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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Jan 21. 2019

보성 여행 : 녹차, 그리고 녹차

녹색, 그리고 차의 도시

광주에서 보성으로 이동했다. 2시간~3시간 정도 걸렸던 기억. 광주에서 보성으로 이동할 때 좋은 점이 있다면, 보성녹차밭으로 한 번에 가는 노선이 생겼다는 점이다. 다른 도시에서 오거나 기차에서 온다면 앞에서 다시 녹차밭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고 들었다). 


보성 여행은 사실 보성 녹차밭 여행이라고 해도 정확하다. 녹차밭만을 방문했으니까. 그리고 보성의 관광자원 역시 녹차밭으로 집중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율포해수욕장을 비롯해 여러 방문할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긴하나, 사전계획에선 어째 보성 녹차밭 얘기뿐이었던 기억이. 흔히들 녹차밭이라고 부르는 곳의 정식명칭은 '대한다원'이다. 이 이름을 알아야 헷갈릴 일이 없다. 


겨울은 확실히 녹차밭을 여행하기에 최적의 계절은 아니다. 아무래도 녹차재배가 한창인 때가 더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나마 내가 방문했던 12월은 녹차밭 빛축제를 하는 기간이라 콘텐츠가 조금 더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빛축제를 관람한 것은 아니지만. 빛축제는 특성상 어둠이 찾아와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당일치기를 하는 사람에겐 그 시간까지 보성에 머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보성에서 1박을 한다면 여러 대안들 중에서도 먼저 대한다원 인근의 리조트가 꼽힐 것이다. 숙소 내부 자체가 호텔형이거나 최신형은 아니지만, 녹차밭과 차박물관, 빛축제 등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테니.


버스가 내려주는 곳에서 도보로 5분 정도 이동하면(왠지 이쪽으로 가면 될 것 같은데 싶은 곳으로 가면 맞다) 대한다원의 입구가 나온다. 표를 파는 곳에서 짐을 맡아주니 참고. 찾아봤을 때는 보성터미널이나 역 인근에서 짐을 맡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처럼 바로 대한다원으로 오는 사람은 이곳에서 맡기는 것이 이득이다. 따로 짐 맡기는 곳이라고 적혀 있지는 않지만 혹시 짐을 맡길 수 있는지를 물어보면 바로 맡아준다. 누차 강조하지만 관광지라면 당연히 짐보관 서비스를 갖춰놔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점에서 대한다원은 기본을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도착한 시간은 조금 늦은 시간, 겨울철이라 어느새 해가 조금씩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4시를 조금 넘긴 때였으려나. 기억으로 5시가 넘으면 입장이 되지 않고, 6시 안에는 나와야 했던 것 같은데. 아마 틀리더라도 한 시간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어둑어둑해지고 나면 눈에 뵈는 것도 없다. 입장료는 인당 4,000원. 개인적으로 주요 관광지가 무료면 당연히 좋다고 생각하지만, 무료로 받는다고 관리가 부족하다면 차라리 입장료를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깔끔한 화장실, 정비된 관광지를 위해서 내는 돈이라면 몇 천원 하는 돈은 아깝지 않다. 


대한다원을 보는 데에는 딱히 정해진 바가 없다. 원하는 만큼, 원하는 장소를 둘러보면 된다. 15분 정도면 주요 지점들을 다 제 발로 찍어볼 수 있다(사진을 찍지 않고 꿋꿋이 이동만한다면 말이다!). 다만 율포 해수욕장, 바다가 보이는 지점까지 가려면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더 시간을 들여 걸어가야 한다. 우리는 시간의 제약이 있어 가지 않았으나, 그곳을 방문한 후기들을 살펴본 결과 바다는 시야가 확 트이게 보인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니 이걸 가지고 바다 전망대라고 해? 장난해?'라고 할 정도도 아닌, 어중간한 수준이다. 안개가 끼거나 하는 등 날씨에 따라 바다가 안 보일 수 있다고 하니 주의. 바다전망대 가는 길의 초입까지 올라갔는데, 꽤 높은 산등성이라서 숨이 찰 정도다.


아래 사진들은 조금씩 색 보정을 한 것으로, 겨울철의 대한 다원은 이 색깔이 아니다. 힘을 잃은 녹색에 가깝다. 우리가 떠올리는 강렬한 녹색은 다른 계절에 볼 수 있는 것으로, 그 차이가 꽤 크니(내가 봤던 것과 다른 여행자들이 찍은 사진을 비교하고 나서 알 수 있었다), 이왕이면 여름에 가는 것을 더 추천한다. 


다만 겨울 관광지의 매력이 있다면 아무래도 사람이 별로 없는 한산함이려나. 겨울인데다 조금 늦은 시간, 본격적인 내일로 러시가 시작되기 직전에 방문했던 터라 한산한 편이었다. 대한다원 곳곳에는 드라마 촬영장소를 나타내는 팻말이 있다. 이곳에서 이 드라마를 찍었다는 알림표 하나가 무에 큰 의미가 있냐 싶기도 하지만, 사실 이곳이 가장 아름다운 '사진촬영 SPOT'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가 꽤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 겨울의 색깔. 이곳은 바다전망대로 가는 길로 올라와 찍은 것으로, 고도가 꽤 됨을 알 수 있다.


대한다원 곳곳에는 몇몇의 가게가 있는데, 모두 '녹차 아이스크림'을 판다. 그리고 그 외에 녹차 떡갈비라든가 하는 음식들을 팔고 있다. 기념품이나 녹차, 그 외의 차들을 구매할 수도 있다. 한참 구경을 하고 내려온 뒤로는 녹차 아이스크림 기계를 꺼서 구매할 수 없었고, 간단한 기념품을 구매했다. 바다전망대로 올라가지 않고, 사진을 조금 많이 찍는다면 1시간~1시간 반 정도면 둘러볼 수 있을 것.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은 녹차밭을 나와 버스정류장 쪽으로 향했다. 참고로 내렸던 곳의 반대편 방향에서 버스를 탈 수 있지만, 그곳은 굴다리를 지나야 한다(어디로 가야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느냐고 곳곳에 물었던 우리는 '굴다리를 지나라'는 말에 어리둥절했지만 그 말을 믿고 조금 더 걸어가다보면 어디서 버스를 탈 수 있는지 발견할 수 있다). 가는 길에 열려있는 가게 하나가 아직 녹차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기에 구매했다. 사실 우리 둘다 녹차를 즐기지 않지만(심지어 나는 본래 입도 대지 않는다. 원래 녹차를 마시지 않을 뿐더러, 카페인이 몸에 받지 않기 때문) 그래도 녹차밭이니까!


흔한 관광지 아이스크림치고는 가격대비 제값을 한다는 느낌이 드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최소한 기본 베이스인 우유 아이스크림 자체가 괜찮았기 때문이었는데, 녹차맛은 첫맛이 아니라 뒷맛에 나타나며 그 씁쓸함이 꽤 강렬한 편이다.



대한다원을 나왔을 때는 빛축제가 시작할 즈음이었고, 간단한 먹을거리와 기념품 등을 파는 작은 천막 시장이 열려 나름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다. 

시간이 꽤 됬던지라 소떡소떡을 하나 먹었다. 특출난 맛은 없지만 소떡소떡을 먹을 때 특출난 맛을 기대하진 않으니까 큰 실망도 없다.


시내로 가는 버스는 아마 1시간 간격으로 오는 듯. 미리 시간표를 적당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요금은 1인당 130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 버스터미널까지는 10분 정도면 도착. 직원 하나 없는, 황량하고도 쓸쓸하고 추웠던 버스터미널이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조금 더 버스터미널에 신경을 써준다면 좋았을 듯 하는 바람과 함께, 보성을 떠났다. 순천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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