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하늘 일기 10화

하늘과 달을 함께 담고 싶어

2023. 08. 21.

by 다이안 D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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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일찌감치 일어나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냉장고를 열어 점심은 또 뭘 먹나 고민하며 한참을 서있는 조금은 지루한듯한 일상. 그런 지루함을 반복하다 ‘오늘 너무 아무것도 안 했나’라는 생각이 들면, 간신히 몸을 일으켜 현관을 나선다. 그 무겁고 지루한 발걸음의 종착지는 헬스장. 하루종일 너무 앉아만 있었고, 너무 가만히 정적인 하루를 보냈다 싶으면 ‘이거라도 해야지’하는 최후의 수단이랄까. 그런데 사실 이마저도 너무 오랫동안 써먹은 수단이자 일상이라서 닳고 닳았다.


그렇게 지루하고 뻔한 하루로 마무리하는 날인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헬스장의 문을 열고 나오니 바로 보이는 적당히 파란 하늘에 내가 좋아하는 초승달이 떠있고, 심지어 적당히 구름이 흩어져 초승달을 분위기 있게 가려내고 있었다. 그냥 틀어놓는 텔레비전 같던 일상에 멈춰서 바라볼 채널이 나타난 것이다. 근처에 통창이 있는 고층의 카페가 있었다면, 저녁도 거르고 가서 한 시간 정도는 멍하니 감상해보고 싶은 그런 하늘이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해서 너무 밝지도 않은, 하지만 너무 짙은 색도 아닌 그런 푸른빛의 하늘. 그리고 마구잡이로 잘게 흩어진 구름 사이로 밝게 빛나는 초승달. 한 여름의 저녁 하늘로 너무나 완벽했다.


잠시 서서 바라보다가 간직하고 싶어 핸드폰을 꺼내 들어본다. 그렇게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초승달 모양과 짙은 파란색의 하늘이 함께 있는 장면을 보았는데, 눈으로 밖에는 담을 수가 없다.

달도 찍는다는 카메라 기능의 핸드폰을 갖고 있어도 달을 찍으려면 밝기를 조정해야 하기에, 배경을 포기해야 한다. 예쁜 달 모양을 담아내려 조리개값과 셔터속도를 조정하니, 파란 배경은 온데간데없이 까매진다. 구름이 적당히 깔려 초승달에 살짝살짝 걸려있는 모습이 마음에 든 것인데, 배경과 함께 구름도 어둠으로 사라져 버렸다. 속상하다. 왜 항상 탐나는 것들은 모두 다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일까.


배경의 색감을 살리려 기본모드로 돌아가서 촬영을 해본다. 너무나도 좋아져 버린 핸드폰의 카메라 기능은 있는 그대로의 색감이 아닌, 보기 좋게 밝아진 색감으로 촬영을 해준다. 아냐,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구. 있는 그대로, 내가 보고 있는 그대로를 담아달라구. 도대체 언제부터 너는 카메라 본연의 기능인 순간포착을 뒤로하고, 예쁜 순간으로 포장하는 데 집중하는 거야? 그렇게 나는 또 속상해졌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하늘을 만났는데, 이 하늘과 이 순간을 함께 담아낼 방법이 없다. 그저 찍고 또 찍고, 눈으로 담고 또 담고를 반복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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