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동반 관계
오늘날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에서는, 직장, 공장, 지역사회, 국가, 나아가 지구촌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상부의 결정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당연시되었으나, 이제는 “내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내가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참여 사다리 이론(Arnstein’s Ladder of Citizen Participation)은 단순히 공론장에 참석하는 것을 넘어서, 정책 결정 및 집행 단계까지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진정한 참여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단순 출석이 아닌 적극적 참여를 요구하는 사회 변화의 흐름은 우리에게 새로운 협력의 모델을 제시한다.
현행 시민참여제도에서는 행정·집행부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아, 청년 참여기구도 예산 편성이나 사업 집행 없이 형식적인 참여에 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정부와 시민이 진정한 동등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전문성과 한계를 인정하고, 정책 의제 수립부터 실행, 평가까지 전 과정을 공동으로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서 노인 인구가 많은 동네의 좁은 도로와 보행 환경 문제를 제기한다고 하자. 시민이 제시한 “도로 확장 및 보행 공간 확보”라는 의견은 법률적 제약이나 토지 소유권 문제 등으로 인해 실행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은 시민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제안이 현실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법적,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고, 동시에 시민은 제안의 한계와 실행 조건을 이해하며 보완책을 마련하는 협력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상호의존적 관계란, 정부와 시민, 나아가 학계 등 다양한 주체가 ‘코파트너(co-partner)’로서 정책 의제 수립부터 실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고성과 조직은 구성원 각자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인식하며 “함께 성공한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협력할 때 비로소 탄생한다.
민·관 파트너십이 성숙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비난의 문화’를 극복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앤드류 홉킨스의 책 <학습실패>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직 내에서 누군가를 비난하면 실패의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나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난은 두려움을 조장하고, 구성원들이 솔직한 의견을 내지 못하게 하여 개선의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대신, 성숙한 소통과 피드백 문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리더가 먼저 자신의 실수와 한계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픽사의 CEO이자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사장이었던 에드윈 캣멀은 자신의 실패와 실수를 구성원에게 솔직하게 밝힘으로써, 모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개선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러한 리더의 태도는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필요 시 서로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싱어게인 임재범 사례 : 성숙한 피드백의 모습
싱어게인 무대에서, 임재범은 한 참가자에게 “잘하지만, 끝에 끝음을 내리는 안 좋은 습관이 있다. 이거 하나는 고쳐야 할 것 같다”라는 피드백을 전달한다.
반면, 다른 심사위원은 “나는 그 지점이 되려 매력으로 느껴졌다”고 의견을 제시하며, 서로 다른 관점의 피드백이 공존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몇 라운드가 지나고 난 후, 임재범은 해당 가수에게 정식으로 사과하며 “내가 잘못 판단한 것 같다”며, 그대로 자신의 스타일을 유지해도 좋겠다고 조언한다.
이처럼 임재범은 한자리에 대가로 불리면서도, 필요에 따라 필요한 말만을 하며 자신의 오판이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태도는 조직 내에서 불필요한 비난을 줄이고,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동등한 파트너십이 쉽지 않아보이는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회의 문화’를 바꾸는 것부터 동등한 관계를 구축하는 변화의 시작이다. 회의실에서 위계질서를 상징하는 배치나 호칭 대신, 모두가 원형으로 둘러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경어를 사용하는 등, 서로를 평등한 동료로 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렇게 민과 관이 동등한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회의 문화’의 혁신에서 시작해야 한다.
공동 논의의 장 마련: 회의실에서는 위계질서를 상징하는 배치 대신, 모두가 원형으로 둘러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경어 사용 등으로 서로를 평등한 동료로 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정확한 역할 분담: 정부는 시민 참여를 위한 체계적인 인프라와 전문 지식을 제공하고, 시민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창의적 아이디어로 정책 수립에 기여한다.
지속적인 피드백과 소통: 정기적인 평가 회의를 통해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서로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개선해 나간다.
각 주체의 역할과 책임은 다음과 같다.
행정(정부·지자체): 지원 인프라 제공: 공론장, 온라인 플랫폼, 전문가 지원 등 시민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투명한 의사결정: 예산 배분과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전문성 보완: 시민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현실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법률, 기술, 안전 등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시민(청년 등 참여단): 혁신적 아이디어 제시: 현장의 경험과 창의적 발상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지역사회와 소통: 다양한 계층과 소통하여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조율한다. 실행과 책임: 단순한 의견 제출에 머무르지 않고, 집행 단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공동의 성공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다.
우리가 당장 변화할 수 있는 것은 ‘회의 문화’와 소통 방식이다. 서로 비난을 삼가고, 성숙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동등한 눈높이에서 논의하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결국 시민참여제도의 근본적인 혁신을 이끌 것이다. 정부는 시민을 단순 수혜자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 문제 해결의 귀중한 인사이트 제공자로 인정해야 하며, 시민 역시 수동적인 참여자가 아닌, 능동적으로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파트너십은 가정이나 직장에서 갑을 관계로 치우기 쉬운 현실을 넘어, 모두가 함께 성공하기 위한 작은 걸음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변화를 이루려면, 오늘 이 자리에서부터 동등한 파트너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부디 우리 모두, 함께 성공하는 진정한 파트너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