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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한 Oct 22. 2024

고집스러운 죽음에 대하여

inspired by 알베르 카뮈, [이방인]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아이를 잃은 주인공 '신애'에게 가장 큰 좌절과 분노를 안겨준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용서를 구하기도 전에 이미 신에게 구원받았다며 가벼운 표정으로 웃는 살인범의 얼굴이 아니었을까? 죽음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이기에 사형수도 하루아침에 믿음을 고백하며 구원을 청하는 일이란 충분히 있을 법 하지만 과연 믿음을 담보로 한 구원에서 그 죄의 무게를 지는 사람은 누굴까? 심지어 그것이 누군가의 죽음이더라도 한 마디의 고백으로서 구원은 가불 받을 수 있는 문제일까? 


카뮈의 [이방인]은 <밀양>의 살인범과 정확히 대척점에 선 한 남자의 이야기다. 

답답할 정도로 고집스럽게, 끈질기게, 그러나 다만 스스로의 운명을 짊어지려 했던 한 인간, 뫼르소.
죽음 앞에서도 아니, 오히려 죽게 된 마당에 자기 자신을 속일 이유를 찾지 못했던 고독한 이방인, 뫼르소.

'냉혈한'이라는 비난 속에 모두에게 외면받고 자신의 죽음에서조차 소외되었던... 그러나 생의 끝에서 마침내 그 자신과 가장 멀었던 사람의 마지막을 이해하게 된, 누구보다도 뜨거웠던 사람.


이 소설 덕분에 잊고 지내던 프랑스 문학의 매력에 다시 한번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Amor fa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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