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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한 Jan 23. 2021

8. 플리츠 롱 스커트

엄마의 옷장 속 기본 아이템_2020-2021 F/W_하의

  낮 기온 영상 10도의 따뜻한 주말이었다. 아직 폴더 속에 남아있는 겨울옷 포스팅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책상 앞에 앉았다. 아직 애정에 찬 호들갑을 다 펼치지 못한 옷이 남아있고, 그중에서도 오버사이즈의 벌키[1]한 니트와 플리츠 스커트의 조합은 유행도 타지 않을 클래식 룩이라 괜히 마음이 조급해졌다.


  편안하고 따뜻하며 세련된 겨울 옷차림을 위해 플리츠를 활용하는 건 영리한 선택이다. 한국의 추운 겨울 날씨 때문에라도 울 스웨터나 충전재를 가득 채운 패딩 코트는 옷장 속에 항상 있는 필수아이템.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보온에 초점을 맞춘 옷일수록 대체로 두껍고 부해 보이기 마련이라는 점. 하지만 플리츠를 활용하면 자칫 둔해 보이는 실루엣에 세로로 긴 구획이 추가되어 시야가 트인다. 이걸 층고가 낮은 복층 집의 천장을 상하로 텄을 때의 개방감에 비교하면 어색할까?


  얇은 폴리에스터 소재의 플리츠는 신체의 곡선을 타고 흐르면서도 본래의 형태를 유지해 옷에 구조감을 준다. 레이어드를 하든 단품으로 입든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얇은 플리츠 탑을 좋아해서 지난봄에 샀던 걸 다시 꺼내어 겨우내 입고 있다. 까끌까끌한 울 소재 니트 안에 겹쳐 입으면 감촉을 부드럽게 보완하면서 멋과 보온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이렇게 플리츠의 매력에 빠져들던 와중에 롱스커트 하나쯤 눈에 안 들어올 리가 없었고.... 마침 갖고 싶었던 가죽 소재의 플리츠 스커트를 엄마의 옷장에서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이란!


  기계식 주름이 잡힌 치마폭의 면면에 자연스러운 광택과 음영이 번갈아 나타나는 고급스러움이 마음에 들었다. 이렇듯 빛이 만들어낸 촘촘한 수직선 덕분에 담요를 두른 듯 한껏 벙벙한 상의를 입고도 늘씬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런 변화의 묘미 때문인지 재킷의 일부, 스커트 자락의 일부 등에 부분적으로 플리츠를 넣은 디자인도 심심찮게 보인다.


  캐나다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유튜브 채널 "MM Design"을 운영하는 마리아는 요즘 내가 관심 있게 보고 있는 유튜버다. 그가 2021 SS trend를 소개하는 영상[2]에서 이렇게 말했다.  


 "플리츠야말로 제가 진심으로 공감하는 유행 중 하나에요. 스커트, 팬츠, 원피스, 트렌치코트 등 플리츠가 들어간 옷은 한 번도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인상을 주는 일이 없는, 클래식 아이템이죠."

 
   작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플리츠 디테일의 유행은 아직 건재하다. 플리츠가 주는 세련되고 드라마틱한 효과에 주목한다면 이 스커트 역시 다음 시즌까지는 거뜬히 입을 수 있으리라.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 중에 아직 플리츠로 된 아이템이 없어서 고민 중이라면 적어도 유행이 꺾일까 고민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1]벌키(bulky): 「부피가 큰・거대한」이란 뜻의 형용사. 복식에서는 의복의 재질이나 외관의 거친 것, 부피가 큰 모습을 말한다. 숙어에 벌키 스웨터, 벌키 룩, 벌키 얀 등이 있다.

(출처: 네이버 패션전문자료사전)

[2]Youtube channel "MM Design" - 'Latest Fashion Trends Spring Summer 2021 Part 1' (link: https://youtu.be/XhedhlEaL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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