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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Aug 17. 2024

도쿄를 바꾸는 빌딩, '힐즈' 시리즈

아크 힐즈에서 아자부다이 힐즈까지 

*항공사 에어로케이의 '시티 에디터 도쿄'에 선정되어 본 콘텐츠를 작성하였습니다.


INTRO

디지털 마케팅일을 하고 있다. 남들이 관심 두지 않는 것들을 파고들거나 새로운 일을 벌이는 걸 좋아한다. 시간이 나면 따릉이를 타고 글을 쓴다. 복합적이고, 관찰하기 좋은 도시라는 점에서 도쿄를 좋아하게 됐다. 도쿄를 다니며 구경하고, 생각하고, 여유를 즐기고, 도쿄를 느끼기 좋은 지역 그리고 스팟들을 소개한다. 


도쿄의 빌딩들을 보고 있자면 비슷한 모양의 로고가 있다. 두꺼운 M자의 이미지는 모리 빌딩을 상징한다. 모리 빌딩은 미나토구 일대에 ‘힐즈’ 시리즈를 지으며 도쿄라는 도시를 바꿔놓고 있는 주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긴자의 쇼핑몰 긴자 식스도 모리 빌딩의 작품이다. 모리빌딩은 ‘수직 도시’라는 개념을 도쿄에 도입하고 있다. 



도쿄에 사람이 몰리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이에 따라 집과 업무 공간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도심에는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녹지가 부족해지는 일이 이어졌다. 개개인 삶의 질 저하와 도시가 불완전해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모리빌딩이 제시하는 개념이 ‘수직 도시’다. 수직으로 높은 빌딩 건축을 통해 오피스와 주거를 동시에 해결해 직주근접 환경을 만들고, 그렇게 확보한 공간을 녹지 공간으로 활용하며 도시의 삶을 개선한다는 개념이다. 



‘힐즈’ 시리즈는 그 목표가 현실화된 공간인데, 주거/업무/교육/의료/상업 등을 모두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해당 공간을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10년 이상의 시간을 투여하면서 기존 거주민들 하나하나와 설득 과정을 거치며 합의를 이끌어 내왔던 만큼 좋은 화합 사례로도 알려져 있다.



1986년 아크힐즈를 시작으로 2003년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롯폰기 힐즈, 이후 오모테산도 힐즈나 도라노몬 힐즈에 이어 최근엔 아자부다이 힐즈까지 오픈된 상태다. 하나하나가 재미있는 요소를 담고 있지만, 가장 오래된 아크힐즈와 가장 최근의 아자부다이 힐즈를 중점으로 ‘힐즈 시리즈’ 산책을 해보자.


1)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법, 아크힐즈 


아크힐즈는 아카사카 지역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선 지금 다른 힐즈 시리즈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 특징을 여실히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특급호텔과 문화시설이 함께 있다는 점이다. 아크 힐즈는 인터컨티넨탈 도쿄를 끼고 있고, 산토리 홀이라는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공연장을 두고 있다. 녹지는 산토리 홀 위쪽의 정원을 통해 풀고 있는데, 다양한 식물들을 가꾸어 놓았을 뿐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정원 관리에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 외에도 아크힐즈는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리의 시선에서 아크 힐즈가 매력적인 이유 중 가장 와닿는 건 토요일에 열리는 마르쉐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마르쉐는 제철 식재료와 가공품을 만드는 판매자들과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장터로 과일부터 꿀, 베이커리나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가공품을 만날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 일요일엔 같은 광장에서 수공예품 시장도 열린다. 수공예품, 잡화, 그릇과 컵, 팔찌를 비롯한 장신구, 중고 의류 등이 잔뜩 늘어선 수공예품 시장도 일정이 맞는다면 방문해 볼 만하다. 지역주민들과 도쿄 시민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구하기 힘든 나만의 아이템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아크힐즈에서 열리는 마르쉐와 장터는 40년이나 지난, 1980년대에 지어진 고층 빌딩이 차갑고 낡은 이미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활기찬 느낌을 선사한다. 



주소 : 1 Chome-12-32 Akasaka, Minato City, Tokyo 107-6090
영업시간 : (마르쉐) 매주 토요일, 10:00~14:00
(앤티크 마켓) 네번째 주 일요일, 11:00~17:00




2) 도쿄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곳, 아자부다이 힐즈



아자부다이 힐즈는 23년 11월에 오픈한, 도쿄 내에서도 가장 따끈따끈한 최신의 공간이다. 이곳은 국내에도 많이 소개되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아크 힐즈에서 도보로 넉넉히 15분 정도면 걸어올 수 있는 거리로, 아크 힐즈를 방문한 뒤 걸어와도 좋다. 1980년 대의 아크 힐즈, 2020년대의 아자부다이 힐즈를 연결하면 모리 빌딩의 과거와 현재를 탐구하는 코스가 된다.



아자부다이 힐즈는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메인 정원을 앞에 두고 세워진 모리 JP타워가 중심이지만, 그 주변을 ‘가든 플라자’가 메우고 있다. 가든 플라자는 A동부터 D동까지 나뉘어 있는데, 도심에서 보기 어려운 과감한 곡선의 모양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에르메스나 샤넬과 같은 명품 브랜드 역시 내부 공간에 위치하지 않고 별도 공간에 자신만의 건물로 세워져 있는데, 그 건축의 특징을 비교하는 것도 묘미다. 



아자부다이 힐즈는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마을’ 혹은 ‘동네’에 가까운 형태인데, 실제로 지역주민 설득 과정 등을 거치며 기획부터 실제 완공까지 34년이 걸렸다. 앞서 소개한 모리타워의 가치들 역시 품고 있는데, 병원이나 국제학교를 비롯해 고급 레지던스 아만과 같은 시설 뿐 아니라 전체 부지의 30%에 달하는 녹지까지 갖추고 있다. 모리 빌딩이 추구하는 수직 정원 도시라는 단어와 그 가치를 경험하기 가장 좋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자부다이 힐즈는 전망대도 갖추고 있다. 다만 롯폰기 힐즈나 시부야 스카이 같은 전망대들과 다른 점이 있는데, 도쿄 시내 전부를 시원하게 내려다보는 느낌이라기보다는, 가까운 곳에 있는 도쿄타워가 잘 보이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33층에 있는 만큼 시내 전체 조망은 아쉬움이 있지만, 도쿄타워를 비슷한 눈높이로 바라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개장 후 한동안은 무료였지만, 현재는 34층 카페를 이용해야만 한다.



물론 아자부다이 힐즈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입점한 가게들이다. 모두가 각자 매력과 스토리를 갖춘 곳이지만, 몇 군데만 꼽아 소개한다.


1) 센비키야 : 고급 과일로 손꼽히는 브랜드. 1834년 창업해 니혼바시에서 과일 납품으로 명성을 쌓았다. 크림과 과일의 조합이 완벽한 후르츠 산도나 파르페를 추천. 일반적인 가격보다는 비싸지만,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호화스러운 맛이다. 



위치 : 아자부다이 힐스 가든플라자 B B1 / 영업시간 : 11:00~20:00


2) 오가와 커피 : 교토에 본점이 있는 카페. 작은 공간이라 지나치기 쉽다. 원두별로 향을 맡아보고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구매할 수 있고, 가볍게 한 잔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원두에 관심이 있다면 재밌는 경험이 될 것.



위치 : 아자부다이 힐스 가든플라자 C B1 / 영업시간 : 08:00~20:00


3) %ARABICA : 전 세계에 지점을 내고 있는 교토 기반 카페. 국내에서도 최근 2호점을 냈지만, 도쿄는 아자부다이 힐즈가 첫 매장이다. 대표 메뉴 격인 라떼도 맛있지만 전 세계 각지의 원두를 갖추고 있는 컬렉션도 좋다.  


위치 : 아자부다이 힐스 가든플라자 B B1 / 영업시간 : 08:00~20:00 


4) 스즈카케 : 후쿠오카에서 출발한 화과자 브랜드. 도라에몽이 좋아하는 과자인 ‘도라야끼’부터 시작해서 떡 종류까지, 일본 전통 화과자들이 보기 좋게 늘어서 있다. 작고 귀여운  종 모양의 과자가 대표 상품이다.



위치 : 아자부다이 힐스 가든플라자 C B1 / 영업시간 : 11:00~20:00


5) HARBS : 케이크가 유명한 카페. 크레이프 케이크부터 익숙한 기본 케이크나 파이류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뉴욕에도 지점을 낼 만큼 인기 있는 가게로, 케이크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추천.



위치 : 아자부다이 힐스 가든플라자 C B1 / 영업시간 : 11:00~20:00 


6) 아자부다이 힐즈 마켓 : 도쿄에는 다양한 식품 마켓이 있지만, 아자부다이 힐즈는 그중에서도 꼽을만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일본의 깊고 다양한 식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 처음 보는 물건이라도 직접 구매 해 본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위치 : 아자부다이 힐스 가든플라자 C B1 / 영업시간 : 10: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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