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북클럽 이야기 - 첫시간.
새롭게 시작하는 북클럽의 첫시간, 이 구절로 시작을 해보았다.
“ 워낙 악필에 가까운 필체라서 사인을 요청받을 때면 그래도 뭔가 의미가 있는 글귀를 짧게라도 함께 적어드리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동안 제가 낸 책마다 적어드리는 문장이 다 다른데, 그중 <밤은 책이다>에는 사인과 함께 "책이라는 00"이라고 써드리고 있습니다.
‘00'에는 적당한 단어를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적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책이라는 날개, 책이라는 정원, 책이라는 계단, 책이라는 우산, 책이라는 외투, 책이라는 촛불. 책은 날개이고 정원이고 계단이고 우산이고 외투이고 촛불입니다. 책은 그 모든 것입니다. ”
-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중에서.
저 구절에 힌트를 얻어 내민 질문 하나.
"책은 언제나 나에게 위로입니다. 책에 몰입하는 시간은, 힘겨움과 어려움을 잊게 해 주거든요."
"책은 나에게 힘듦을 주기도 합니다. 가까이하기엔 어려울 때가 많아요."
"책은 나에게는 없는 것을 채워나가게 해주는 영양분 같아요."
"책은 숙제같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칭찬하게 만드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책은 나에게 내려놓기를 가르쳐주는 돌파구가 되어주었어요."
"책은 더울때 시원함을 주는 그늘같은 존재예요. 내가 모르는 세상을 가르쳐주기도 해요."
"책은 나에게 유희이고 게임같아요. 몰입해서 마음껏 놀게 해주기도 하거든요."
책모임을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책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사실 북클럽에서 멤버들간의 조화와 균형도 중요하지만, 책을 소재로 한 대화가 막힘없이 이어지고 시너지효과가 나기 위해서는 책을 대하는 마음과 관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비슷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책이 친구이고 위안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책이 어려운 숙제같을 수도 있다. 그저 그 마음들이 잘 어우러져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시너지효과가 나길 바랄뿐.
북클럽을 신청하게 된 동기는 책이야기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인 분들도 있지만, 사실 책이 낯설고 어려워서 이 기회를 통해 책과 가까와지기를 원하기 때문인 분도 있었다. 책을 통해 용기를 내고 싶었다는 분도 있었고, 삶의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쳐진 느낌이 종종 드는데 그 균형감을 책으로 채우고 싶다는 분도 계셨다. 좋아하는 책만 읽거나, 한쪽으로 치우쳐진 독서의 불균형을 고치고 싶다는 이유도 많았다. 함께 모여 의무적으로 읽는 책읽기를 하다보면 독서 편식을 줄이고 관심분야를 넓힐 수 있으니까. 혼자만의 생각에 갇히기보다 타인의 생각을 듣고 책을 통한 지적인 교류를 원한다는 이유도 있었는데, 그또한 북클럽을 하게 되는 매우 적절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북클럽 시간에 한자리에 모인 여러 사람이 가진 다양한 이유들을 들으며, 첫시간의 긴장된 마음이 조금씩 누그러들었다. 이유는 다들 각자 조금씩 달랐지만, 책을 통한 나눔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믿음이, 나에게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