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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한 Jan 21. 2021

7. 검정 프릴 블라우스

엄마의 옷장 속 보물 아이템_2020-2021 F/W_상의


  호기심으로 시작한 와인을 이젠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이왕이면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려고 학원 수업도 듣고 시험 봐서 자격증도 땄다. 그런데 와인을 경험하면 할수록 이론과 실제가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특히,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쥬는 더욱더 그렇다. 순전히 경험치가 내공인 이유는 사실상 정답이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회는 레드와인의 타닌과 만나면 비린 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학원에서 배운 지식이다. 그런데 붉은 살 생선인 참치는 진한 레드와인과 의외로 어울린다. 둘 다 맛이 진하고 입안에서의 묵직한 느낌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경험치가 중요한 건 패션도 마찬가지다. 그냥 보기에는 내가 평소에 입던 스타일과는 달라서 몇 번 안 입을 것 같은 옷도 막상 걸치고 거울 앞에 서면 의외로 잘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 꽃무늬가 화려하게 프린트된 여성스러운 블라우스에 캐주얼한 청바지와 워커 부츠를 매치하는 건 이론보다는 경험으로 터득하는 센스니까.


  


  엄마의 이 블라우스는 목둘레와 소맷단에 나풀거리는 프릴 장식이 있고 그 위로 가느다란 리본 타이가 한 번 더 둘려 있다. 실용성과 활용도를 고려해 거의 기본 실루엣의 옷으로 채워지진 내 옷장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디자인이다. 하지만 장식적인 요소가 많아도 전체적인 톤이 검정으로 통일되어 있어 나름의 밸런스를 지켰다. 올블랙에 포인트를 주는 단순한 룩부터 시도해보면 점점 활용도를 높여갈 수 있을 것이다. 호기심이 싹트는 지점이다.


  위의 촬영한 컷이 그 결과물이다. 사실 가장 처음에 올린 러스트 컬러 가죽 재킷 포스팅에서 그 재킷 안에 받쳐 입은 상의도 바로 이 블라우스였다. 평소에 편하게 입던 청바지나 미니스커트에 같이 입으면 단번에 드레스 업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고 정장 바지에 재킷을 걸치면 오피스룩도 가능하다.


  활용도를 이렇게도 챙길 수가 있다니...! 베이직 한 실루엣의 옷만을 고집했던 나의 지난날을 반성한다. 엄마 옷장의 내공은 역시 한 수 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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