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전망대를 추천한다면

롯폰기 힐즈, 그리고 시부야 스카이

by 최효훈

도쿄엔 전망대가 여러 군데 있다.

롯폰기 힐즈, 시부야 스카이, 스카이트리, 도쿄 타워, 선샤인 60, 도쿄도청이 대표적으로 꼽히는 곳이다.

어디를 가냐고 했을 때 정답은 없겠고 개인의 동선과 전망대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그 중에서 나에게 어디를 추천하냐고 한다면, 두 곳을 고르겠다.


롯폰기 힐즈, 그리고 시부야 스카이다.

뻔한 픽이지만, 그래도 그 둘 정도면 '도쿄에서 전망대를 오르는 게 가치가 있어?'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좋은 전망대의 기준


좋은 전망대의 기준은 무엇일까?

나는 아래의 질문으로 선정했다.


1) 무엇이 보이는가?
2) 무엇을 경험할 수 있는가?
3) 접근성과 위치는 어떠한가?


예를 들어, 도쿄에서 전망대를 오른다면 무엇을 봐야할까? 난 그 답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도쿄타워다.

도쿄의 스카이라인은 홍콩만큼 압도적이지 않다. 스카이라인을 보는 게 아니라면, '특정 무언가'라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도쿄타워다. 그나마 '후지산' 정도도 꼽힐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도쿄에서 후지산을 보려면 날씨가 좋아야 하고, 거리상 압도적으로 보이기도 어렵다. 도쿄를 상징하는 건물은 '도쿄타워'고, 도쿄타워가 잘 보인다면 전망대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쿄타워는 대부분의 전망대에서 보이기도 하고, 도쿄타워를 위에서 보러간다는 것만이 전망대를 가는 이유가 될 수는 없으니까 2번 질문으로 넘어가면 '경험'의 측면이 나온다. 여기서 경험은 전망대 안에서 겪는 것도 포함되지만, 전망대를 가는 길도 포함한다. 전망대야 '높은 곳에서 도시를 바라본다'는 게 메인이고 그게 다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더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있기 마련이니까.


3번 질문은 보다 현실적인 이유다. 아무리 좋은 전망대라고 할지라도 도심 외곽에 동떨어져 있다면(그럴 일은잘 없지만) 여행자가 그 전망대를 찾아가기엔 조금 꺼려진다. 어느 도시건 '무조건 전망대에 가야 합니다'라고 할만한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전망대는 도심 여행과 연계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자의 대표적인 동선에 있는지가 대표적으로 고려되어야 하고, 여기에 더 한다면 '난이도'도 있겠다. 여기서 말하는 난이도는 '가격과 입장'이다. 전망대에 돈을 내는 건 익숙하지만 그 돈이 예상 밖이라면 '굳이?' 싶을 테고 아무리 돈을 낸다고 해도 볼 수가 없다면 말짱 꽝이니까.




그 기준에 따라서 '롯폰기 힐즈''시부야 스카이'를 꼽았다. 그 둘은 각 1번과 2번에서 압도적이고, 3번에서도 그럭저럭 다른 전망대에 비해 준수하다.


1. 롯폰기 힐즈 전망대(모리타워)


롯폰기 힐즈 전망대는 어떻게 보면 정점의 인기는 지난 전망대라고 할 수 있겠다. 지어진지 조금 되기도 했고(2003년)이라, 그 뒤에 스카이트리나 시부야 스카이 같은 곳들도 생겨났으니까. 그럼에도 롯폰기 힐즈를 꼽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도쿄타워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전망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즉,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선에서 도쿄타워를 감상할 수 있다. 도심 속에 자리잡은 도쿄타워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2023년에 오픈한 아자부다이 힐즈까지 옆에 들어서면서, 아자부다이 힐즈-도쿄타워를 함께 보는 전망이 가능해졌다. 도쿄 타워를 기점으로 한 인근 지역을 가장 잘 조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인근 지역은 아자부다이 힐즈 뿐만 아니라 토라노몬 힐즈 등도 있다보니 대부분의 높은 빌딩은 '모리 빌딩의 것이겠군'이라 대충 생각하면 편하고, 그 힐즈들이 모여 있는 마천루들을 보는 매력도 있다.



기본적으로 롯폰기 힐즈의 전망대가 좋은 이유가 더 있다면, 도쿄타워가 잘 보이는 위치라는 것도 있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도쿄의 여러 풍경들을 이곳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시부야도 제대로 볼 수 있고, 하네다 공항 쪽의 도쿄만도 보인다. 이러나 저러나 도쿄의 구석구석이 보인다는 점에서, 도쿄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도쿄에서 쉽게 보기 힘든, 일직선으로 뻗은 대로를 따라 시부야가 보인다. 건너편 전망대인 시부야 스카이까지.


꽤 오래전 지었다고 하지만, 롯폰기 힐즈는 그 느낌이 강하지 않다. 유리로 둘러싸여 있지만 밖은 선명하게 보이고, 시야를 막는 요소도 많지 않다. 360도 한 바퀴를 돌다보면 '아 저기가 거긴가' 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고 대부분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공간들과의 거리도 적당하다. 비록 후지산 풍경을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그건 도쿄의 다른 전망대들도 어차피 비슷한 사정이니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부야에서 시선을 옮기면 신주쿠도 보인다


높이가 '적당하다'고 했는데, 그건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땅의 건물들도 꽤나 눈에 잘 들어온다는 점이다. 이건 롯폰기 힐즈 인근이 더 '볼 만한 것들'이 많아서일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파도치는 듯한 모습의 국립신미술관을 풍경 속에서 찾아내는 것도 재미다.


국립 신미술관


도쿄타워를 가장 적당한 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고 다니는 도쿄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전망대를 추천하는데 이곳을 제외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롯폰기 힐즈 그 자체도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인데다(전망대 옆의 미술관을 방문해도 좋다), 롯폰기를 굳이 여행 중에 찾아갈 일은 많지 않겠지만 시부야나 오모테산도, 아오야마 등이 가까운 만큼 여행 경로에 넣기도 어렵지 않다. 도쿄에 N회차 방문이라면 인근의 도쿄 미드 타운으로 이동해 21-21 디자인사이트까지 연계해도 좋고, '핫한' 아자부다이 힐즈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조금은 '옛날 전망대'일 수 있겠지만, 옛날에 자리잡은 그 위치만큼은 다른 곳이 넘보기 어렵다는 걸 알려주는 사례가 아닐까. 옛날 전망대여서 좋은 점도 있다. 요새 핫한 시부야 스카이만큼 입장이 빡세지 않다는 점이다. 핫한 시간대(일몰)에는 매진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외는 쉬운 편이고, 평일 낮이라면 바로 줄을 설 필요도 없이 구매하고 여유롭게 관람도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롯폰기 힐즈-롯폰기는 그 자체로도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평가(3점 만점)


도시 조망 ★★★

경험성 ★★

접근성과 위치 ★★


2. 시부야 스카이


롯폰기 힐즈가 보다 '전통적인 전망대' 역할이라면, 시부야 스카이는 '경험'에 더 초점을 둔 전망대라고 생각한다. '전망대가 뭐 전망대지'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조금 바꿀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힙한 전망대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방문할 가치가 있다. 쇼츠와 릴스에서 시부야 스카이는 '너무나 유명'했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단층'에서 밖을 바라본다는 개념을 비틀어서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시내를 조망한다는 건 '이런 전망대도 있구나'라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근에 지은 만큼 포토제닉한 공간도 많고, 내부에는 바도 있다. 그 바가 도쿄타워 쪽 뷰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조금 아쉬울 수 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시부야 스카이는 방문하고 나서 한 바퀴 둘러보면 '이제 그만 갈까?' 싶은 전망대 경험과 달리 조금 더 많이 시간을 머물게 된다.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면, 혹은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고층 옥상 야외 잔디밭에 눕는 경험이 좋았다면, 몇 시간이고 머무를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압도적인 개방감을 빼놓을 수 없다. 아래 공식 홍보사진처럼, 모서리에 서서 드넓은 도쿄와 그 인근을 바라볼 수 있다는 건 다른 전망대에서는 불가능한 경험이다. 높은 창에 막혀 있기는 하지만, 루프탑에 있다보면 '야외'라는 느낌만 강할 뿐 막혀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루프탑의 바람도 많이 불고, 어디를 바라보나 탁트인 시야가 있다는 점에서 보통 내부에서 바라보게 되는 것과는 종류가 다른 체험이 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 정도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다. 일단 줄이 엄청 길다.




물론, 시부야스카이의 백미는 에스컬레이터겠다. 에스컬레이터를 오가며 밖을 바라본다는 것, 그 사람들을 다시 바라본다는 것, 에스컬레이터를 바라보다 옆으로 화면을 돌리는 화면 워킹 자체가 가능하다는 것. 그 경험만으로도 시부야스카이는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유명해서'가 아니라, '유명해질만한 이유'가 있다.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장치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장치 하나로 전망대는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되었다.



게다가 시부야스카이는 이름 그대로, '시부야' 한 중간에 있다. 도쿄 여행을 갔다면 시부야를 빼놓기가 어렵고, 시부야를 가지 않더라도 시부야를 지나치거나 인근을 방문할 일은 많다. 하라주쿠, 오모테산도, 나카메구로, 다이칸야마, 에비스 등이 가깝고 시모키타자와도 근방이다. 시부야를 지나 지유가오카를 갈 수도 있다. 가장 힙한 전망대인데 시부야에 있다는 것만으로, 접근성 측면에선 고점을 줄 수밖에 없다.



물론 시부야스카이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일단, 사람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예약이 사실상 필수이고, 모두가 원하는 석양 대의 시간을 예약하려면 생각보다 훨씬 일찍 예약 전쟁을 치러야 한다. 예약을 성공하고 입장하는 과정에서도 '번잡함'을 피할 수 없다. 20분 간격으로 나뉘어진 시간대별로 사람들은 바글거리고, '오랜 시간 있어도 괜찮은 만큼' 사람들은 전망대를 쉽게 떠나지 않아 포토스팟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도심을 제대로 조망하기보다는 '사진 찍는 것'이 메인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야외인 만큼 짐을 카운터에 보관해야 하는데, 그 과정도 조금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빡센 예약을 거쳐서, 인파 속의 하나가 되어서 이동하고, 짐을 넣고 채우고, 다시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 속에서 사진을 건지기 위해 눈치싸움을 하거나 줄을 서고 있어야 한다면 '전망대 하나 보는데' 이렇게 피곤할 일인가 싶을 수 있다.나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서도 줄을 서야 한다면, 사람에 따라서는 이렇게까지 할일인가라고 생각이 불쑥 들 수 있다는 얘기다.


도쿄타워를 바라보는 뷰는 조금 아쉬운게 사실이다


두번째로는, '광활'하지만 '메인 피사체'가 아쉬운 뷰라는 점이다. 시부야스카이에서 보이는 도쿄타워는 조금 멀다. 롯폰기-토라노몬 등 일대의 고층빌딩들과 함께 들어오는 뷰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도쿄타워라는 피사체가 주인공이 아니라 '풍경 중 하나'가 되는 건 밋밋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쪽으로 보더라도, '간토 평야는 정말 넓구나'를 느낄 수는 있지만 '저 모습이 너무 예쁘다'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애초에 뷰가 더 트이는 모서리 쪽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만큼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리고 소소하지만, 야외인 만큼 날씨의 영향을 비교적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실내에 있는 대부분의 전망대는 날씨가 안 좋으면 '멀리 안 보인다' 정도지만, 시부야스카이는 직접 그 날씨를 몸으로 체험해야 한다. 겨울에는 추울 수 있고, 여름엔 더울 수 있다. 물론 그것 때문에 시부야스카이를 빼야겠다 정도는 아니겠지만, 다른 전망대에서는 별로 고민이 필요없는 것에 대해서도 시부야스카이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차이는 있다.



물론 루프탑 외에 실내에서도 전망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긴 하다. 시부야스카이에서 루프탑을 빼면 무슨 의미가 있냐 싶지만, '콘텐츠 측면'에선 한 가지 요소가 더 있다는 점이고 실내 전망대는 비교적 사람이 적어서 여유롭게 관람이 가능하다.



평가(3점 만점)


도시 조망 ★★

경험성 ★★★

접근성과 위치 ★★




물론 전망대가 이 두곳만이 정답은 아니다. 무료라는 압도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는 도쿄도청도 있고, 스카이트리 전망대는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한다(물론 그게 무조건 장점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아자부다이 힐스 전망대는 도쿄타워를 정말 '눈 앞'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아자부다이 힐스의 도쿄타워를 위한 뷰


결국 중요한 건 여행자의 동선과 취향이고, 그에 가장 적합한 전망대를 고르는게 가장 정답에 가깝다. 하지만 보다 전망대를 중점으로 골라보고 싶다면, 그리고 평균 이상의 전망대를 고른다면, 롯폰기 힐즈와 시부야스카이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도쿄타워에서 바라본 뷰. 개인적으로는 기둥이 많아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