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옷장 속 기본 아이템_2020-2021 F/W_하의
엄마가 옷장에 참 꾸준히 종류와 색깔별로 쟁인 아이템이 하나 있는데 바로 튤 스커트다. 튤 스커트는 얇은 망사 소재의 천을 여러 겹 덧대 풍성한 볼륨을 살린 주름치마로, 흔히 '발레리나 스커트'라고도 불린다. 움직일 때마다 겹겹의 얇은 망사가 가볍게 나풀거리는 광경은 말괄량이 삐삐롱스타킹이라도 우아하고 사랑스럽게 만들어 줄 테지만, 이 로맨틱함이 과해지면 자칫 공주병을 걱정하게 만드는 차림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역시 밸런스가 생명이다. (내가 이런 종류의 옷을 직접 산 적이 거의 없었던 건 아마도 어려서부터 줄곧 봐 온 그 로맨티시즘의... 한도 초과 때문은 아니었을까? 물론 지금의 감수성이라면 조금 더 포용력이 생겼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밸런스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현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데뷔 무대인 2017년 디올의 SS 런웨이를 참고해보았다. 듣자 하니 그녀가 튤 스커트를 유행의 반열에 올린 장본인이라고 한다.
- 심플한 레터링 티셔츠와 그 위에 걸친 검은색 블레이저, 같은 색의 튤 스커트와 레이스업 부츠
- 록스타가 연상되는 강렬한 원색의 라이더 재킷과 기타 스트랩이 달린 크로스 백, 같은 색의 붉은 튤 스커트와 흰 스니커즈
결국 한껏 차려입은 듯한 분위기를 적절히 쿨 다운 할 수 있는 할 수 있는 아이템만 있으면 얼마든지 일상생활에서도 튤 스커트를 즐겨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구나, 이 공주풍의 옷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입을 방법이 있구나!) 튤 스커트의 확장성은 의외로 무한했고, 웹에서 관련 이미지들을 검색하다 보니 내 서랍에서 당장 꺼내 입을 만한 아이템이 생각났다. 아가일 패턴이나 체크 패턴이 들어간 클래식한 스웨터, 맨투맨 티셔츠, 그래픽 티셔츠 등등이었다. 그래서 가장 기본이 되는 블랙 & 화이트 무채색 튤 스커트와 어울리는 스타일링 두 가지를 시도해보았다.
White >>
하나는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길이의 회색 맨투맨 티셔츠에 흰색 튤 스커트를 매치한 룩. 앵클부츠나 구두보다는 포근한 양말에 스니커즈가 어울렸다. 여기에 대만 로컬샵에서 기념으로 산 도토리 모자를 얹어주면, 장난기 충만한 캐주얼룩 완성. 엄마의 빨간 테디베어 코트도 한 번 더 꺼내 입어본다.
'음... 이건 약간 귀여움의 한도 초과?'
Black >>
검은 튤 스커트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출근 룩으로 스타일링 해보면 어떨까?
이때만을 기다려왔다, 아끼는 보머재킷이 등장할 타이밍. 첫 월급을 받은 날, 당시 명동 롯데백화점에 입점해 있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PLAN6'에서 산 후로 매년 겨울 아껴가며 입고 있다.
튤 스커트를 데일리로 입으려면 아까 말한 대로 적절한 믹스매치가 핵심인데 이 재킷은 이미 그 자체로 믹스매치의 미학을 구현했다. 포멀한 코트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울 소재와 하운드투스체크 패턴을 아예 스트릿 패션으로 가져와 캐주얼한 실루엣으로 풀어내니 옷의 활용도가 극대화되었다. 스커트, 원피스, 팬츠, 무엇을 같이 입어도 중간 이상은 하니 직장인의 출근 메이트다.
여기에 컬러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파란 스카프를 두르고 네이비색의 오픈토 힐을 같이 신으면 내일 뭐 입을지 고민 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