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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한 Jan 24. 2021

9. 아이보리 블라우스 W/ 블랙 타이

엄마의 옷장 속 기본 아이템_2020-2021 F/W_상의

  커리어를 이제 막 시작한 사회초년생부터 안 여사처럼 직장생활을 오래 한 커리어우먼까지 여자들의 옷장 속에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걸려있는 '전투복'이 하나 있다. 바로 아이보리색 블라우스다. 내 경우엔 대학 졸업사진 찍을 때쯤 하나 구비해서 여기저기 면접 보러 다닐 때 입다가 입사해서 첫 월급 받을 때까지 입고 또 입었다.

  그 후 퇴근길에 백화점에 들러 월급 플렉스를 할 수 있는 정도가 되고 나면, 이 블라우스는 점점 옷장 밖으로 나오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물론 여동생이 면접 보러 갈 때 가끔 빌려주기도 했지만 결국 드라이클리닝을 해도 묵은 때가 지지 않게 되어 바이바이 하게 되었다. 적고 보니 이 정도면 제 역할을 꽤 잘하고 간 녀석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내다 보면 아이보리 블라우스가 아쉬운 순간이 종종 생긴다. 그래서 디자인이 조금씩 다른 걸 한 장 두 장 또 사게 되고 사서 몇 번은 잘 입다가 또 심심한 느낌에 손이 잘 안 가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입으려고 보면 애매하게 색이 바래서(아니, 옷장 안에만 있었는데 왜 색이 노랗게 변하는 걸까?) 고민하다가 버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나 같은 흰색/아이보리색 덕후는 소나무 취향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왕 옷장 안에 거느린 아이들을 모셔만 둘 게 아니라 잘 활용하는 법을 고민하는 게 차라리 낫다.


  엄마 옷장에서도 그런 아이보리색 블라우스 한 장을 발견했다. 어쩌면 여동생이 졸업식 날 빌려 입고 다시 안 입었을 것 같은, 무난한 실루엣에 포인트로 목에 검은색 리본이 달려 있었다. 리본은 원하면 빼고 입을 수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단정하게 맨 리본이 주는 클래식한 매력을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정형화된 모습이라 자칫 전체적인 룩이 지루해 보일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라면 리본을 예쁘게 잘 맬 수 있는 손재주가 부족한 나 같은 사람은 매번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되는 거추장스러운 장식이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리본을 아예 빼버리자니 굳이 이 블라우스를 입을 이유가 없다.


  이때 든 생각이 '리본이라고 꼭 묶어야 하나, 그냥 묶지 말고 걸쳐보자.' 였다.


  교복도 아니고 지금 면접 보러 갈 것도 아닌데 단정한 옷이라고 꼭 단정하게 입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타이를 메기 위해 목 끝까지 잠근 단추도 두세 개 쯤 풀고 스커트 안으로 꼭꼭 밀어 넣은 밑단도 한 자락 툭 꺼내 보았다. 한편, 옷의 활용도를 높이는 꿀팁 중에 또 하나가 바로 레이어드다. 봄/가을에 입는 얇은 블라우스 안에 두껍지 않은 기본 터틀넥을 받쳐 입으면 얼마든지 겨울까지 입을 수 있다.


  파리의 에펠탑은 사진으로밖에 본 적이 없는 토종 한국인이지만 이렇게 입고 거울 앞에 서니 '프렌치 시크'에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 사실 '프렌치 시크'가 별건가요. 꾸민 듯 안 꾸민듯 자연스러우면서 나름의 멋이 있으면 그게 '프렌치 시크'....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계실 지 모르는 패션 업계 종사자 분이 계시다면 미리 사과드릴게요. 아시다시피 이건 어디까지나 제 피셜이니까요. 그냥 밉지 않다면 계속 봐주세요. 히힛!)



내 옷장 Pick!>>


  추위를 남들보다 x2.5배는 더 타는 사람으로서 겨울에 롱스커트는 참 고마운 아이템이다. 많이 껴입어도 티가 잘 안나기 때문. 올해도 어김없이 작년 겨울에 사서 내내 잘 입었던 벨벳 롱스커트에 무릎까지 오는 롱부츠를 신었다. 부츠는 이전 포스팅에도 잠깐 나왔던, 안 여사가 사놓고 안 신는 그 부츠다.


  사진처럼 블랙앤화이트 혹은 올블랙이나 올화이트 룩을 시도한다면 소재만은 서로 다르게 선택해보자. 벨벳과 시폰, 가죽과 울처럼 광택감과 질감이 서로 다른 요소를 신경 써서 매치하면 전체적인 룩의 완성도가 올라간다.


  마스크를 써도 코끝이 시린 이 겨울을 나는 롱스커트에 롱부츠를 신고 패딩을 걸친 채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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