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에어로케이의 '시티 에디터 도쿄'에 선정되어 본 콘텐츠를 작성하였습니다.
INTRO
디지털 마케팅일을 하고 있다. 남들이 관심 두지 않는 것들을 파고들거나 새로운 일을 벌이는 걸 좋아한다. 시간이 나면 따릉이를 타고 글을 쓴다. 복합적이고, 관찰하기 좋은 도시라는 점에서 도쿄를 좋아하게 됐다. 도쿄를 다니며 구경하고, 생각하고, 여유를 즐기고, 도쿄를 느끼기 좋은 지역 그리고 스팟들을 소개한다.
0. 디테일이 다른 항공사, 에어로케이
에어로케이 비행기에 타고 나서 마주하는 첫 번째 감각은 ‘신선함’이다. 파란색과 노란색의 깔끔한 조화가 주는 여객기 내-외부 디자인도 신선하지만, 자리에 앉고 나면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보통은 무엇이 있는지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는 앞 수납공간엔 ‘콜라인 줄 알았지? 사실은 술이야!’라는 유머러스한 하이볼 홍보 문구가 시선을 잡아끈다. 함께 있는 ‘Aero K Meets Tokyo’ 잡지는 도쿄의 다양한 아티스트를 다루고 있어 여행의 기대를 높인다.
이미 많이 알려지기도 한, 승무원들의 복장도 눈에 띈다. 젠더리스하고, 안전과 실용성을 강조한 유니폼과 스니커즈 근무화는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인다.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이 아니라,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가의 느낌이 강하다. 이륙하고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쯤, 커피를 주문했다. 에어로케이는 스페셜티 커피로 유명한 브랜드 보난자 커피와 협업한 커피를 제공한다. 기압 차이로 맛과 향을 덜 느끼게 되는 기내 환경에 맞춘 커피다. 그동안 비행기에서 제대로 맡기 어려웠던 커피 향을 맡고 있으면, 여행에 대한 설렘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보통 커피 향이 기내를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운데, 에어로케이의 커피 향은 자리를 넘나드는 것만 같다.
항공사를 평가하거나 기억하는 기준은 많다. 보편적인 기준도 있고, 개인마다 중점으로 두는 부분도 다르고, 매번의 비행 경험이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에어로케이는 ‘디테일’이 엿보이는 항공사다. 수많은 항공사 중에서도 명확하게 이미지를 남기는 건, 그 디테일의 기억이다. 에어로케이의 디테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착륙의 순간이다. 선우정아나 검정치마 등과 협업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번 도쿄행 비행기에도 검정치마의 ‘Love Shine’이 기내를 채웠다.
노래는 특정 순간과, 기억과 엮인다. 지금도 그 노래를 들으면, 도쿄에 착륙하던 그 순간의 풍경이 그려진다. 비행기가 착륙을 앞두고 있다는 방송, 점점 육지와 가까워지는 창밖의 모습, 착륙의 떨림, 활주로를 달려가는 엔진음,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 뻔한 그 이착륙의 순간을 노래와 엮어내니, 평소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그때가 묘하게도 편안했다. 비행기에 내려 입국 심사를 하러 가는 길, 타고 온 에어로케이 비행기를 한 번 바라본다. 귓속에는 검정치마의 목소리가 아직도 아른거리는 것만 같다.
긴자-도쿄역
긴자-도쿄역은 뻔한 지역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명동에 들르는 걸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일본에 간 우리도 긴자에 가고, 도쿄역을 들른다. 다만 그럴만한 이유도 있다. 관광객만 가득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일본을 느낄 수 있는 스팟들도 자리를 채우고 있다. 긴자와 도쿄역, 도쿄의 중심을 조금 더 뻔하지 않게 즐겨보자.
1) 카페 드 람브르
일본을 여행하며 즐길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는 흔히 말하는 ‘킷사텐’ 방문이다. 킷사텐마다 특성이 너무 다르므로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특징은 ‘핸드드립 커피와 간단한 식사 거리를 팔고 있는 오래된 카페’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카페 씬이 최근 놀랍도록 발전했기에 오히려 역사를 품고 있는 킷사텐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도쿄의 킷사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빠질 수 없는 곳이라 흔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긴자의 드람브르 만큼은 그 이름값을 한다. 3대에 걸쳐 커피를 내리고 있는 장인의 흔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다른 킷사텐이 각자의 특색을 장점으로 내걸고 있다면, 드람브르는 정석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
오로지 커피만 판매하는 이곳에선 어떤 메뉴를 시켜도 내 눈앞에서 커피 장인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는 하나의 ‘체험’을 할 수 있다. 오래 숙성한 에이징 커피도 좋지만, 대표 메뉴인 ‘호박의 여왕’을 추천한다. 라떼에 익숙한 사람은 카페오레도 좋다. 커피와 우유의 조합이라는 점에선 라떼와 같지만, 에스프레소 기반이 아닌 옛날 방식대로인지라 우리나라에선 찾기 어려운 메뉴다.
주소 : 8 Chome-10-15 Ginza, Chuo City, Tokyo 104-0061
영업시간 : 월요일 휴무, 12:00~20:30(일요일은 18:30까지)
2) 토리코로루
앞서 소개한 ‘드 람브르’가 커피에만 집중한 곳이라면, 토리코로루는 조금 더 화려한 느낌의 킷사텐이다. 1980~1990년 정도로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고풍스럽고 클래식한 느낌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현대적으로 화려한 긴자의 메인 거리와 조금은 다른 느낌의 화려함인데, 나무 색깔과 초록의 식물로 장식된 외관부터 무거운 회전문 입구를 지나는 체험으로 완성된다.
커피 메뉴부터 케이크나 애플 파이 같은 베이커리, 샌드위치도 갖추고 있다. 아침에만 먹을 수 있는 모닝 세트도 인기다. 다만 특유의 앤티크한 분위기와 고급스러움을 즐기려는 현지인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만큼 어느 시간대에 가나 웨이팅은 있을 수 있다. 2층을 올라가는 좁은 계단에 웨이팅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기다림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손님이 나갈 때 직접 회전문을 움직이고 손님이 나간 뒤에도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특유의 접객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기도 하다.
눈앞에서 커피와 우유를 함께 섞어주는 카페오레와 애플파이가 유명하지만, 에끌레어나 다른 케이크 등도 얼마든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다. 접객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라서 답답할 수 있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긴자에서 혼자 시간이 느리게 흐리는 것만 같은 공간에서 여유로움을 즐기기엔 제격이다.
주소 : 5 Chome-9-17 Ginza, Chuo City, Tokyo 104-0061
영업시간 : 화요일 휴무, 08:00~19:00
3)긴자 기무라야
도쿄에는 수많은 빵집이 있다. 각자의 특색도 다양하고, 어딜 가나 맛이 준수한 편이지만 그중에서도 ‘역사’를 품은 가게는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긴자 기무라야가 그렇다. 이곳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단팥빵’의 원조다. 150년 역사를 가진 이곳은, 서양에서 들어온 빵을 당시 일본인의 입맛에 맞춰 변형시킨 단팥빵을 처음 만들었다.
매장에 들어가면 다양한 종류의 단팥빵을 팔고 있는데, 무엇을 골라도 꽤 괜찮은 빵 맛을 볼 수 있다. 단팥빵이라는 음식 특성상 엄청나게 다른 맛을 보이는 건 아니지만, 원조의 맛이 이런 것이었으려나- 생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팥빵 말고 다른 빵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데, 그 빵들도 나쁘지 않다.
주소 : 4 Chome-5-7 Ginza, Chuo City, Tokyo 104-0061
영업시간 : 매일, 10:00~20:00
4) 쿠야
모나카는 한국에도 어느 정도 익숙한 음식이다. 쿠야는 13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모나카 가게다. 내용물은 단순하다. 팥앙금과 팥앙금을 둘러싼 파삭한 껍질이 전부다. 단순한 맛이지만, 이것이 모나카의 정수인가 싶다. 가격은 1박스에 1천엔인데, 10개가 들었으니 하나에 100엔인 셈이다. 손님 두 팀이 들어가면 꽉 차는 작은 가게엔 모나카 박스가 쌓여 있다.
단점이 있다면 구매가 쉽지 않다는 것. 현장 구매도 가능하지만, 이른 아침에 오픈런을 해야 하고 살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좋은 방법은 예약하는 것인데 전화 예약만 가능하다. 영어 가능한 직원이 있으니 바꿔 달라고 해도 되고, 머무는 호텔 프론트 데스크에 부탁해도 좋다.
주소 : 6 Chome-7-19 Ginza, Chuo City, Tokyo 104-0061
영업시간 : 일요일 휴무, 10:00~17:00(토요일 16:00까지)
5) 킷테 마루노우치
도쿄엔 많은 쇼핑몰이 있지만, 킷테 마루노우치를 좋아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킷테가 가진 스토리다. 킷테의 자리는 원래 중앙우체국이었다. 우편의 니즈가 줄어들면서 그 공간을 쇼핑몰로 재건축했다. KITTE는 우표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오세요’가 되기도 한다. 원래의 브랜드를 간직하면서 변화는 살린 재미있는 작명이다.
두 번째는 입점한 숍들의 매력이다. 일본 지역과 장인들의 특색이 살아있는 매장도 있고, MUJI TO GO와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도 있다. 디자인상을 받은 제품들이 모여 있는 굿 디자인 스토어나 우리에게도 유명한 캠핑 브랜드인 스노우피크의 매장과 카페도 발견할 수 있다. 음식점도 다양해서 회전 초밥집으로 잘 알려진 네무로 하나무로도 인기다. 전반적으로 전통과 새로움이 합쳐진 매장 구성들이다.
하지만 킷테가 가진 최고 장점은 6층에 위치한 정원이다. 이곳은 도쿄역뿐만 아니라 마루노우치 일대를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마루노우치의 다양한 고층빌딩 스카이라인과 함께 옛 도쿄 역의 모습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수많은 기차가 오가는 풍경과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람은 덤이다. 바쁘고 정신없는 도쿄역-긴자에서 여유를 부리면서 시원한 전망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킷테만이 가진 매력이다.
주소 : 2 Chome-7-2 Marunouchi, Chiyoda City, Tokyo 100-0005
영업시간 : 매일, 11:00~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