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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한 Jan 21. 2021

6. 피콕블루 스웨터

엄마의 옷장 속 보물 아이템_2020-2021 F/W_상의

  공작새의 깃털색에서 이름을 따온 '피콕블루'는 초록빛이 도는 파란 색이다. 우리말로 하면 청록색. '1 더하기 1은 2' 같은 다소 건조한 이 이름을 서양에선 '공작새의 푸른 빛'이라 부른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초록색과 파란색은 둘 다 차가운 색인데, 이 둘을 섞은 피콕블루에서는 한결 로맨틱한 온기가 느껴진다.


“나른한 피콕블루 and I / 투명한 웃음에 난 기대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 널 그림칠 / 더더더더 / 특별한 모습 그대로”


  지난 겨울 내내 들었던 내 플레이리스트의 최애 곡의 한 구절이다. 정바스가 작곡하고 긱스의 루이가 부른  <그림칠>. 감각적인 힙합 비트와 어울리는 캐시미어 같은 음색에 가사는 얼마나 예쁜지. 이 노래를 듣고 대번에 떠올린 옷이 있었다. 바로 안 여사의 옷장 안에.


  이 피콕블루 스웨터는 매력적인 색감 뿐만 아니라 겨울 니트를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징을 두루 만족했다. (데스티니�) 예쁜 색감, 그 다음엔 두께와 네크라인이 올라오는 정도가 적당해야 한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한겨울이 아니라도 브이넥 보다는 터틀넥파다. 소재도 중요하다. 목 부분이 간지럽다면 수시로 긁어서 목이 발갛게 부어오를테니 말이다. 거기에 약간의 변주가 있다면 내 최애 니트 리스트 순위까지도 바꿀 수 있다. (안 여사가 아니라 날 먼저 만났어야 했는데...!) 이 스웨터에는 밑단에 상하로 지퍼 장식이 달려 있는데, 덕분에 하의에 턱인[1] 해서 입으면 그 디테일이 돋보인다. 이 작은 차이가 '간지'를 만든다. 


  한편 이 스웨터와 같이 입을 하의를 고르는 게 숙제였다. 만만한 게 무채색이라지만 흰색도 검은색도 코디를 해보면 썩 흡족하지 않았다. 이럴 때 찾아보는 유튜브 찬스! 패션 유투버 '옆집 언니 최실장'님이 어떤 색과도 잘 어울리는 만능 컬러로 추천해준 색은 '브라운 계열'이었다. 마침 가을 즈음에 안 여사의 옷장에서 본 플리츠스커트가 베이지 브라운이었던가?

  내 옷장에는 뭐가 있을까? 뒤져보니 오렌지색 체크 무늬가 들어간 짙은 밤색 슬랙스가 나왔다. 사회 초년생 때 홍대 앞에서 이만 얼마인가를 주고 샀던 이 녀석을 참 오랜만에 꺼내 입어보았다. 그동안 내 옷장에서 살아남아 심심찮게 노익장을 발휘했던 이유가 뜻밖에도 만능 컬러 덕분이었나...!? 눈썰미가 좋았던 과거의 자신, 기특해, 칭찬해.   



Styling Tip! >>


  롱 스커트에 힐이 고전적인 매치라면 롱부츠는 요즘 스타일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로서는 롱 스커트에 심지어 롱부츠까지 유행이라는 사실이 새삼 고마울 따름...! 그래서 이번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안여사표로 완성해봤다.


  검정 롱부츠는 안 여사의  단골 매장 쇼윈도에 진열되었던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데려 온 건데 원단 자체는 질이 좋고 튼튼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발이 불편하다며 엄마가 안 신는다는 걸 내가 달라고 했다. 같은 사이즈라도 발 모양에 따라 더 편하거나 불편할 수 있다. 정작 나는 잘 신고 다니는 이 롱부츠는 올해의 '내 돈 안 쓴 득템'으로 기록에 남겨야겠다.


[1] 턱인(tuck-in): 밀어 넣다・끼워 넣다・단 등을 걷어 올리다」 등의 뜻으로, 복식 용어로는 스웨터나 블라우스 등의 단을 스커트나 팬츠 속에 넣는 것을 말한다. (출처: 네이버 패션전문자료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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