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에 얻은 수확
벌써 안식월 3주 차다.
다음 주면 한 달 휴가가 끝난다는 사실이 떠오른다.
말도 안 돼… 벌써 끝이라니…?
이번 안식월의 가장 큰 수확을 하나 꼽자면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다는 감각’이다.
요즘의 하루는 대체로 이렇다.
오전 피아노 연습을 하고,
밥을 먹고 도서관에 간다.
읽고 싶은 책이나 만화책을 실컷 보다 지루해지면 돌아온다.
저녁을 먹고 다시 피아노를 치고,
만화책을 보다 잠든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릴 적 아무런 걱정 없이 방학을 즐기던 감각이 어느 순간 되살아난다.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강제성도 없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도 없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하루가 아니라,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채운 하루하루다.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오전 명상 때문인지, 마음껏 피아노를 친 덕분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더없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
혼자 함박웃음을 지으며 걸었다.
왜 성인이 된 지금은 방학이 없는 걸까.
계절마다 방학을 누리는 건 사치일까.
1년에 한 달 쉬는 일조차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 시기,
혹은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아쉽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났던 유럽의 한 청년은
1년의 안식년을 갖는다고 했었다.
대한민국에서 일 년은커녕 한 달조차 퇴사를 해야만 얻을 수 있는데… 이래서 다들 이민을 가고 싶은 건가?
퇴사를 하고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너무 행복하다”라고 말하던 친구의 얼굴도 떠오른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지금 이 순간의 고요와 평안’ 그리고 ‘행복’을 누리는 법을 잊고 있었다.
강제성과 의무,
성과와 효율에서 잠시 벗어나
‘지금 이 순간’과
‘내 마음이 이끄는 것’에 집중하는 삶.
그 삶이 주는 충만함과 평안함,
그리고 분명한 행복을
나는 지금 만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