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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Jan 18. 2019

광주 여행 : 과거와 현재의 도시

송정역시장, 떡갈비, 상추튀김, 518기념관

광주는 첫 방문이다. 연고도 없고, 전라도로 여행을 갈 때도 먼저 떠오르지는 않던 곳. 보통은 전주나 군산을 떠올리기 마련이고, 나 역시 그랬다. 광주는 용산역에서 출발했다. 내린 곳은 광주 송정역. 1913 송정역 시장에 가기 위함이었다. 이곳을 처음 접한 건 <수요미식회>였는데, 양갱집이 소개가 되었다. 현대카드와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곳으로 과거부터 있던 시장에 청년들이 들어오면서 조금 더 현대적으로 발돋움한 곳으로 널리 알려진 곳. 


먼저 점심을 먹으러 갔다. 떡갈비로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아무래도 담양이겠으나, 여행 중에 보면 전라도는 꽤나 곳곳의 도시에서 떡갈비를 만날 수 있었다. 광주송정은 광주식 떡갈비를 파는 곳으로 유명했는데, 그 이름세에 걸맞게 '떡갈비 골목'이 있다. 광주식 떡갈비의 특징은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섞은 것이라고 한다. 보통 인식하는 떡갈비가 소고기로만 만들어져 있는데, 돼지와 소를 섞어서 만들면 아무래도 조금 더 부드러운 맛이 더해질 수밖에 없겠다. 개인적으로는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섞으나 소로만 하나 큰 상관은 없다. 


우리가 찾은 곳은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온 <송정떡갈비>였는데, 이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집인 듯 했다. 한우떡갈비도 메뉴에 있으나, 광주 떡갈비라고 하는 떡갈비를 먹어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일반 떡갈비를 시켰다. 13,000원 가량인 것으로 기억. 사진에서 보이는 차림에 따로 큰 그릇에 등뼈탕을 내준다. 이후 공기밥도 추가로 한 그릇 정도 시켰음. 떡갈비는 사진에 보이는 것이 2인분.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 꽤나 양이 되는 편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따로 내준 큰 등뼈탕은 배가 차서 거의 입도 대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전라도식이라그런지 상차림 가짓수도 많은 편이라고 느꼈다. 맛은 꽤 좋았다. 너무 맛있어서 눈물 흘릴 정도라고 하긴 어렵지만, 10,000원을 조금 넘기는 떡갈비에 그걸 바라는 것도 분수에 맞지 않는 일.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제 값어치를 하고도 남는 집이라고 생각했다. 벽 마다 유명인들의 사인이 가득한데, 널리 알려진 집이 정작 가보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곳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만족스러웠던 곳. 물론 광주에 사는 지인은 '정작 광주사람들은 떡갈비 골목 안 간다'고 전해주었지만, 담양을 가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다른 곳에서 먹는 것보다 더 괜찮게 먹었다고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이곳이 좋게 느껴졌던 이유 중 하나는, 식사를 마치고 나서 계산대에서 요구르트를 내주었기 때문이란 점도 부정할 수 없겠다.


떡갈비 골목은 송정역 시장과 도보 5분 거리에 있다. 평일 낮이라 문을 열지 않은 가게도 많았고,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었다. 특히 야시장이 발달해 보이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조금 이른 시간에 왔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래도 꽤 만족스럽게 시장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입구에 있는 빵집과 악세사리를 판매하는 집을 많이 구경했다. 개중에는 구매를 하기도 했다. 


과거의 모습이 남아있는 집과 그렇지 않은 곳이 공존하는 곳.


송정역 시장을 알게 된 계기였던 <갱소년>에선 선물용 양갱 세트를 샀다. 흔히 접하는 양갱을 생각하면 양 대비 가격이 저렴하진 않으나, 선물용이라고 감안하면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정도.

어느 가게에서 기르는 것처럼 보이던 고양이. 막 친근하게 굴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람을 멀리하지도 않는 '중도'를 지키는 고양이였다.


시장 중간에 위치한 이곳은 짐을 맡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주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런 곳이 있는지 모르고 광주송정역에 짐을 맡겼었는데, 관광지라면 무릇 짐 맡기는 공간이 있는 것이 좋다.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지만,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곳들이 꽤 있었다. 다만 시장 규모 자체가 큰 편은 아니고, 직선으로 걸으면 3분이면 끝날 거리에 가게들이 모여 있다. 가게 중에 맘에 드는 게 없다면 '별로 볼 건 없다'고 느낄만 한 듯.


이후엔 숙소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고, 간단하게 거리를 둘러보며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에는 518 기념관으로 이동했다.


숙소 인근에 상추튀김을 파는 집이 있었다. 현완단겸상추튀김. 떡볶이와 라면, 상추튀김을 시켰다. 상추튀김은 소자를 시켰는데, 5000원이었다. 상추튀김은 튀김을 상추에 싸먹는 음식으로, 다양한 튀김이 가능하지만 오리지날은 오징어튀김이라고. 저 튀김 역시 오징어튀김이었다. 다만 튀김이 나오기까진 꽤 시간이 걸렸는데, 주문을 받고 나서부터 튀기기 때문이라고. 라면과 떡볶이는 모두 준수한 맛이었다. 그리고 상추를 마음대로 가져가는 시스템인데, 꽤나 후한 인심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상추튀김의 완성인 '양념장'도 종지라고 하기엔 훨씬 큰 그릇에 담아서 준다는 점도 나에겐 꽤 놀라운 점이었다.


상추튀김의 맛은... 꽤나 괜찮았다. 튀김과 상추의 조합이라는 것이 꽤 어울렸다. 물론 이 모든 건 밸런스를 잡아주는 간장 베이스의 양념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광주 사람들이 잘 안먹는 음식 중 하나가 상추튀김이라지만, 이정도면 꽤 괜찮은 음식이 아닌가...하는 생각. 


상추튀김집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엔 김대중컨벤션센터와 518기념관이 있었다. 518기념 공원이 곳곳에 있어서 좀 헷갈렸는데, 한 곳에만 몰려 있는 게 아니라 각자 어느정도의 지분이 있는 듯.



다만 볼 만한 곳은 자유관밖에 없었다. 다른 공원에 있는 곳들도 가보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 관계로 가진 못했다. 이곳은 당시 상황에 대한 다양한 기록이 있는게 특징. 방문했을 때는 공사중이어서 조금 번잡했지만 방해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여길 다녀오니 전두환 씨의 인터뷰가 생각났다. 518 당시 북한군이 있었다는 지만원씨의 주장에 대해 물어보자 "그래? 난 처음 듣는데?"라고 했던 반응이었다.


http://shindonga.donga.com/3/all/13/534272/3


이에 대해서는 뭐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으나, 여행기록을 담는 곳이기에 이 정도로 갈무리하고. 이곳을 둘러본 뒤는 광주 유스퀘어로 이동해서 간단히 쇼핑을 한 뒤 다음 목적지인 보성으로 떠났다. 1박 2일간 방문한 광주는 과거와 현재의 도시였다. 과거의 기록과 흔적이 남겨져 있고, 현재의 모습들이 적절히 뒤섞인 곳. 아무래도 광주 송정역 시장이 그 대표적인 이미지를 설명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한 프로젝트를 두고 '실효성'을 비롯해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나 역시 그러한 지점이 있으나, 그럼에도 꽤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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