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기 숲이 돼볼게

by 성장썰

나는 저기 숲이 돼볼게

길을 터 보일게

나를 베어도 돼

- 최유리의 「숲」


나는 최유리의 「숲」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가사를 들으면 언제나 나무 한 그루가 떠오른다.

그 자리에 조용히 서 있는 나무.


나무는 늘 같은 자리에 있다.

도망가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는다.

그저 서 있다.


그 우직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사람은 자주 흔들린다.


나무는 다르다.


봄이 와도 그 자리에 있고

비가 와도 그 자리에 있고

바람이 불어도 그 자리에 있다.


숲에 모여 있는 나무들.

서로 다른 모양으로 서 있지만

모두 같은 방식으로 시간을 버틴다.


그 모습이 묘한 안정감을 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그 느낌을 자주 받았다.


지평선이 보일 듯한 광활한 길.

언제나 자연과 함께였다.


걷다 보면 마음이 단순해진다.


오늘은 몇 킬로를 걸을까.

어디서 물을 마실까.

어디서 쉬어 갈까.


생각이 줄어든다.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속이 편안해진다.


툭하면 체하는 체질인데

순례길에서는 한 번도 소화가 안 된 적이 없었다.


매일 스무 킬로를 걸었다.

매일 움직였다.


내 몸이 막히는 이유는

움직이지 않아서였다.


사람에게도 숲이 필요하지 않을까.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려 애쓰기보다

그냥 걷는 시간.

그냥 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시간.


숲은 말을 하지 않는다.

나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고요와 침묵 속에서

마음이 정돈된다.


아마도 나무의 한결같음 때문이겠지.

자리를 지키는 태도.

온갖 풍파에도 버티고 서 있는 우직함.


오늘은

숲에 가야겠다.


산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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