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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말하고 싶다고요? ③

그건 네가 영어를 못하기 때문이야

by SY전서주



일주일이 지난 아침, 100% 허구인 이 소설의 주인공 SY는 예약된 회의실에 도착했다. 그는 가져온 프린트물을 의자 앞에 하나씩 두었다. 수강생 몇명이 들어왔다.


"Hello! Good morning!"


활기차게 인사했지만 수강생들은 별로 굿모닝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저들은 직장인이다. 이 수업을 듣겠다고 30분 일찍 출근하는 대단한 사람들이다. SY는 이 12번의 수업이 정말 의미있는 시간이 되도록, 저 분들을 충분히 괴롭혀 드리리라 다짐했다.


"프린트를 보시면, 제가 인토네이션을 표시해 두었습니다. 물결 무늬로 그린 것이 인토네이션인데요, 이 흐름을 따라서 읽으실 겁니다."


수강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어에서 악센트는 크게 말하는 것도, 억양을 올리는 것도 아닙니다. 근육에 확 힘을 주는 거에요. 특히, 복근에요. 그런데 우리는 이것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연습을 하냐면, 물결이 올라간 부분에서 주먹으로 허벅지를 치며 읽어봅니다."


SY가 말하자 사람들이 자신의 허벅지를 때리며 작은 목소리로 본문을 읽었다.


"좋습니다. 그런데 앉아서 하는게 아니라, 서서해야 합니다."

"서서요?"


수강생들이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SY가 웃었다.


"네. 서서해야 해요. 서서 바른자세로 하면서 저 뒤에서 이 앞에 있는 저한테 전해준다는 생각으로 큰 목소리로 읽어야 합니다. 매번 연습을 그렇게 하셔야 해요. 절대로 앉아서, 책을 앞에 두고 중얼 중얼 읽으면 안됩니다. 그렇게 읽으면 자기가 잘 읽는것처럼 착각하게 되요. 그건 진짜 실력이 아닙니다. 큰 목소리로 연습하고, 그 다음엔 느리게 읽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큰 목소리로, 느리게 읽어도 정확한 발음이 나와야 진짜 영어를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 연습을 해볼게요. 다들 일어서 주세요."


수강생들이 일어났다.


"제가 한문장씩 읽으면 따라 읽으세요. 악센트 위치에서 제가 허벅지를 치면 여러분도 그렇게 치면서 읽으세요."


SY는 프린트물을 한 문장씩 큰 소리로 천천히 읽었다. 수강생들도 그를 따라 한 문장씩 읽었다. 그렇게 본문을 한번 다 읽었다.


"자, 모두 저 뒤쪽으로 가주세요."


수강생들은 회의실 입구쪽 벽으로 걸어가 섰다. SY는 스크린 앞에 있었다.


"이제 저와 멀리 있지요? 저에게 큰 소리로 알려준다는 생각으로 큰 목소리로 읽습니다. 한 문장씩 듣고 따라 읽으세요."


SY가 준비한 음성 파일을 재생했다. SY가 음원을 한 문장씩 멈출때마다, 사람들이 따라 읽었다.


"잘 하셨습니다."

"이건 잘들리네요?"

"재생 속도가 60% 입니다."

"어쩐지."


수강생들이 웃었다.


"원래 시작은 이렇게 하는게 맞습니다. 평범한 자료라도 원어민 음원은 우리가 바로 따라 말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도움도 안되고요. 우리는 듣기 공부를 하는게 아니라 말하기 공부를 하는 중이고, 영어 말하기를 잘한다는 것은, 천천히 큰 목소리로 여유있게 말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빨리, 발음을 뭉개며, 입안에서 웅얼거리며, 소위 쏼라쏼라 하는것이 아니라, 내가 의도한 만큼 천천히 큰 소리로 말할 수 있어야 잘하는 것 입니다. 그리고 이때 정확한 액센트를 구사해야 듣는 사람이 내가 말하는 속도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자, 음원을 한번 쭉 듣겠습니다. 그리고 한분씩 읽도록 하겠습니다."


"네??"


수강생들이 놀랐다.


"읽으시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드리겠습니다."


"네??"


수강생들이 또 놀랐다.


"오늘 하신 것과 마지막날 하시는 것을 비교해 보시면 좋은 추억이 되실거에요. 싫으시면 찍지 않겠습니다. 제가 찍는 것이 부담되시면 여러분 폰을 주시면 찍어드릴게요. 나중에 혼자 보실 수 있게요."


그렇다면 괜찮은것 같다며 3명이 폰을 주었다.


"자 그러면 마지막 연습입니다."


SY가 음원 파일을 재생했다. 수강생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키워드: 서서 허벅지 때리며/ 느리게/ 큰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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