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고,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by write ur mind


어느 봄날 토요일 오전이었다. 겨울이 끝나고 이제 곧 봄이 올거라는 것을 알리는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 믹스커피 한 잔을 타 마시면서 빗소리를 들었다.


십년도 더 지난 날의 어느날 아침의 풍경인데,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그날 아침 시간의 그 장면은 내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그 때, 나는 분명히 행복했고, 나를 둘러싼 환경 속에서 내가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 순간이 내 삶의 어떤 정점이어서, 어쩌면 여기에서 내가 조금이라도 발을 삐끗한다거나,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친다면 나는 고꾸라지거나 굴러떨어질 일만 남은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 날 내가 느꼈던 아늑하고 따스한 행복감은, 내 옷이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 있었다. 아무 이유도 없는 그런 불안감이야말로 내가 마땅히 가져야 하는 감정처럼 느껴졌다. 나는 더없이 행복했으며 그와 동시에 더없이 불안하고 외로왔다.


그래서 그 순간.... 지금을 잘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따뜻한 머그잔과 그 속에 담긴 커피의 향기. 그리고 이 순간 속의 안전한 나를. 하나 하나 마음에 새겨넣었다. 언젠가 그 날의 그 느낌을 그리워하거나 추억하게 될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행복한 순간은 그 시간이 다시는 오지 않을거라는 것을 알기에 온 마음으로 기억해야 한다.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순간은 대부분,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때이거나, 행복하지 않은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그 순간을 붙잡아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행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는 것은,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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