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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훈 Jun 13. 2024

나들이에 어울리는 동네,
도쿄 나카메구로

세키야 스파게티, 트래블러스 팩토리, 오니버스 커피

*24년 5월 기준입니다.



나카메구로는 '벚꽃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메구로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는데, 그 강에 따라 핀 벚꽃길이 유명해서다. 벚꽃 시즌에 방문한 바가 없어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일본 공식 관광국에서 올린 아래 사진을 보면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방문했을 땐 4월 말-5월 초였기 때문에 벚꽃은 없었다. 



다만 벚꽃이 없더라도,  나카메구로를 방문하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이다. 개인적으로 '나들이'하는 기분을 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이 드는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나카메구로를 관통하는 전철이 첫번째 이유라고 생각한다. 도시 위쪽을 흐르는 전철은 거주민들에게는 여러모로 불편의 요소가 되겠지만, 놀러온 사람에게는 그 풍광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두 번째는 여러 가게들이다. 카페, 상점, 음식점들이 메구로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고 시선을 조용히 잡아끄는 곳들도 많다. 그 중 나름 잘 알려진 몇 군데를 소개해본다(아이러니하게도 강변에 있는 곳들은 아니다)


1. 세키야 스파게티


나카메구로에서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Sekiya' 스파게티다. 이곳은 작년 7월에 왔을 때도 방문했던 곳인데, 그 기억이 좋아서 다시 왔다. 여러 종류의 스파게티를 파는데, 나는 작년에도, 이번에도 '나폴리탄'을 먹으러 이곳에 왔다. 뻔한 맛이긴 하지만, 그 맛을 찾고 싶을 때가 있고, 그 뻔한 맛도 잘하는 집이 있으니까. 외관 사진은 작년에 찍은 저녁 사진 뿐이라 그걸로 대체.



갈 때마다 한국인은 없었는데, 동네에 있는 사람들이 주로 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가게가 작은 지라 단지 겹치지 않았을 뿐일 수도 있다. 재밌는 건 안 쪽에 2인-4인 테이블이 4-5개 정도 있고 메인 홀에 단체석이 있는데 마치 스타벅스의 메인 탁자와 같은 게 놓여져 있다. 여기엔 한 명씩 8명까지 앉는 구조다. 이곳에선 혼자 온 많은 사람들이 조용히 스파게티를 먹고 나간다. 작년 퇴근 시간에 방문했을 땐 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조용히 한 끼를 해결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스파게티 집 치고' 남자 손님이 많은 편이다. 물론 포지셔닝이 달라서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스파게티는 남자가 혼밥하러 오는 분위기는 아니란 걸 생각하면 재미있는 포인트다. 다만 가격이 저렴하고, 양이 많으니 충분히 한 끼를 해결하러 오는 느낌이 만들어진다. 세키야의 스파게티 하나에 700~800엔 정도다. 물론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기 떄문에 더 원하면 더 지불하고 더 많은 양을 받아도 좋다. 하지만 나는 늘 가장 기본 사이즈를 먹었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함은 없었다. 



이번에는 세트 메뉴를 시켰는데, 수프와 샐러드를 추가하는 식이다. 양파 수프와 샐러드 하나를 골랐다. 기억으로는 300엔 정도에 세트로 바꿀 수 있는 거였는데, 가격 대비 질이나 양이 뛰어나다고 느꼈다. 양파 수프도 맛이 꽤 괜찮았고, 양도 무척 많았다. 샐러드 역시 '부가적인 세트 메뉴'로 나오는 것 치곤 한 접시를 가득 채울 만큼 나와서, 수프와 샐러드만 먹는 데도 시간이 꽤 소요될 정도였다. 특히 일본에서 식사를 할 때 은근히 채소 먹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이런 샐러드는 감사할 따름이다.



메인인 나폴리탄은 케찹과 피망, 소시지가 어우러진 향 그 자체다. 버섯과 소세지 등 재료들이 박하지 않게 들어 있어 거의 매 젓가락마다 재료들을 함께 먹어줘야 밸런스가 맞다. 세키야에는 다양한 소스들도 있는데, 주로 나는 파마산 치즈와 핫소스를 곁들여 먹었다. 사실 나온 음식 자체로 간이 딱 맞기는 한데, 한국인 특으로 매콤한 맛을 좋아하기도 하고, 타바스코 핫소스의 새콤한 맛은 과하지 않게 잘 어울린달까. 절반은 나온 그대로 먹고, 핫소스와 파마산 치즈를 잔뜩 뿌려 나머지 반을 먹고 나면 '정말 기분좋게 먹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나는 이른 저녁/늦은 점심 시간에 방문해서 늘 기다리지 않고 먹었는데, 리뷰를 보면 메인 타임에는 줄을 선다는 것 같으니 참고.


높이(?)가 꽤 되는 편이라 양이 부족하지 않다.


세키야가 좋은 이유를 하나 더 꼽으라면, 서비스다. 과하지 않게 친절하다. 또 넓지 않은 가게에서 그 밝은 친절함이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들면서 가게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을 준다. 가게를 들어서고 나가기까지, 시설과 분위기와 맛과 서비스와 가격 등 다양한 요소 어디에서도 기분 상할 일 없이 즐겁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약 1년 만에 방문이었는데, 변한 바 없이 여전한 게 좋았다.


★★★★☆ (4.5/5.0) : 일본식 파스타, 특히 나폴리탄의 정수를 느끼고 싶다면



2. 트래블러스 팩토리


세키야 스파게티에서 약 5분 정도 걸으면 있는 곳으로, 여행 감성의 각종 문구와 잡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내부 공간이 좁아서 많은 사람이 들어가진 못하고, 내부 사람의 숫자에 따라 점원이 적당히 손님의 입장을 조절한다. 나 역시 5분 정도는 앞에서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건물은 크지만, 실제로 볼 수 있는 건 그렇게 많지 않다 보니 오랜 시간 구경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을 구경하기엔 적합하다. 





3. 오니버스 커피



최근 SNS를 통해 많이 알려진 곳. '창가를 통해 전철을 볼 수 있는'걸로 바이럴을 많이 탔다. 다른 지점이 있는 카페지만, 아무래도 나카메구로 점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이곳은 사실 'SNS맛집' 외에도 여러 의미를 품고 있는 곳인데, 커피 씬에서도 충분히 의미있는 카페라는 점이다.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카페로서 충분히 다양하고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원두를 자세히 설명해주기도 하는데, 카페의 대표는 직접 원두 산지를 다니면서 관계를 맺을 정도다.



낡은 목조 주택을 개조한 이 곳은 넓지는 않다. 1층과 2층의 모든 좌석을 합쳐도 15석 정도다. 1층의 좌석들은 간이 좌석에 가까우니 공간도 편하지 않다. 2층은 테이블이 놓여져 있지만 넉넉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현지인부터 다양한 국가에서 온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나 역시 10분 정도 웨이팅을 한 다음 커피를 살 수 있었다. 



오니버스 커피는 '환대'를 이야기하는 카페라고 한다. 기계적인 매뉴얼에 따라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주는 데 그치지 않고, 반가운 인사 한 마디를 건네고 나누는 것. 손님의 상태를 신경쓰고 대화하는 것. 카페 대표가 호주에서 머물던 시절 호주 커피 씬에 영감을 받은 것이라 하는데, 호주 커피 씬의 특성상 '단골 장사'로서 단골들이 본인에 맞추어 커스터마이징 하는 커피를 마시고 카페 주인과 서스럼없이 대화를 나누고 친해지는 분위기를 일본에 옮겨오고 싶었던 것이라고. 다만 관광객이 늘 줄을 서 있다 보니 그 정도의 편안한 분위기는 아닐 수 있겠지만, 커피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는 접객이기도 했다.



오니버스는 포르투갈어로 '모두를 위한 버스'라고 한다. 원두 생산자, 바리스타, 손님을 비롯해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카페다. 2층 한 켠의 자리에서 전철이 오가는 풍경을 감상해도 좋지만, 커피 맛에 집중하고 카페의 스토리에 빠지기에도 충분한 곳. 아래 영상에서 그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4/5) : 카페는 어디까지 품고 나눌 수 있을까. 





이후 다이칸야마로 넘어갔다. 나카메구로와 다이칸야마를 잇는 도쿄 음악대를 건너서 이동하고 싶었는데, 방문한 날이 일요일이라 도쿄 음대는 문을 열지 않았다. 그 외에도 갈만한 공간 몇 군데를 소개한다. 이 외에도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마주하는 곳들이 다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곳이 나카메구로라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공간을 찾는 것도 재미가 될 수 있는 곳!




카페 l Swell Coffee Roasters

-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 라떼아트 입상 바리스타가 있어 라떼가 유명한 곳.


초콜릿 가게 l Green Bean to Bar Chocholate

- 초콜릿에 진심인 가게.


카페 l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 거대한 규모, 쿠마 켄고의 건축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세계 5번째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




아래는 나머지 나카메구로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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