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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Nov 15. 2016

교토 1일차 : 전통의 도시

난젠지, ZEN체험, 기온 거리, 마이코, 기요미즈데라, 료칸, 가이세키

아침 일찍 교토로 나섰다. 교토는 전통이 살아있는 도시로 유명하다. 과거 수도 역할을 했던 것에서 기인했다. 일본사람들도 교토 사람들은 조용하고 품위가 있다고 여길 정도라고 한다. 오사카에도 과거 형식의 건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교토는 도시 대부분이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만큼 전통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도 물론이다. 먼저 도착한 곳은 난젠지였다. 난젠지로 가는 길은 '철학의 길'로 불린다고 한다. 그 이름에 고개가 끄덕여질만큼, 자연스레 사색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거리였다.



난젠지 안에는 향초에 불을 붙여 소원을 비는 공간이 있다. 일행 대부분이 소원을 빌었다. 난젠지를 둘러본 다음에는 ZEN 체험을 하기 위해 연수센터로 이동했다. ZEN은 불교식 명상이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에 보면 일본 문화에 심취한 젊은 시절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때 잡스는 아이디어를 얻는 데 참선이 효과적이란 것을 알아냈고 이후 삶에서 매일같이 ZEN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연수센터의 사진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연수센터는 아름답고 고즈넉하게 꾸며진 사찰이었다. 짐과 신발을 벗고 함께 명상체험을 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명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눈을 뜨고 하는 것이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시선을 한 곳에 두고, 오로지 호흡에만 집중하여 숨이 빠져나가고 들어가는 과정에 심취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시선은 쉽게 흔들렸고, 호흡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았다. 잡생각은 밀려들었고 그에 앞서 육체가 느끼는 춥고 배고프고 졸린 상태가 집중을 방해했다. 차라리 눈을 감았다면 더 쉬웠을지 모르겠다. 물론 그랬다면 잠들었을 것이다.


아래는 주변의 풍경. 한적하고, 아름답다.


ZEN체험을 마치고 나서는 기온으로 이동했다. 기온은 교토의 대표적인 번화가다. 다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번화가의 이미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온갖 상점들과 건물들이 전통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온 거리에는 전통의상을 입고 거니는 일본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이 우리나라보다 더 자주 전통의상을 입기도 하지만, 교토와 기온 자체가 워낙 전통이 잘 유지되고 있는 곳이라 전통의상이 더 어울리는 곳이기에 그런 것 같다. 기온에도 새로운 형태의 건축방법이 도입된 건물이나, 해외의 것들을 팔고 있는 건물들도 있었으나 그 모든 것들이 전통을 깨지 않는 정도였다.


기온에 있는 신몬소라는 가게에서 밥을 먹었다. 밥은 쇼카도 도시락. 쇼카도 도시락은 옻칠을 한 도시락 통에 칸막이를 두어 4등분 한 것으로, 교토의 전통음식들을 담아낸다. 제철재료를 기반으로 만들기에 봄과 가을에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도시락 통의 모양, 통을 열었을 때 내부 모양이 수려하고 아름답다. Lenovo 사의 노트북 '싱크패드'는 이 쇼카도 도시락의 모양을 참고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른쪽 상단은 망고로 만든 디저트이다. 아직 밥과 된장국이 세팅되지 않은 상태. 도시락 통 위에는 직접 그린 꽃 그림과 글씨가 있는 종이를 언는다.
계란말이, 새우, 튀김, 연어, 두부, 콩 등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쇼카도 도시락의 맛은 아주 훌륭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요리도 있었으나, 전통음식이 이런 것이다 생각하면 맛을 보는 행위 자체가 신비한 경험이었다. 또한 플레이팅이나, 재료를 구성하는 것이나, 맛 배열 등을 고려하면 식사 자체가 온갖 예술이 접목된 것이었다. 단 맛, 짠 맛, 신 맛, 씁쓸한 맛들이 모두 각각의 재료에 담겨 있고 부드러운 식감과 딱딱한 식감, 바삭한 식감 등이 다채롭게 존재한다.


쇼카도 도시락을 먹은 뒤에는 마이코를 보았다. 마이코는 게이샤라는 정식 기녀가 되기 이전, 보통 20살 미만의 여성을 이른다. 제대로 알기 전에는 일본 기녀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 뿐이었다. 화려한 복식, 기모노, 하얀 얼굴. 허나 설명을 듣고 보니 복식을 통해 나이를 구분하고, 마이코/게이샤를 구분하는 등의 사실 등을 알 수 있었다. 과거에는 게이샤가 많았으나 현재에는 그 수가 줄어 500~1000명 정도라고 한다. 그렇기에 그 길을 택하는 이들이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마이코의 사진을 외부로 유출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단순하게만 여겼지만, 마이코/게이샤의 삶은 철저한 규칙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화장법, 복식, 다도 등. 그 삶을 택하는 것이 어떤 길인지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전통과 유리된 현대 사회에서.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교토는 전통이 남아있는 도시 특성상 게이코(교토의 표현) 전통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이 이해가 된다. 교토에서 게이코가 되는 길은 다른 도시에서 게이샤가 되는 일보다 더 험난하다고 한다.


마이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마이코와의 교류를 마치고 기요미즈데라로 이동했다. 기요미즈데라는 우리나라 말로 청수사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다시 중건한 사찰이다. 절벽에 위치한 사찰이다보니 일본인들이 관용어로 "기요미즈의 절벽에서 뛰어내릴 각오로~"라는 표현을 종종 쓸 정도라고 한다. 기요미즈데라로 가는 길인 기요미즈자카에는 명물들이 가득했다. 관광객을 위한 선물상품들과 일본의 전통음식들, 전통과 현대 식문화의 결합된 것들로 다양하게 거리를 꾸미고 있었다. 그만큼 관광객도 많아서 한 쪽에는 올라가는, 한 쪽에는 내려가는 인파로 가득했다.



기요미즈데라에서 가장 유명한 건 3가지 샘물이다. 기요미즈라는 말 자체가 청수, 맑은 물이다. 기요미즈데라 안에는 세가지 샘물이 떠내려오는 곳이 있는데 각각 지혜와 연애, 건강을 의미한다. 그 물은 2가지까지 마실 수 있으며 세 가지를 모두 마시면 욕심이 과해 오히려 화를 입는다고 전해진다. 둘러보는 길에는 100엔에 행운을 점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통을 흔들어 꺼낸 종이에 자신의 운이 적혀 있는 것. 나는 대길大吉이 나왔다. 보통 吉만 나오거나 불운한 내용도 있다고 하니, 운이 좋은 편이다. 나쁜 내용이 적혀 있을 경우에는 가지지 않고 묶어두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사찰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물을 마셨다. 내가 선택한 것은 건강하게 해준다는 물이었다. 사실 위치상 여러 물을 먹는 것이 쉽지는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물을 마시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물을 마시고 나서는 아래의 거리들을 둘러보고 쇼핑을 했다. 토토로 상점이 있었는데, 토토로 뿐만 아니라 일본 애니매이션들 관련 상품들도 팔고 있었다. 일본 전통 과자도 먹어보았는데 엄청 맛있지는 않았으나 먹을만 했다. 모찌를 파는 곳들도 많았는데, 다양하게 시식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가장 핫한 가게.


빵 속에 슈크림이 들어가 있다. 구매하기 전에 공짜로 주는 과자도 맛있다.


기요미즈데라에서 떠난 뒤에는 료칸으로 이동했다. 료칸은 일본 전통 여관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다다미 방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료칸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는 노천탕이다. 우리가 간 료칸 역시 노천탕이 준비되어 있었다. 물은 뜨겁지 않고 따뜻한 정도였고, 노천에서 탕을 하는 것은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사실 료칸에서 얻은 감동은 세부적인 것이었다. 저녁을 먹고 올라오니 방에는 침구가 깔려 있었고,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오니 그 침구는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상상도 안했던 부분이었는데 그 지점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서비스 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코카콜라. 이렇게 예쁜 3가지 병을 5000원이면 살 수 있다.
각자의 방으로 가는 길이 너무나 아름답다.
방 이름.
방 내부. 인터넷은 없다. 화장실 역시 세면대 따로, 변기 따로 구성되어 있고 보통은 공용 화장실을 사용한다. 불편한 부분이기도 했다.


탕 옆에 구비된 샤워시설.
개인이 누울 수 있는 욕조도 있다.


료칸에는 유카타가 준비되어 있다. 유카타로 옷을 갈아입고 저녁으로 가이세키 요리를 먹었다. 가이세키 요리는 일본 전통 연회 코스 요리를 뜻한다. 굉장히 기대한 순간 중 하나였다. 가이세키 요리야말로 일본 요리의 진수가 담긴 것이었기 때문이다. 음식의 종류, 온도, 식감, 순서, 먹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그릇 세팅과 플레이팅, 다양한 식감과 온도의 요리, 제철 재료를 이용한 요리들. 아쉽게도 카메라가 없어 사진을 다 담지는 못했다. 9가지 정도는 되는 코스요리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재미있는 것은 음식마다 양이 적어 처음에는 이것으로 배가 찰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코스를 마치고 나면 배가 부르다. 그 배가 부른 것은 과해서 기분 나쁠 정도도, 부족한 정도도 아닌 가장 기분 좋은 포만감이다. 그런 것들까지 모두 고려된 요리였다.


한식 세계화를 꿈꾸는 우리나라로서는 분명히 일본의 사례를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행 간 유럽에서 스시는 아주 흔하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이었고, 가이세키 요리를 비롯하여 오늘 먹은 쇼카도 도시락 등은 고급 음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음식을 단순히 먹는 행위로 치환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로 만들어 내고, 먹는 순간 자체를 어떻게 하면 더 좋게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시작했다. 우리 역시 전통적인 음식들을 살려내는 동시에 어떻게 더 다양한 한식을 소개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할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의 입맛에 맞추어 음식을 바꾸어 내는 일이다. 분명히 한식의 매운 맛은 세계화되기 어려운 특징이다. 일본의 음식은 매운 맛 대신 달고 짠맛, 느끼한 맛으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먹은 건 그 정도가 강한 일이 종종 있어 자주 먹을 때 어렵긴 하지만, 그 정도만 조절한다면 세계인들이 받아들이기에 큰 거부감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계화에 성공한 태국 요리 역시 신맛과 톡 쏘는 맛처럼 꺼려질 수 있는 맛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맛을 어떻게 더 알릴 수 있을지 답을 찾기가 더 쉬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외국에서 돌아다니는 '짤' 중에는 전 세계의 음식을 그래프에 위치시킨게 있다. 일본은 굉장히 상위에 위치해 있다. 아래 내용을 당연히 신뢰하지 않지만, 실제 일본 음식에 대한 위상이 전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일본 음식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지점이 많다고 느낀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발굴되지 않은 전통요리문화를 개척해 관광코스로 개발하고, 해외에 진출시키는 한식의 맛을 더 정교하게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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