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으로 무릎 연골을 잃고 깨달은 것
20대 초반, 나는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때 받은 메달은 나에게 큰 자랑거리였다.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하면 주변에서도 존경 어린 눈빛으로 “정말 대단해, 엄청 건강하겠다”라는 칭찬이 이어진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다. 마라톤을 통해 얻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큰걸 잃었다. 바로 무릎 연골이다. 잘못된 자세와 무리한 훈련 탓에 무릎 연골이 닳아서 지금까지도 비가 오거나 역사를 걸어올라 가면 무릎이 시리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는 나에게 또 다른 약점이 있다. 허리가 길어서 귀여운 강아지 닥스훈트와 비슷하게 선천적으로 나는 상체가 길다. 덕분에 나는 어려서부터 허리가 약했다. 10대까지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지만, 20대 후반에 들어서부터 코어 근력이 약한 사실이 증상으로 나타났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몸에 무리가 가는 운동을 하면 가장 먼저 허리 통증이 찾아왔다.
아픈 것도 서럽지만, 가장 안타까운 점은 내가 좋아하는 운동들이 대부분 허리와 무릎에 무리를 준다는 점이다. 나는 실내 운동보다는 러닝, 등산, 복싱, 재즈댄스처럼 격하거나 실외 활동을 즐긴다. 이러한 운동이 나에겐 벅찼다.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집 근처 복싱장을 찾아가기도 하고, 요가원을 다녀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업은 일반인을 기준으로 설계된 프로그램이었다. 일반인보다 취약한 내 허리와 무릎은 고려되지 않았다. 때로는 강사의 지도를 잘 따라가더라도, 어떤 자세는 나에게 곧바로 통증을 불러왔다. 결국 요가도 하루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이런 경험은 나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건강을 지키려면 운동은 필수인데, 운동을 잘못하면 약한 부위가 더 취약해진다. 돈을 투자해 재활 전문 트레이너의 1대 1 지도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금전적 부담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선택지는 분명했다. 내 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
나는 내 몸의 주치의가 되기로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꼼꼼히 기록하고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원인을 몰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생리 기간에는 허리에 더 큰 통증이 오고, 장시간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무릎이 시큰거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정보는 병원에 가서도 큰 도움이 된다. 의사나 전문가라고 해서 나의 생활습관과 몸의 세세한 반응을 모두 알 수는 없다. 정밀검사를 받기 전까지,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는 결국 내가 스스로 관찰한 기록뿐이다.
최근 나는 ‘백 년 허리’로 유명한 정선근 교수의 책을 읽고 있다. 허리 전문의가 정리한 지식과 사례들을 통해, 내 몸에 맞는 운동법을 다시 찾고 있다. 무작정 전문가에게 몸을 맡기는 대신, 내가 내 몸의 취약한 부분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해야겠다는 다짐이다. 허리와 무릎이 약한 나에게는 스쾃보다 가벼운 걷기, 요가의 특정 동작 대신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간단한 운동이 더 적합하다. 이처럼 내 몸을 아는 것이 곧 건강을 지키는 출발점이다.
사람들은 젊다는 이유로, 겉으로 보기에는 건강하다는 이유로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쉽게 단정한다. 그러나 청년이라도 각자 취약한 부위가 있고, 작은 잔병치레가 있다. 건강검진의 수치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 그 부분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결국 의사도, 운동 전문가도 내가 내 몸의 신호를 먼저 설명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진단이나 운동 처방을 내리기 어렵다.
운동은 전문가에게 배우는 것이 맞다. 하지만 전문가도 내 몸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 내 몸의 주치의는 결국 내가 되어야 한다. 내가 스스로 내 몸을 관찰하고, 취약한 부분을 알고, 어떤 운동이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삶은 외부의 지식과 지도가 아니라, 자기 몸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돌보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