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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 ur mind May 26. 2021

나에게 1년의 시간만이 남았다면.

<아침의 피아노> - 김진영.

나에게 1년의 시간만이 남았다면,
내가 정리해야하는 것과 반드시 해놓고 싶은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내 삶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고마운 사람과 가장 미안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나의 죽음을 앞에 두고 떠올릴만한 관계를 이야기해주세요.


2018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적은 철학자의 메모장 같은 책. 남은 생 동안 느끼는 감상을 한 줄 한 줄 적어내려간 저자의 처연한 심정이 마음을 두드리는 책이다. 북클럽의 첫모임에서 다룰 책으로 이것을 고른 이유는,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함께 나누며, 조금은 조심스럽게 가까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삶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누군가는 많은 것들을 정리하고 싶다고 했다. 남은 가족이 무탈하게 살 수 있도록, 남아 있는 사람에게 부담이나 영향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정리하고 버리기도 해야겠지만, 한편으로는 남기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삶을 살기를' 기원하는 편지를,  부모님에게는 감사와 사랑의 말들을 남기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남은 1년동안 내가 떠난 뒤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편지를 틈틈히 써두고 싶다고도 했다. 

나를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권의 책으로 적고 떠나고 싶다는 분도 계셨다. 그 속에는 나의 생각과 감정들, 사과하고 싶은 말, 내가 경험한 모든 관계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까지 채워질 것이다.


1년의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내 죽음이 예견되는 것은 축복일 수 있다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예정된 남은 시간동안 사랑하는 사람들, 아끼는 사람들과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매 순간을 소중히 보낼 수 있으니까.


누구나 떠난 자리가 단정하고 잘 정리되기를 바라겠지만, 그 이면에 내 존재와 사랑을 기억하기를 바라는 바램 또한 떠나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되기도 하나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겨야 할까. 그 기준선은 사람마다 살아온 흔적에 따라 또 달라지겠지.


이 주제를 나누며, 나는 '만약에...'의 상황으로 꺼낸 이 이야기가 사실은, 아직 우리가 죽음을 당장 맞이할 것이 아닐지라도 남아 있는 우리 삶의 과제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떠올린 사람, 정리할 것,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것들... 우리의 남은 생은 결국 그런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이 아닐까.


책 속에서 작가는 매우 담담한 문장으로 하루하루의 느낌을 담는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 그가 집중한 것은 삶의 큰 이슈도 아니고 대단한 의미나 절절한 감정이 아니었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차소리, 어딘가에서 들리는 피아노소리, 남기고 가야하는 가족의 웃음.. 그러한 일상의 풍경을 담고, 기억하고, 기록한다. 

우리가 매일 현재를 소중히여기는 것,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기적처럼 느끼고 감사해야 하는 의미를 이 책을 함께 읽으며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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