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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 가서 내가 가르쳤다고 하지 마라.

그건 네가 영어를 못하기 때문이야.

by SY전서주

SY는 영어 강사다.

그는 수업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다.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돈 버는 것도 좋아했지만

수업 중에 목을 많이 쓰는 편이어서

많이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수업 스타일도 좀 그랬다.

SY는 학생이 영어 스피킹을 이상하게 하는 것을 못 참았다.

그걸 다 교정해주다 보니 기운이 빠져서

수업을 많이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소수의 수업만 정성 들여하다 보니

듣는 사람들은 한번 시작하면 그만두지 않았다.

그렇게 가르친 학생들은

어딜 가든 영어 잘한다고 어디서 배웠냐고

사람들이 물어보는

그런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SY는 기준이 있었다.

3년.

그 안에 내가 정한 수준까지 올리고

학생이 나를 떠나게 한다.

그 목표를 위해 매 수업을 애썼다.

그런데 학생들이 밖에서 잘한다고 칭찬을 듣고 와서 우쭐거리며

막판 20프로를 채우지 못하고

초반의 총명했던 눈빛이 흐려진 채

설렁설렁 수업을 들으면

SY는 너무나 답답했다.


"지금 이대로는 안돼.

너 이렇게 하면 외국에 못 나가."

"안 나갈 건데요."


처음에 안 하던 말대꾸도 한다.


"안 나가는 게 아니라 이상태론 못 나가.

너 지금 영어 하는 거

내가 한국인이라 알아듣는 거야.

이렇게 하면 외국애들 아무도 못 알아들어."

"... 네."


어휴!


안 나가긴 뭘 안나가. 언제고 한 번은 나가게 된다.

이렇게 나가면 네가 고생하지 내가 고생하냐.

나랑 헤어지고 나서 몇 년 후에나 깨닫겠지.

나중에 피눈물을 흘려봐라.

그때야 내가 한 말이 다 맞았다는 걸 알 거다.



아래의 대화는 SY의 상상의 대화.


"나한테 수업 들은 지 몇 년이 되었는데

이 발음이랑 목소리가 안 되는 건, 네가 신경을 안 쓰기 때문이야."

"했어요."

"안 했어. 안 했으니까 안 했다고 하지."

"......"

"너 여기랑 여기는 아예 안 읽어. 그리고 이상하게 읽어. 내가 이렇게 읽으라고 했잖아?"


다시 읽어줘도 따라 하는 태도가 영 별로다.


"나는 아닌 건 아니라고 밖에 말 못 하겠다. 너는 계속 실력이 줄고 있어."

"다른 거 공부하느라 바빠서 그래요."

"아니야. 지금 나랑 있는 이 시간에 집중하면 되는데, 너는 그렇게 안 해."

"......"

"내가 이런 소리 해서 기분 나쁘겠지만, 이렇게 낭비하는 시간이 내 시간이 아니고 네 시간이야. 너 어쩌려고 그래?"

"......"


SY는 진짜 이렇게 한번 화를 내고 싶었다.


니 인생이 아깝지도 않냐?

나랑 계속 여기서 뱅글뱅글 도는 게?

빨리 넘어가던지 아니면

다른 강사를 찾아가던지!


그래도 어디 가서 나한테 배웠다고 하지 말라는 말은 상상 속에서도 참았다.

여기서나 제목에 대고 크게 해 봤다.

아...

속 시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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