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민들레, 착륙한다 오버

by 다이안 Dyan

다양한 직장과 지역을 떠도는 민들레 홀씨로 둥실 거리며 안착할 땅을 고르고 또 골랐습니다. 원예와 조경을 공부했더니 도시와는 점점 멀어졌고, 전국 곳곳의 산골짜기를 누비게 될 운명에 처했습니다. 그렇게 산속의 직장에서 일을 하며, 생활했죠. 하루, 한 달, 일 년을 살아가면서 자연과 가까이 있는 것과 자연 속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다르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곳에서는 일하는 곳과 생활하는 곳이 같아서 금요일이면 “오늘은 완전 퇴근해?”라는 질문을 주고받았습니다. 오늘은 완전히 이 산골짜기를 벗어나, 도시로 나가냐는 물음이었습니다. 산골짜기의 생활은 자연과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퍽 어려운 일이었어요. 고된 근무 시간을 마치고, 맥주 한 캔을 뜯고 싶을 때도 편의점에 가려면 차가 필요하다는 것, 이 ‘면’ 단위의 지역에서 카페란 버리지 못한 다방의 느낌과 동네 사랑방의 기능을 머금고 있다는 것, 헬스장, 필라테스 같은 시설은 자기 소유의 차로 1시간 남짓을 달려 옆의 ‘시’로 나가야 있다는 것. 심심하면 동네 영화관에서 조조영화를 즐기고, 카페에서 다이어리를 끄적이다가 사람을 구경하는 것이 취미이던 도시 촌놈은 이 모든 것에 순응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이 운명을 거슬러야겠다고 다짐한 가장 큰 이유는 이런 물리적인 환경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내 경력을 바르게 키우고 싶은 갈증 때문이었습니다. 복수전공까지 하며 보낸 대학교에서 시간이 5년 반, 거기다 직업교육과 인턴을 하면서 보낸 시간이 1년 반. 약 7년의 세월 동안 공들이고 쌓아온 제 경력의 탑을 더 견고하고 멋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공공의 영역에서 전공과 직렬은 입사지원서에나 존재하는 것일 뿐, 언제 어떤 부서로 발령이 나서 무슨 일이든 받으면 해내야 했거든요. 올곧게 식물을, 공간을, 자연을 깊게 공부하며 일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속 저 깊은 곳에서 불안이 싹트고 있었어요. ‘지금은 시설팀이지만, 언제 어느 팀으로 가서 전혀 다른 업무를 해야 할지 몰라.’라는 불안의 씨앗이 말이에요. 그래서 결국 공공의 영역에 발을 들인 자연인은 운명에 순응하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누군가는 제 이런 잦은 이직을, 공공 영역이 주는 안정성을 제 발로 걷어차고 나온 무모함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때로는 꾸짖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죠. 그렇게 저는 타인은 이해할 수 없는 기준으로 저만의 삶과 세상을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남들이 안정적이라고 찬양하는 직장을 다니며 산골짜기에서 불안을 키우던 그때가 쉴 새 없이 돌이 던져지는 호수였다면, 지금의 제 마음은 물안개 낀 잔잔한 호수예요.

작은 중소기업을 다니지만, 제가 더 잘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이,

그 일을 더 잘하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며 배움을 이어가는 지금이,

제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배우고 꾸준히 써 내려가는 지금이,

저녁이면 숲길로 산책하러 가거나 헬스장에 가서 땀을 흘리고 오는 지금이,

이런 지금의 순간들이 제가 잘살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해요.

그래서 이제는 비행을 끝내고 착륙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