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 퍼실리테이터가 하는 일 A toZ
나는 현장이 좋다
나는 현장이 좋다. 오늘도 읍면동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우리 동네에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는 워크숍을 진행했다. "마을 버스가 너무 불편해요", "횡단보도가 멀어서 위험해", "골목이 어두워 밤에 다니기 무서워" 등 생생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이 발전적이고 활기찬 논의의 순간은 퍼실리테이터로서 내가 가장 행복한 때다. 강의를 직접 하는 순간보다도 질문을 던지고 사람들이 신나게 대화하며 서로 아이디어를 꽃피우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효능감을 느낀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싫은 순간의 연속이다
하지만 퍼실리테이터로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행복하고 보람찰 수만은 없다. 한 유명한 강연자가 강연 중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의 과정은 사실 싫은 순간의 연속이다"라고 말했다. 나 역시 깊이 공감한다. 워크숍이라는 무대에 오르기 전, 때로는 귀찮고 힘들고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하는 의문이 든다. 클라이언트와 끝없이 의견을 주고받고, 계약 서류 작성을 위해 우체국과 등기소를 오가고, 행사에 필요한 홍보물을 디자인하고 명찰을 하나씩 가위로 자르는 순간까지. 교육 콘텐츠에 대한 깊은 고민과 기획만큼이나 행정 업무와 현장 세팅이라는 부수적인 일들이 계속되면 내가 퍼실리테이터인지, 디자이너인지, 경리인지 역할의 혼란마저 느낀다.
작은 조직에서 일하는 퍼실리테이터라면 나와 같은 고민과 과정을 모두 겪을 것이다. 이는 퍼실리테이터뿐 아니라 규모가 작아 직무를 명확히 나누기 어려운 소상공인의 공통적인 고충이기도 하다. 화려해 보이는 무대 뒤에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업무들이 가득하다.
현장이라는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을 접수하고 상담하는 것으로 시작해, 견적서와 제안서를 작성하고 계약서를 처리하는 일까지 이어진다. 또한 사업 착수 후 클라이언트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세부 기획과 물품 준비, 다과 구매, 외부 인력 섭외 등 준비할 사항도 끊임없이 생긴다. 행사가 끝나도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 사후 계약 서류를 마무리해야 비로소 끝난다.
이 모든 과정에도 내가 퍼실리테이터를 계속하는 이유는 결국 '현장' 때문이다.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생생한 의견을 나누는 그 순간이야말로 내 일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다. 퍼실리테이터로 일하고 싶다면, 이 모든 과정을 견딜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의 끝에는 늘 보람과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생업 퍼실리테이터가 하는 일 A to Z]
1. 클라이언트 문의 접수
-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항 및 의뢰 목적 파악, 개별 상담
2. 계약 성사 작업
- 견적서, 제안서 발행, 계약서 작성 및 처리
3. 사업 착수 및 사전 작업
- 클라이언트와 상시 소통, 세부 기획 및 조율, 물품 준비, 다과 구매, 홍보물 제작, 외부 인력 섭외
4. 사업 진행
- 현장 퍼실리테이션 진행
5. 사업 마무리
- 결과보고서 작성, 향후 발전 방향 제언, 사후 계약 서류 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