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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한 Jan 21. 2021

5. 하늘색 레트로풍의 상의

엄마의 옷장 속 보물 아이템_2020-2021 F/W_상의

* 실제 촬영한 날짜인 2020년 9월 중순 경이라 복장에서 계절감의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 내 옷장의 일부는 엄마 옷을 걸기 위한 공간이다. 엄마와 나, 그리고 여동생 둘까지 집에 여자만 넷인데 다들 옷을 좋아한다. 그래서 하나의 옷장 안에 한 사람의 옷이 다 들어가지 않는 일이 생긴다. 자연히 누군가의 옷장이 비면 여분의 옷들이 그 자리를 파고든다. 이 블라우스는 이러한 경로로 내 옷장 안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둥근 목둘레선에 소매와 허리선이 모두 넉넉한 일자로 떨어지는데 허리 끝단에만 복고풍의 가로 스트라이프 천이 여러 장 덧대어져 있는 독특한 스타일의 상의다. 이런 옷은 막상 사려고 해도 어디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니라서 다시 한번 꼼꼼히 뜯어보게 된다.


  단순한 실루엣에 눈길을 끄는 색깔 배합으로 포인트를 준 디자인이 60년대 패션의 상징, 트위기의 '시프트 드레스'가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드레스로 입기엔 길이가 애매하니 같이 입을 만한 아이템을 고민한다. 트위기를 뮤즈로 삼는다면 역시 미니스커트가 가장 어울리겠지? 내 방 옷장을 뒤져 갖고 있던 미니스커트를 전부 꺼내 보았다. 단순한 라인의 가죽 미니스커트가 눈에 띄었다. 원피스였다면 무조건 플랫슈즈를 신는 게 정답인데, 워낙 바닥에 쿠션이 없는 신발을 잘 사지 않는 편이라 지금 이 조합에 어울리는 현실적인 대안은 무릎을 덮는 길이의 롱부츠가 최선이다.


  다행히 거울 앞에 선 모습이 크게 어색하진 않은데, 하나 아쉬운 건 이 빗장뼈 아래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머리. 정말 트위기처럼 보브커트마저 하고 싶었지만, 두상의 한계를 인정하고 긴 머리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틀어 올려 집게 핀으로 고정했다. 과장된 크기의 귀걸이까지 있으면 전체적인 완성도가 올라갈 텐데.... 대신 펄코팅이 된 플라스틱 비즈 목걸이를 꺼냈다. 대놓고 아이들 구슬 장난감 같은 키치[1]함이 포인트다.



  생각하던 룩은 그대로 재현되었지만, 완성도는 70% 정도. 표구할 그림이 있어서 그 길로 외투를 걸쳐 입고 홍대 앞에 다녀왔다. 100%는 아니라도 남들이 뭐라든 내가 느끼는 대로 내 눈에 예쁜 대로 입기. 오랜만에 방구석을 탈출해 패션이 주는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한 날이었다.



[1] 키치(kitsch):

- 키치는 엘리트 스타일을 값싸게 대량으로 모방해 낸 제품을 의미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키치 [kitsch] (세계문화사전, 2005. 8. 20., 강준만)  

- ‘저속한’이라는 의미의 독일어 ‘Kitsch’에서 유래했다. Kitsch는 1860-70년대의 독일 뮌헨의 화가와 화상 사이에서 사용된 속어로, 당시에는 하찮은 예술품이나 모조품을 지칭했다고 알려진다. 1910년대에 들어서 널리 사용되며, 60년대 초 팝아트가 등장하면서 점차 ‘저속한 것’에서 ‘독특하고 위트 있는 것’으로 그 위상을 달리하게 된다.

‘키치함’이 패션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197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부터이다. 1960년대부터 대두되던 히피 패션의 변형으로 알려진 키치 패션은 70년대에 본격적으로 패션계에 돌풍을 일으키게 된다. ‘키치 패션’이라 하면 대개 비비드 한 컬러와 과장된 프린팅과 패턴을 활용하거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을 과감하게 매치하는 등의 패션을 말한다.      

([출처] 그때 그 시절, 그 키치(Kitsch)함/고려대학교 패션 비즈니스&커뮤니케이션 학회 옷거리|작성자 옷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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