얼이다. 작년부터 사이드 프로젝트로 독립출판물 or 엽서 or 포스터 같은 것을 낼 생각이었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무산되었는데, 일부는 내년에 이룰지도 모르겠다. 일단 뱉어놓고 생각해 보기로.


국내 여행

: 국내 여행이 즐거워졌다. 익숙하지만 낯선 동네를 돌아다니며 가게 사장님들과 스몰토크를 하고 새로운 풍경, 음식, 사람들을 만나는 게 즐거웠다. 멀지 않은 곳에 다양한 형태의 삶이 있다는 게 안심이 되었다. 기억에 남는 곳은 공주와 남해. 공주에 있는 '미정작업실'은 사장님의 작업실을 열어두는 곳인데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개인 작업을 할 수 있다. 원한다면 사장님과 대화할 수 있는 것도 포인트. 일에 대한 고민을 할 때라 김해리 님의 <나와의 워크숍> 책을 들고 워크시트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사장님께서 어떤 작업을 하냐고 물어보셨다. 책을 설명해드리니 요즘엔 그런 것도 있냐며 신기해하셨고 사장님이 퇴사하고 작업실을 열게 된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남해에서는 기념품숍 '오시다남해' 사장님의 투잡 이야기, '해바라기 맛집' 사장님의 맛에 대한 자부심을 들으며 생기 있는 눈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언제든지 다시 갈 수 있는 여행지를 하나씩 늘려나가는 게 국내 여행의 묘미.





Q2.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콘텐츠 중 기억에 남는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TIP) 새해에 콘텐츠를 기록할 '저장 글' 하나를 만들어둔다. 블로그든 브런치든 연말 회고할 플랫폼을 선택해 1년 내내 발행하지 않고 메모처럼 쓰는 것이다. 책/영화/음악 등으로 분류해 놓고 기억날 때마다 리스트업 하면 나중에 회고할 때 편하다. '올해의 00'을 뽑을 때 활용하기 좋다. (여기 리스트업 한 게 전부는 아니고 기억하고 싶은 콘텐츠들을 추리고 그중에 올해의 00을 뽑는 편)


원래는 완독 기준으로 뽑았는데 올해부터는 병렬독서 중인 책 일부도 포함.

- <파견자들>, 김초엽

-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 집중력이 파괴되는 원인을 개인이 아닌 사회 시스템적으로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는 책. 다큐를 보는 듯 하나씩 가설을 짚어가는 형식이라 흥미로웠다. 성장에 집착하며 소진될 때까지 일하며 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유의미한 것에 몰입하며 살고 싶어졌다.

- <코뿔소>, 외젠 이오네스코

: 집단적 광기 속에서 희망을 토해내는 절규

- <밤은 부드러워, 마셔>, 한은형

- <홍학의 자리>, 정해연

-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 <나와의 워크숍>, 김해리

- <인터뷰하는 법>, 장은교 (★올해의 책)

: 인터뷰를 기획하는 법뿐만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일,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 만한 '열쇠'를 찾을 수 있었다. 천천히 곱씹으며 소화하고 싶은 책.

-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 <즐거운 어른>, 이옥선

- <아무튼, 드럼>, 손정승

-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최재훈

: 추천받고 잊고 있다가 HSP라는 개념이 뜨면서 읽기 시작한 책. 예민한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 나온 테스트에서 23개 중 21개에 해당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랐다. 외부 자극이 버거워질 때마다 참고해야겠다.

-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 <다큐하는 마음>, 양희

- <에디토리얼 씽킹>, 최혜진


영화

올해 본 영화와 시리즈는 사후세계 설정이나 삶과 죽음을 통찰하는 콘텐츠가 많았다. 대부분 좋았어서 시간이 지나면 재주행하고 싶다.

- 싱글 인 서울

- 파묘

- 듄 2

: 소름... 먼 미래는 다시 중세로 돌아가버린 모습이었다. 점점 각성하는 폴이 어떻게 될지..!

- 패스트 라이브즈

- 퓨리오사

- 안경

: 밋밋함 자체로 충만한 영화.

- 나의 올드오크

- 추락의 해부

- 한국이 싫어서

- 오펜하이머

- 코다

- 인사이드아웃 2

- 대도시의 사랑법

- 청설

- 이처럼 사소한 것들 (★올해의 영화)

: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작지만 큰 마음.

- 엠호텔

- 퍼레이드

- 원더풀 라이프

: 죽음 이후 완전히 떠나기 전 중간 지대에서 기억 중 가장 행복한 추억 한 가지를 영화로 만들어준다는 설정이다. 연말에 친구들과 질문 카드를 가지고 이야기하다 이와 비슷한 질문에 답했는데 내가 진짜 몰입했을 때의 표정을 쭉 이어 붙여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공연을 보며 좋아할 때, 즐거운 일을 할 때처럼 완전히 몰입한 무아지경의 모습들. 실제로는 눈이 텅 빈 무표정이 더 많을 것 같지만, 영화 '소울'에서 무아지경을 표현한 장면이 떠올라 궁금해졌다. 나의 무아지경은 어떤 모습일까. 재미와 몰입이 나에게 큰 부분이라 이렇게 답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선택한 장면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는다. 스포를 하진 않겠지만 감독 본인을 투영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뚫어지게 보고 있는 시선의 끝에 있는 장면.


시리즈

- 경성 크리처 2

- 닥터 슬럼프

- 정년이 (★올해의 시리즈)

: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르겠다. 원작을 고려했을 때 전개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 아쉽지만 국극 무대와 소리, 연기의 중독성이 대단했다. 극 무대로 보면 볼 수 없을 각도도 영상에선 볼 수 있어서 표정과 감정을 잘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 김태리 배우 작품 계속 찾아봤다. (한 가지 실수는 방영 시기에 원작 웹툰을 같이 봐서 드라마 볼 때 다음 대사가 예측됐다는 것.. 앞으로는 원작은 시차를 두고 봐야지.)

- 스물다섯 스물하나

-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

- 가족 계획

- 언내추럴

: 부자연스러운 죽음의 사인을 규명하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 일본 드라마 특유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다면 사회적 쟁점을 생각하며 진지하게 보기에도 좋고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봐도 좋았던 시리즈.

- 이재, 곧 죽습니다

- 조명가게

- 삼체

: 취향 저격당한 SF 시리즈. 설명하기 힘든 난제에 부딪힌 사람들과 그 난제를 영향을 끼친 과거 인물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밖에 설명하지 못하겠다...ㅋㅋ 너무 어려운데 너무 재밌는… 시즌2 기다리는 중.


예능/다큐

- 스터츠: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

- 왕자가 된 소녀들

- 신인가수 조정석

- 신들린 연애

: 점술가들의 연애 리얼리티. 진짜 신박한 기획이라 궁금했는데 올해 몽골 갔을 때 동행들이랑 밤마다 단관해버렸다ㅋㅋㅋ

- 강철부대W

- 흑백요리사


유튜브

- 찰스엔터

- 가비 걸 GABEE GIRL

- MMTG 문명특급 - '재쓰비' 시리즈

- 빠더너스 BDNS - '오당기' 시리즈


전시/공연

- 밑미 '오프더레코드' (★올해의 전시)

: 기록자, 전시크루로 모두 참여하면서 전시의 전반을 볼 수 있었다. 본 적 없는 사람들의 평범한 기록물을 보고 울고 웃으며 공감할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기록자로 기록을 엮을 때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걱정했는데 전시크루로 관람객들을 보니 진심으로 공감해 주시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좋았다고 하셔서 뿌듯했던 경험이었다. 누구든지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느꼈던 전시.

- 브런치스토리 '작가의 여정'

- 슈타이들 북 컬쳐: 매직 온 페이퍼

- 제2회 마우스북페어

: 문장메모 메이트분들의 독립출판물을 구경하러 갔다가 팀호박즙이 되어 돌아온 날. 팀호박즙은 메이트분들의 독립출판크루 이름이다. 모두들 2025년 북페어에 낼 새 책을 준비하고 있다.

- 싱어게인3 TOP10 콘서트

- 플레이! 재즈 페스티벌

: 올해 페스티벌 한 번도 안 간 줄 알았는데 재즈페를 갔었네..! (보통 락페나 인디페를 가니까 완전히 잊어버림) 드럼을 엄청 행복하게 치던 드러머분이 인상적이었다.

- 김필선 공연 [이적 Curated 05]

- 자우림 단독 콘서트 MIDNIGHT EXPRESS 2024-2025 (★올해의 공연)

: 작년에 가고 좋았지만 올해 갈 생각은 안 하고 있었는데 가기를 정말 잘했다. 자우림 공연 많이 봤지만 이토록 열심히 뛰면서 떼창 한 적이 있었나 싶다. 감동도 두 배로 다가왔던 공연. 도파민 싹-. 올해도 같이 가자고 해준 친구에게 무한한 감사. 내년에도 가자고 치맥과 함께 다짐했다.


음악

- <Kidd>, 새소년

: 2024 새해 첫 곡

- <APEX>, 실리카겔

- <CatWalk>, H3F

-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 김필선

- <파울>, LUCY

: 몽골 여행2 테마곡

- <Realize>, 실리카겔

- <숲>, 최유리

- <Love Is the Message>, Yussef Dayes, Alfa Mist, Mansur Brown, Rocco Palladino

- <7번 국도>, 정미조

: 릴스에서 처음 보고 충격받았던 노래. 너무 좋아서 무한 반복재생함. 웃긴 건 이 노래를 발견한 친구들이 나랑 모두 똑같은 반응이었다ㅋㅋㅋㅋ

- <있지>, 자우림 (★올해의 음악)

: 원래 처음 듣고 취향저격 당한 <Catwalk>나 Spotify Wrapped에서 알려준 올해 가장 많이 들은 음악 <APEX>를 뽑으려고 했었다. 한동안 계속 들었던 곡들이라서. 근데 얼마 전 자우림 연말 콘서트 갔다가 <있지> 가사를 가만히 듣는데 올해의 장면들이 떠올라 이 곡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내일 비가 내린다면 우린 비를 맞으며
우린 그냥 비 맞으며
내일 세상이 끝난 대도 우린 끝을 맞으며
우린 그냥 끝을 맞으며
있지


2024 Spotify Wrapped / 밴드가 아니면 심장이 안 뛰나봐;;





Q3. 일상에서 편안함이나 행복감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직접 요리해서 먹으며 좋아하는 콘텐츠 볼 때

: 정신적으로 지쳐있을 때 집이 어질러지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빈도가 늘어나는 편이다. 그래서 재료를 다듬고 직접 요리하는 행위만으로도 오늘 상태 괜찮구나 생각하게 된다. 맛이 있든 없든 한 끼를 차려서 아껴둔 콘텐츠를 보며 먹는 시간은 가장 애정하는 시간.


밤에 낮은 조명을 켜두고 책상에서 보내는 시간

: 바뀐 거실 가구 배치로 저녁에 노란 조명을 2개 켜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낮보다 따뜻한 밤이 주어진 기분이다. 아직 밤이 긴 겨울이라 이 시간을 오래 누릴 수 있다.


오전에 카페에서 앉아 일을 하거나 빈둥거릴 때

: 업무 방식의 변화로 재택 하는 날이 많아졌다. 시간과 공간을 선택하는 자유가 중요한 편이라 이 변화 이후로 일을 덜 싫어하게 된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동네 카페에서 멍을 때리다가 일을 하는 루틴이 마음에 든다. 단점은 일을 늦게 시작해 저녁에도 일을 할 때가 있다는 점... 신년에는 낮에 일하고 밤에는 원하는 작업을 하는 쪽으로 바꾸어야겠다.


조카 보러 언니 집 갈 때

: 조카가 태어나고부터는 언니집에 1-2주에 한 번은 가는 것 같다. 귀염둥이를 본 지 한 시간도 안되어 내가 지쳐버리지만 귀여우니 봐준다ㅋㅋ 빨리 커서 이모랑 대화 나누자.

올해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긴 했는데 집에 있는 시간도 길어져서 혼자 있는 시간에 편안함을 자주 느꼈던 것 같다. 일상을 잘 지탱해야 마음에도 균형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됐다.




Q4. 기억에 남는 소비가 있나요? 뿌듯했던 소비와 줄이고 싶은 소비를 적어보세요.


뿌듯했던 소비

- 연말 시크릿 산타 선물

: 친구들과 연말 파티하면 각자 선물을 준비한다. 게임을 해서 랜덤으로 뽑는데 내 선물을 뽑은 친구의 반응이 좋으면 정말 뿌듯하다.

- 겨울 침구

- 거실 러그

- 자우림 콘서트

: 나를 위한 완벽한 연말 선물


줄이고 싶은 소비

- 배달 음식

: 하반기에 배수구 문제로 설거지가 힘들어져 배달을 더 자주 시켰었는데 식비가 대단했다... 물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안 된다.

- 충동 구매하는 생필품

: 필요한 것을 쇼핑앱 장바구니에 미리 담아두는데 문제는 PMS 때 충동구매할 때가 있다는 것. 필요한 건 상관없는데 안 쓰게 되는 것도 있어서.. 이때쯤 생리주기 추적하면 2주 전쯤이라 이 정도면 과학인 것 같기도?





Q5. 지나고 보니 스스로 칭찬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나요? 구체적으로 적어보세요.


업무 관련 아쉬운 피드백을 듣고 고쳐나간 것

: 이직하고 얼마 안 돼서 편집에 대한 아쉬운 피드백을 들은 적 있다. 매체를 바꾸면서 스타일을 맞춰나가는 게 쉽지 않았고 자책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강의를 신청하고 공부했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오케이를 받을 때가 더 많다. (물론 이 피드백의 몇 퍼센트는 객관적으로 의심되기도 하지만..) 칭찬을 어색하지 않게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밑미 전시크루 일을 완주한 것

: 성실한 사람이라도 같은 시간에 일정한 곳으로 출근하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3주간 주중/주말 모두 일해야 했어서 전시가 있던 약 한 달간은 밖으로 나가지 않은 날이 없었다. 2주 차엔 조금 버거웠던 것 같다. 그래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낸 덕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옆에서 지켜보며 에너지도 많이 얻었던 경험이었다. 충분히 칭찬하고 싶다.


고민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 것

: 고민거리가 있을 때 무기력하게 누워있을 때도 있었지만 답답함을 풀기 위해 사람들과 대화했던 적도 많았다. 제3자의 시선으로 내 고민을 돌아볼 수 있었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밖으로 마음을 여니 스스로에게도 더 솔직해진 것 같다.





Q6. 나를 힘들게 했던 순간이나 사건이 있나요? 무엇을 느꼈는지 적어보세요.


올해는 개인적으로 크게 힘들었다고 할 만한 일은 없었다. 고민과 불안은 종종 찾아왔지만 때가 되면 잘 흘려보냈던 것 같다. 다만 국가적으로 참담한 일들이 이어져 무기력에 잠식될 때가 많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왜 이런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소식을 접할 때면 내 눈앞의 일보다 넓은 범위의 안위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날은 모든 것을 차단하고 누워서 눈을 감고 나를 지키다가 결연한 마음으로 거리로 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에너지를 끌어올려 보겠다고 꿋꿋이 연말을 지켰는데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즐거운 일이 생길 때면 마음껏 이야기하다가 이래도 되나 싶고, 그러다 각자의 일상은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기도 했다. 혼란스러워질 때 주변 사람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눴던 게 도움이 됐다. 함께 이야기하며 우리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 기억하고 나아가야 할 부분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완전한 도피가 필요할 때는 정보를 차단하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꼭 챙겼다. 평온한 일상을 잃지 않기를, 그걸 지키는 방법을 모두 하나씩은 가지고 있기를 바랐다. 잊지 않고 건너갈 테니 2025년은 조금 더 무탈하고 무사하길.





Q7. 나의 일을 돌아보세요. 뿌듯했던 일, 아쉬웠던 일, 더 보완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뿌듯했던 일

: 클라이언트의 새 콘텐츠 반응이 좋았던 일, 전시 크루로 관람객들과 만났던 일.


아쉬웠던 일

: 편집할 때 여러 가지 이유로 타협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는데 오래 하기 위해 그냥 넘어가는 게 맞을지 계속 붙잡고 있는 게 맞을지 고민이 된다. 일단 돈 받고 하는 일은 에너지 안배를 하긴 하는데 지나고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보완하고 싶은 일

: 콘텐츠 주제 선정할 때 서치를 더 정교하게 하고 싶다. 출연진의 캐릭터의 맞는 주제를 찾아내고 맥락을 잘 붙여줘야 결과물도 잘 나올 것 같다.


나와의 워크숍(24.07)

[작고 고유한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로 인사이트를 전하는 사람]

=> 내가 해나갈 일을 통해 나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적었던 문장


강점검사(24.10)

[수집 / 전략 / 개별화 / 책임 / 절친]

- 수집: '좋은 건 모아놓고 알려주고 싶어 하는 사람'

- 전략: '맥락을 파악하고 기획하는 전략가'

- 개별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한 번쯤은 의심해 보는 사람'

- 책임: '납득할 수 있는 일은 시키지 않아도 해내는 불도저'

- 절친: '처음엔 뚝딱이지만 오래 보면 세심하게 배려하는 사람'

=> 강점검사 해석 워크숍에서 각 강점의 특징을 나만의 언어로 정리해 보라고 하셔서 기록해 두었던 문장





Q8. 나는 어떤 사람들을 가까이 두고 있나요?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

- 밑미에서 만난 친구들


부러운 마음에 질투를 느낀 사람

-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일잘러들


가장 고마운 사람

- 나의 고민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준 지인 H


나의 에너지를 뺏는 사람

- 사회적 기준을 들이미는 사람

- 나의 에너지는 고려하지 않는 사람

- 은근하게 편 가르기 하는 사람





Q9.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땠나요? 나 자신을 챙기고 보살폈던 순간을 적어보세요.


: 하반기에 공단 검진과 안과 검진을 받았다. 평소에 잘 챙겨 먹고 운동도 간간히 하며 건강하게 사는 편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안 좋은 검진 결과들이 속출하면서... 두려워져 검진을 받게 됐다. 공단 검진은 문제없었고 비문증이 의심돼 안과 검진을 갔다가 안압이 높다는 것과 시신경이 조금 튀어나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혹시 몰라 대학병원에서 검사했는데 당장 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라고 했다.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면 된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루테인도 챙겨 먹고 눈 찜질도 하게 된 겁쟁이;;


마음

: 일과 나를 분리시키는 작업을 가장 먼저 했다. 일에 대한 피드백이 곧 나에 대한 평가가 아님을 자주 상기시켰고 집에 오면 일상을 지키려고 했다. 글쓰기, 문장메모, 사람 만나기, 요가, 요리하기 등이 도움이 되었다. 특별한 이벤트를 만드는 것보다 매일 마음이 나아지는 일을 심어 두고 일상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Q10. 지금까지 기록한 end 카드를 읽어보고 3가지 키워드를 뽑아보세요.


1) 일상

: 일상을 잘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예민한 사람은 정신적 웰빙을 지키기 위해 나의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하던데 자유도가 있는 부분에 한해서는 나에게 맞는 방식을 지키는 데 힘써야겠다. 전보다 내가 즉각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건강한 방법들을 많이 찾게 된 것 같아 다행이었다.


2) 몰입

: 이 키워드가 삶의 가치관 상위에 있어서 일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것 같다.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즐거운 일을 하는 게 최대의 행복처럼 느껴져서 갈등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즐거워하는 활동을 더 늘려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3) 고유한 이야기

: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특히 창작하는 사람들, 새로운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늘 궁금하다.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서 스스로의 고유함을 갖게 됐는지. 내년에는 그런 사람들을 더 만나보고 싶다.





2024년의 소회


2024년의 신년 계획 키워드는 '균형'이었다. 일과 건강, 개인적인 부분까지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고 일상을 지켜나가길 바랐던 것 같다. 세부 계획을 들여다보니 한 70%는 달성된 것 같아 신기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이루지 못한 것들이 꽤 있는데 내년 상반기에 몇 개 이뤄질 예정이라 기대된다.


올해 다이어리에 쓴 첫 일기를 봤다. 새해 첫 곡으로 새소년의 <Kidd>를 들었다고 적혀있었다. 희망이 빼꼼빼꼼 나오길 바란다면서. 연초에 이직을 준비하느라 그렇게 선정했던 것 같은데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던 연말을 보내고 다시 보니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공식 뮤비에 과거 참사에 대한 추모와 이 시대에 필요한 마음이 담겨 있고, 올해 비상계엄 이후 모임별에서 제작한 뮤비도 있어서 새해 첫 곡이 이 곡이었다는 게 정말... 뭐라 표현하기 힘든 마음이다. 이 시간을 잘 건너갔으면 좋겠다.


2025년부터 쓸 3년 일기장을 샀다. 기록의 힘을 크게 느낀 해라 생각날 때마다 일기를 쓰려고 한다. 꾸준함에 취약해서 얼마나 채울지는 모르겠다. 매년 1월만 채우더라도 연말에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일 테니 일단 해보는 걸로. 1월 1일을 잘 보내고 일기장에 올해의 다짐과 함께 첫 곡도 적어두어야겠다.






연말 회고 카드


2023년 연말결산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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