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숨은 도쿄의 또 다른 풍경
*항공사 에어로케이의 '시티 에디터 도쿄'에 선정되어 본 콘텐츠를 작성하였습니다.
INTRO
디지털 마케팅일을 하고 있다. 남들이 관심 두지 않는 것들을 파고들거나 새로운 일을 벌이는 걸 좋아한다. 시간이 나면 따릉이를 타고 글을 쓴다. 복합적이고, 관찰하기 좋은 도시라는 점에서 도쿄를 좋아하게 됐다. 도쿄를 다니며 구경하고, 생각하고, 여유를 즐기고, 도쿄를 느끼기 좋은 지역 그리고 스팟들을 소개한다.
카구라자카는 ‘도쿄의 파리’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물론 ‘파리의 이미지’랄게 모호한 만큼, 실제로 방문했을 때는 파리의 감성을 느낄 포인트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구라자카를 관통하는 메인 언덕길과 그 양옆으로 펼쳐지는 작은 골목골목들을 둘러보다 보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파는 가게들과, 일본스럽다고 느껴지는 골목은 전통과 세련됨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자세히 보다 보면, 유독 빵집과 프랑스를 비롯한 양식 느낌의 가게가 더 눈에 띈다는 점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프랑스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 서울의 ‘서래마을’과 비슷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카구라자카를 여행하는 법은 간단하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대로와 골목을 탐방하면 된다. 나만의 공간을 마주하는 가장 쉬운 선택이 될 것이다.
1) Institut francais du Japon-Tokyo
카구라자카가 ‘도쿄의 파리’라고 불리게 된 출발점이다. 1952년에 만들어진 공간으로, 프랑스 연구소 겸 문화 공간, 어학원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이 생기면서 프랑스인들이 카구라자카로 이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현재의 카구라자카가 만들어진 셈이다.
물론 여행객 입장에선 그 정수를 느낄 요소가 많지는 않지만, 한 가지 주요한 포인트가 있다. 구관 건물 외벽에 한자로 적힌 ‘동경일불학원’이다. 옛날에 지어진 하얀 외벽의 구관과 파란 글자가 대비를 이루며, 도쿄 여행을 기념하는 포토존이 된다.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인 준조 사카쿠라가 구관을, 소우 후지모토가 신관을 맡아 건축했는데 건축계에서 유명한 거장들인 만큼 건축물 내/외부를 둘러보는 것도 재미가 될 것이다.
주소 : 15 Ichigayafunagawaramachi, Shinjuku City, Tokyo 162-0826
2) kagurazaka saryo
‘숨바꼭질 골목’으로 불리는 카쿠렌보 요코초에 위치한, 일본 각지의 차를 마실 수 있는 찻집. 다양한 티 컬렉션 중에서 원하는 차를 고르고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마셔보자. 카구라자카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완성되는 느낌이다. 다만 이곳의 킥은 파르페다. 녹차를 주로 만든 시그니처 파르페나 초코의 비중을 높인 파르페를 시켜보자. 아이스크림부터 과자, 그 어느 것 하나 대충 만든 것이 없는 완성도 높은 파르페를 만날 수 있다. 바 테이블에 앉아 차를 내리거나 파르페를 만드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주소 : 162-0825 Tokyo, Shinjuku City, Kagurazaka, 3 Chome−1
영업시간 : 매일, 11:30~21:00
3) Makanai
마찬가지로 카쿠렌보 요코초에 있는 화장품 가게. ‘일본 천연 재료를 기반으로 한 화장품’을 만들고 있는데, 과거 금박 점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직접 쓰려고 만든 화장품에서 그 유래가 출발했다. 대표 상품 역시 금박이 실제로 들어간 스킨케어 제품이다. 로고는 절구를 찧는 토끼 모양인데, 매장과 제품 곳곳에 토끼 문양이 눈에 띈다. 도쿄 곳곳의 뷰티 스토어에서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 유서 깊은 화장품을 체험해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주소 : 162-0825 Tokyo, Shinjuku City, Kagurazaka, 3 Chome−1
영업시간 : 매일, 10:30~20:00
4) Kagurazaka Gojuban
일본 드라마 <키치죠지만이 살고 싶은 거리입니까> ‘카구라자카’ 편에 등장한 중식 만두 전문점. 포장을 위해 준비된 냉장 제품도 있고, 바로 먹을 수 있게 온장고에 보관된 만두도 있다. 이곳의 만두는 한국에서 먹는 형태와는 약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만두피가 좀 더 찐빵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상의 범주를 아예 벗어나는 맛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맛볼 수 있는 만두의 유형이라고 생각하면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다.
주소 : 162-0825 Tokyo, Shinjuku City, Kagurazaka, 4 Chome−3 近江屋ビル 1F
영업시간 : 매일, 10:00~21:00
5) Kamome books
분위기가 남다른 동네 서점. 카구라자카 역 앞에 내리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첫 입구는 교토의 유명 카페인 ‘Weekenders Coffee’가 맞이한다. 내부에는 다양하게 큐레이션 된 책들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자체적으로 전시를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내부 끝에는 지속적으로 바뀌는 주제로 작게 전시를 하고 있다.
그 안 쪽에는 작가들의 그림 서명이 벽을 채우고 있는, 만화 전용 공간도 갖추고 있다. 크지 않은 곳이지만, 옹기종기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져 있는 서점이다. 교열을 전문으로 하던 회사에서 ‘점점 사라지는 동네 서점’에 위기를 느껴서 시작된 곳인 만큼, 동네 서점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카구라자카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 중 하나.
주소 : 162-0805 Tokyo, Shinjuku City, Yaraicho, 123 第一矢来ビル 1階
영업시간 : 수요일 휴무, 11:00~20:00
6) Point et ligne
대로변에 위치한 빵집. 주로 도쿄역 인근에 매장이 있는데, 카구라자카에도 매장을 냈다. 매장이라고 하기엔 작은 크기로 길게 진열된 빵과 직원 공간이 전부다. 그만큼 테이크아웃만이 가능한 곳인데, 이곳의 매력은 맛도 맛이지만 접객에 있다. 빵을 구경하며 기웃거리고 있노라면 점원이 나타나 호지차를 권한다.
그냥 내주는 호지차라고 무시하기엔 맛있는 차로, 홀짝거리며 빵을 구경하고 있자면 어느새 몇 가지 빵을 집어 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물어볼 수도 있어 빵을 사는 행위가 기분 좋아지게 하는 빵집.
주소 : 6 Chome-45-2 Kagurazaka, Shinjuku City, Tokyo 162-0825
영업시간 : 매일, 11:00~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